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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자의 상속녀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6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엘리스 피터스 지음 |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출판
이 작품은 중세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엘리스 피터스의 대표작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열다섯 번째 권으로, 캐드펠 수사의 오랜 독자들에게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매력을 선사한다. 배경은 여전히 12세기 슈루즈베리 수도원, 그러나 이번에는 ‘이단’이라는 주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야기는 성지 예루살렘에서 죽은 리드우드의 윌리엄의 시신이 조용히 슈루즈베리로 돌아오며 시작된다. 윌리엄을 모시고 순례를 다녀온 서기 일레이브는, 고인의 유언대로 그의 양녀 포추너터에게 지참금이 담긴 상자를 전달하고, 수도원에 안장을 요청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경건하고 조용한 절차처럼 보이지만, 곧바로 신학적 갈등이 등장한다.
고인과 일레이브가 가진 ‘신념’은 당시의 정통 교리로부터 미묘하게 벗어나 있었고, 이를 두고 한바탕 해프닝이 벌어진다. 다행히 캐드펠과 수도원장의 중재로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만,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레이브의 귀환으로 자리를 위협받게 된 현 서기 올드윈이, 그를 이단으로 고발하면서 긴장은 다시 고조된다. 그리고 불안감은 곧 현실이 되어, 올드윈은 어느 날 시신으로 발견된다.
살인은 누구의 짓일까? 지참금 상자 안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 있었던 것일까?
이 작품은 시리즈 중에서도 유독 이단, 교리, 신앙에 대한 논쟁과 고뇌를 심도 깊게 다룬다. 삼위일체 교리, 유아 세례, 연옥의 개념처럼 당시로서는 민감한 주제들이 등장하고, 독자는 그것이 중세인의 삶에 어떤 실질적 공포로 작용했는지를 체감하게 된다.
이 시리즈의 꾸준한 강점이기도 한 여성 캐릭터의 주체성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다. 포추너터는 수동적인 상속녀가 아니라, 자신의 삶과 재산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당시 사회 구조가 여성에게 얼마나 많은 제약을 가했는지를 감안하면, 그녀의 태도는 놀라울 정도로 분명하다. 또한 이 작품은 여성 캐릭터들을 대상화하거나 소비하지 않고, 그들 나름의 시선과 입장으로 존중해주는 태도를 유지한다. 그 덕분에, 현대의 여성 독자들조차도 억지로 이해하려 애쓸 필요 없이 서사를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다.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 역시 기존 시리즈보다 속도감 있고 드라마틱하다. 캐드펠의 지혜와 휴의 신중한 수사,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실을 드러내는 순간의 긴장감이 특히 인상적이다.
매 권마다 성녀 위니프리드가 등장하는 이 흐름은 작지만 확실한 ‘시리즈만의 유머’이자, 캐드펠을 캐드펠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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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지만 성실히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