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모를 뿐 - 숭산 대선사의 서한 가르침
현각스님 엮음 / 물병자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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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게 한 독서를 하였다. 그간은 어떤 책을 읽어도 오랫동안 빠져들지 못하고 뒤적이는데 그쳤었는데 말이다.

선사님은 말씀하셨다. 슬프면 슬퍼하고 기쁘면 기뻐하고 노여우면 노여워 하라고.. 그저 그렇게 할뿐 마음을 느낌을 점검하지 말라고.. 중요한건 슬픔이, 기쁨이, 노여움이 끝났을때 평상심으로 돌아와 나아가는 일이라고 말이다. 내가 남을 위해 무얼 할 수 있나 생각하고, 진정한 자신을 찾고, 모른다면 그 오직 모를뿐인 마음으로 정진하라고 하셨다.

그간 나는 많은 이들을 향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왠지 손해보는것 같고 나만 힘들고 불행한것 같아 화가났다. 하지만 나의 불행은 실존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의 마음, 나의 에고가 만들어낸 허상이라는걸 알았다. 나의 이기적인 마음이 나를 괴롭고 힘들게 만든것이다.

불교에서는 나와 너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내가 너이고 너가 나이다. 그렇다면 너와 나를 분리해서 생각해 나를 위해 살려는 이기적인 마음을 갖는게 무슨 의미일까? 아직은 모르겠다. 그래 모르겠다. 사실 모를뿐인 마음으로 정진하라는 말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명심하자. '나-나의-나를'을 만들지 않기로 말이다. 내몸, 내옷, 내음식, 내차, 내집, 내가족...

나는 없다. 내가 없으니 너도 없다. 그저 할 뿐이다. 독서를 할땐 그냥 책만 읽자. 청소를 할땐 그냥 청소만 하자. 마음을 점검하지 말고 평가하려 들지 말자. 오직 모를뿐인 마음.. 이 마음으로 그저 할 뿐으로 정진하면 언젠간 진리도 알게 되지 않을까? 아직도 숭산선사님의 말씀이 내가슴속 황홀함으로 남는다.

-허공처럼 맑은, 오직 모를뿐인 마음으로 곧바로 나악, 완전히 '나'를 버려 당신의 참된 '나'를 얻어, 일체 중생츨 고통에서 제도해 주시길 빌어 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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