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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ll We Enjoy Wine?
사이먼 우즈 지음, 이섬민 옮김 / 다빈치 / 2006년 10월
평점 :
와인?
그냥 즐기지 뭐.
책 얘기를 하기 전에 잠깐 내 얘기를 해도 될까요,
사실 난 와인을 잘 몰라요, 아주 많이 알고 싶지도 않거니와 와인보다는 막걸리가 더 좋은 촌스런 사람이긴 하지만요...
와인을 그냥 즐기면 된다고 뼈저리게? 느낀 적이 딱 한번 있었지요. 그러니까 내가 2년동안 어떤 어려운 영어책 번역을 마치고 드뎌 책이 나온날 이었지. 별로 잘한 것도 없었지만 왠지 내 자신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요, 게다가 어제 남편과 육박전적인 전투를 치루기도 한지라 기분이 아주 착잡하기도하고 해서 평소 잘 먹을 줄 모르는 술이 왠지 그날은 땡겼지요. 근데 집에 있는 거라곤 오미자 등등 담근 약술, 먹다 남은 쉰 막걸리 밖에 없는데 이거 말고 좀 색다른 알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편의점에 진열된 와인이 떠오르더군요. 두 아이를 재워놓고 동네 점빵으로 가서 "와인있어요?" "없어요""진로포도주는요?""저쪽 구석에 함 보세요"...대충 이랬죠.
진로 포도주는 그날 프랑스제 와인잔에 담겨 제 목을 타고 흘렀죠. 그날 마신 와인의 맛을 나는 지금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다만 디스크성 어깨통증과 남편에 대한 죄책감, 이사한지 두달이 되도록 전화한통 없으신 시어머니에 대한 욱한 심정을 모두 잊고 그저 행복한 한 때를 진로포도주와 함께 했다는 겁니다.
나는 Shall we enjoy wine을 좋아합니다. 별로 친절하지 않고 당신이 가는대로 그냥 마시라는 듯한 무책임한 듯한 저자의 건방이 마음이 들고 그 뉘앙스를 고스란히 전달하고 마는 역자의 마인드도 꽤 맘에 듭니다. 근데 조금 마음을 진정하고 보면 저자는 와인을 마시는 사람에 대한 진한듯 아니 쿨한 동료애를 지닌 사람으로 느껴집니다. 왜냐면 부족한 나를 가르치려들지 않고 진로포도주와 함께 한 나의 시간을 칭찬해주지도 고무해주지도 않지만 그냥 인정해주는 사람으로 느껴지기 때문이죠. Shall we enjoy wine을 두번이나 읽었지만 아직도 와인의 맛에 대한 식견이 크게 진전을 보이지 않았지만 내게 와인에 관한한 한 가지만은 확실해졌습니다. 와인! 그저 즐겨라...아님 말고...(뚱딴지 같은 소리같긴한데 어떤 기회에 와인이 재즈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봤는데 왜 그런지 갑자기 알것같네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Shall we enjoy wine? 와인을 모르지만 인생의 크고 작은 고비에서 술로 마음이 가시는 분들께 술말고 감히 이 책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