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원은 닫혀야 한다 -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시대 너머
이현정 지음 / 진인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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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면 꼭 티를 내다보니 엄청 다독가라고 생각한 분들이 종종 어떤 책을 읽어야 되냐고 질문 한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말해 왔다.
"집에 가셔서 책장을 보세요. 마음이 동해서 샀지만 장식이 되어 버린 책이 당신에게 가장 좋은 책이에요. 그때 이 책을 왜 샀는지 떠올리면서 읽어보세요."

내가 한 말이지만, 참으로 옳다. 봄에 구입해 두고 책장에 꽂아놓고는 펼쳐보지 않았던 이현정 본부장의 책, <다시, 원은 닫혀야 한다>(진인진)를 이제야 다 읽었다. 고백하자면, 봄에 이 책을 산 이유는 선거를 앞두고 책을 냈다는데 선거를 도와주는 심정이었다. 누가 선거 전에 출판한 정치인의 책을 보는가!
그런데도 이 책을 읽은 것은 페친 Soldat AvecFusil님의 포스팅때문이었다.

엇, 저 책이 2020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됐다네. 미안하지만 그렇게 읽게 되었다. ^^

'원'을 읽으면서 여러 번 감탄했다는 점을 먼저 말하고 싶다. 그동안 기후위기나 그린뉴딜, 정의로운 전환을 이야기하는 여러 책을 봤다. '원'은 같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매우 독특하다. 같은 녹차인데 향기가 다르다고 할까?
이 다른 느낌을 계속 생각하게 됐는데 그 정체는 이랬다. 대부분의 기후위기 책들은 나에게 이미 익숙한 사회과학적 방식의 문제설정과 서술방식이었던 반면, '원'은 생태학, 생태주의란 이런 거구나 하는 촉을 제공한다. 사회학적 방법론만이 아니라 생태주의적 방법론에 대해 희미하게나마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원'에서는 기후위기와 4대강, 4대강 사업 와중에 죽은 물고기 65만 마리, 그리고 생태계의 분해자인 균과, 사회적 분해노동자라 할 수 있는 청소노동자의 운명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마치 이 책의 저자가 인디언 추장이고, 나는 철없는 개척자가 되어, 놀라운 지혜를 전수받는다는 느낌이었다.

제롬 셀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에 주인공 홀든이 '책'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정말 좋은 책은, 책을 다 읽었을 때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는 책이다."

이 책이 그런 책이다. ^^

앗..빼먹은 말>
이 책은 전체가 압권이다. 1부부터 3부까지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여의주에 해당하는 부분을 말할 수는 있겠는데, 2부 2장 <성찰과 전망, 진보정당 안에서의 녹색정치>이다. '한국 진보정당의 녹색정치사'가 33페이지에 압축되어 있다. 다른 어느 곳에서도 진보정당 전체 역사를 관통하면서 녹색정치를 통찰하는 서술을 본 적이 없었다. 이 부분만 따로 떼서 관심있는 사람들과 세미나를 해도 좋을 내용이다.

#이현정 #다시원은닫혀야한다 #우수과학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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