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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아버지를 부탁해
김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4년 3월
평점 :
책의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님의 추천사가 나와서 도대체 무슨 에세이길래 이런 분의 추천사가 실린 걸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제목에 ‘우파 아버지’가 나오길래 정치적 성향을 많이 띄고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정치적 성향도 성향이지만 70대 아버지를 간병하게 된 시작부터 현재까지 돌봄 노동을 둘러싼 가족 간의 갈등과 의료 현장의 모순, 그 모든 걸 나서서 해결하지 않는 사회의 부조리함을 뼈저리게 느낀 저자의 경험담이다.
나는 아직 돌봄 노동을 경험해 보지 않았지만, 인구의 20%가 노년층인 현대사회에서 돌봄 노동은 이제 우리의 가까운 미래이다. 더 이상 남의 일로 치부하며 외면할 수 없는 내 부모의 일이며 나의 일이고 우리 가족의 일이라는 생각이 확 와닿았다. 그래서 너무 감사한 직업임에도 배짱부리듯 제멋대로인 요양보호사들에게, 또한 역시 너무 감사한 직업임에도 환자의 차트 조차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진료를 하는 의사들에게, 환자에게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도 하지 않는 요양병원에 덩달아 화가 났고 의사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오랜 기간 전원하지 않는 이야기에 쓴 침을 더러 삼켰다.
나라면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가족의 일이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예민스럽게 쫓아다니며 하나하나 따져 묻고 싶지만 또, 가족의 일이기에 내 가족을 돌보고 치료하는 요양보호사나 의사, 병원에 함부로 따져 묻지도 못할 노릇이니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태로 아주 깊은 우물 속에 갇힌 느낌일 것 같다. 아버지의 가슴팍을 받침대 마냥 쓰며 차트를 적는 아버지의 담당 전공의를 보며 내가 화를 참을 수 있을까, 그것도 아니면 아버지를 치료하는 그에게 버럭 화를 낼 수 있을까. 마음이 답답해졌다. 아득한 답답함에 눈물이 났다.
우물처럼 아득한 현실을 살면서도 저자는 아버지를 살뜰히 돌보고, 멀어진 가족들의 사정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고양이를 기르고, 글을 쓴다. 울고, 화내고, 허망도 했다가 또 웃는다. 지금 당장 이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무언가를 우리가 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기록하고, 꼬집어 알려 주며 살아나가다 보면 볕이 뜨는 날은 아니어도 구름이 가시는 날 정도는 오지 않을까 응원을 보낸다. 저자에게, 그리고 곧 다가올 우리의 미래에게.
'메디치 미디어 출판사' 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