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건축 - 상 -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공간들이 손짓하며 부른다
나카무라 요시후미 지음, 정영희 옮김 / 다빈치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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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호출하는 나카무라의 모스부호들로 가득 찬 선물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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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건축 - 상 -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공간들이 손짓하며 부른다
나카무라 요시후미 지음, 정영희 옮김 / 다빈치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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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집을 말하다>에 이어 다시 나온 나카무라의 <내마음의 건축>은 내게 선물같은 책이다.  

거의 사십년 전 어린 시절 아버지의 공장이 부도가 나서 엄마 ,아버지가 늘 집에 안계시던 시절이 있었다. 늘 혼자서 집을 보던 날들이 길어졌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잊고 있던 이 무렵의 약간 "어두침침한 구석에서 보낸 한 철"이 새록새록 연기처럼 기억들을 비집고 피어오른다. 이 기억에 대한 따스한 호출은 나카무라 아니, <내마음의 건축>에서 본 다섯 번째 집 "한 번 더 비틀어 생각한 집"의 작고 쓸모없어 보이는 계단들에서다.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집이란 타이틀을 당당하게 거머쥔 이 뻔뻔한 계단은 아무짝에도 기능이 없는 계단이다. 굳이  기능을 찾자면 페인트를 칠하거나 창문을 닦을 때 올라설 수 있다는 정도. 그런데 이 무기능의 계단을 세계적인 건축가가 왜 지었는지를 나카무라의 친절한 설명 이전에 나는 이미 추억으로 알고있다. 어스름한 어둠과 책상밑의 작은 공간, 그 안에 들어가 나는 빈둥거리길 잘 했다. 엄마의 자궁같은 기억 따위를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이런 개인적인 공간으로서의 구석에 대한 이미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혼자서 빈둥거릴 공간이라곤 침대와 화장실 변기가 전부다. 참 아쉬운 현실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흔해빠진 공감과 아쉬움을 현실로 바꾸는 것이 건축가이다. 물론 모든 건축가가 그런 집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카무라가 감탄한 벤투리의 집에 또 감탄한다. 그리고 추억을 계속 추억할 수 있다.  

한편, 고정관념을 깨며 상큼한 상식을 일깨우는 집들도  좋다  우리나라로 치면 연립주택형태인 CSH 운동의 한 케이스인 '마 비스타 하우징'도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50여년 전의 건물을 개축해서 아직도 보금자리로 꾸며갈 수 있는 땅넓은 나라의 집들이 부럽기만 하다. 커다란 상자같고 커다란 원룸같은 아파트를 벗어날 수없는 우리들에게 대안은 없는걸까. 모더니즘의 유리창에 벽돌을 던지기는 커녕 조약돌도 쥘 수 없는 우리는 어떻게 집을 추억하고 집을 짓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그래도 위안은 된다. <내 마음의 건축>을 내 마음에 잠시나마 담을 수 있어서 그리고 오래 추억할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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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ll We Enjoy Wine?
사이먼 우즈 지음, 이섬민 옮김 / 다빈치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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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그냥 즐기지 뭐.

책 얘기를 하기 전에 잠깐 내 얘기를 해도 될까요,

사실 난 와인을 잘 몰라요, 아주 많이 알고 싶지도 않거니와 와인보다는 막걸리가 더 좋은 촌스런 사람이긴 하지만요...

 와인을 그냥 즐기면 된다고 뼈저리게? 느낀 적이 딱 한번 있었지요. 그러니까 내가 2년동안 어떤 어려운 영어책 번역을 마치고 드뎌 책이 나온날 이었지. 별로 잘한 것도 없었지만 왠지 내 자신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요, 게다가 어제 남편과 육박전적인 전투를 치루기도 한지라 기분이 아주 착잡하기도하고 해서 평소 잘 먹을 줄 모르는 술이 왠지 그날은 땡겼지요. 근데 집에 있는 거라곤 오미자 등등 담근 약술, 먹다 남은 쉰 막걸리 밖에 없는데 이거 말고 좀 색다른 알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편의점에 진열된 와인이 떠오르더군요. 두 아이를 재워놓고 동네 점빵으로 가서 "와인있어요?" "없어요""진로포도주는요?""저쪽 구석에 함 보세요"...대충 이랬죠.

진로 포도주는 그날 프랑스제 와인잔에 담겨 제 목을 타고 흘렀죠. 그날 마신 와인의 맛을 나는 지금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다만 디스크성 어깨통증과 남편에 대한 죄책감, 이사한지 두달이 되도록 전화한통 없으신 시어머니에 대한 욱한 심정을 모두 잊고 그저 행복한 한 때를 진로포도주와 함께 했다는 겁니다.

나는 Shall we enjoy wine을 좋아합니다. 별로 친절하지 않고 당신이 가는대로 그냥 마시라는 듯한 무책임한 듯한 저자의 건방이 마음이 들고 그 뉘앙스를 고스란히 전달하고 마는 역자의 마인드도 꽤 맘에 듭니다. 근데 조금 마음을 진정하고 보면 저자는 와인을 마시는 사람에 대한 진한듯 아니 쿨한 동료애를 지닌 사람으로 느껴집니다. 왜냐면 부족한 나를 가르치려들지 않고 진로포도주와 함께 한 나의 시간을 칭찬해주지도 고무해주지도 않지만 그냥 인정해주는 사람으로 느껴지기 때문이죠. Shall we enjoy wine을 두번이나 읽었지만 아직도  와인의 맛에 대한 식견이 크게 진전을 보이지 않았지만 내게 와인에 관한한  한 가지만은 확실해졌습니다. 와인! 그저 즐겨라...아님 말고...(뚱딴지 같은 소리같긴한데 어떤 기회에 와인이 재즈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봤는데 왜 그런지 갑자기 알것같네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Shall we enjoy wine? 와인을 모르지만 인생의 크고 작은 고비에서 술로 마음이 가시는 분들께 술말고 감히 이 책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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