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쁨 받으려고 태어난 게 아니다 - 개정판
김현진 지음 / 이다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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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씀으로써 나는, ~ 하며 치솟는 감정을 조절하고 상황을 정리해서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 서도록 노력해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려 든다.

 

어릴 적엔 일기장을 친구처럼 이름 지어 부르면서 나의 모든 감정을 쏟아붓곤 쓰레기 버리듯 탈탈 털어 냈었다.

사람 친구랑은 달리 내게 어떤 반박도 요구도 없이 곁을 지켜줬기에 큰 굴곡 없이 지금껏 살아왔던 듯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만의 글이었기에 거침없이 썼을 뿐, 보여주기 위한 글이었다면 가식과 숨김이 섞였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거침없는 이야기들이 나는 놀라웠다.

상처를 드러낼 수 있다는 건 내 안에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단 의미일 테고, 포기든 치유든 어느 방향으론 결론에 도달했단 뜻이기도 할 테니까!

 

 

도입 부분에 된장녀, 김치녀...라고 적힌 부분들을 읽으며 그런 게 있었나? 했었다.

세상을 이기적으로 산 편이라 나와는 상관없을 법한 것들엔 터럭만큼의 관심도 주지 않았고,

남들의 시선에 예민하게 얽히지 않으려 의도적으로 노력한 탓에 시류에 크게 영향받고 살지 않아서 몰랐던 사실이었다.

하지만 읽다 보니 아~~ 풍월로 흘러 들은 기억이 나지 뭔가. ㅋㅋ

 

그런가? 가볍게 여겼던 부분을 이렇게 조목조목 짚어 읽자니, 그렇겠네~ 괜스레 동조 됐다.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공간, 그게 갖고 싶어서 차곡차곡 적금을 들면서도 언제 원룸이나 오피스텔 작은 거라도 살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강릉이나 동해 쪽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자리한 오피스텔 하나를 사뒀지~ 이런 말을 들으면 어찌나 부럽던지...

그런 걸 누가 나한테 상속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시름만 깊다 보니 샘도 나고 괜스레 틱틱 거리게도 됐다. 아마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어 공감 됐던 것이다.

 

 

슬펐다, 내 몸이 성적인 도구로 전락하고 그게 싫어 스스로를 학대한 과정들이.

성추행 관련 미투 이야기에 배우자와 연인 등에게서 겪은 폭력성과 호구 취급은 여성이란 사실에 화가 날 정도였다.

성을 떠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존엄이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고 누구도 끼어들지 않았단 사실에 절망했다.

 


극소 저체중아로 태어났던 울 작은 애,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유치원까지 울타리가 되어 줬던 상황들이 갑자기 사라져 참 힘들어했었다.

작고 약했던 탓에 타깃이 되어 휘둘림 당했지만 내겐 말 못 했고, 반 친구들은 모른체했고, 담임샘은 오히려 늦된 아이를 윽박질렀다.

핸드폰과 책가방을 모조리 잃어버렸다 했을 때 그걸 어떻게? 의문을 가지면서 아이가 처한 상황을 알게 됐지만 학교 측에선 아이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정서발달장애 등의 이유를 들이대며 심리 상담을 강요했었다.

아이를 차분히 바라보면서 보이기 시작하는 부분에 절망했고, 아이가 죽자 살자 덤벼들며 엇나갔던 모든 부분들에 대한 이해가 됐다.

내가 버겁고 힘들어 짜증 내며 외면하고 방치했던 시간들이 아이에겐 차곡차곡 상처와 고통으로 쌓였을 걸 생각하니 부모 됨이 마냥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님을 인식하게 됐다.

 

사랑의 매란 건 없다. 화풀이 대상이 됐을 뿐이다.

내 뜻대로 휘둘러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분풀이인 셈이다.

차분히 아이와 대화로 풀어갔어야 했는데, 첫 매듭을 잘못 짓다 보니 자꾸 엇갈리기만 하는 상황들이 저자의 글로써 더 아프게 다가왔다.

 

 

평범? 보통? 그 범주엔 들어야 세상살이가 퍽퍽하지 않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뱁새인 내가 황새를 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지듯, 힘들어 헥헥 거리다 맘대로 되지 않아 울부짖다, 벌어지는 간극에 절망에 빠지곤 했다.

보통의 범주가 쉽지 않음을 살아보니 알겠는 거다.

 

그래서 이젠,

세상의 잣대를 내게 들이밀지 않고 나의 잣대로 세상과 타협하며 살기로 했다.

내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 및 식이조절, 운동을 맞춰 하는 건 상관없지만 세상의 기준인 쭉쭉 빵빵에 들기 위한 시도는 싹부터 잘랐다.

내 능력과 한계치를 제대로 파악해 넘기 힘든 벽을 뛰어넘으려 애쓰기 보다 나를 닦달할 범위 내에서 나아지기 위한 노력을 쉼 없이 하려 든다.

세상을 사는 건 그들이 아닌 나 자신이기 때문에 기준을 명확히 세워 휩쓸리지 않을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아 나 도넛이었구나, 쏭 뚫린 구멍으로 마음이 사정없이 새고 유혹에 흔들리며 내가 갖지 못한 것에 갈증을 느꼈던 이유가!'

어찌 이런 비유를 찾았을꼬... 싶은 생각이 들 만큼였다.

 

누구든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지는 못하고

누구나 갈망하며 꿈꾸는 게 존재하지만

그럼으로써 내가 비참함을 느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나답게 살면 그뿐일 테니까~

 

 

평생토록 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다이어트구나... 싶은 생각이 든 건 몇 년 전이다.

통통하게 살집 잡히면 뭐 어때서, 내가 살찌는데 보태준 거 있나? 그런 생각에 아무렇지 않는 척했지만 실제론 내 안에 나를 가둬 놓고 살았었다.

그러다 몇 년 전 건강에 적신호가 오면서 나를 위해서 다이어트를 해야겠단 생각을 했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에이 별거 아녔잖아~ 으시댔었다. 날이 가고 달이 차면서 살이 다시 붙는 걸 느끼자 으악~~ 절규했는데...

 

늘씬이와 뚱뚱이의 한 끼 식사에 대한 입장과 생각들에 헉~

나는 배가 불러도 좋아하는 군것질(디저트)이 나오면 간식배는 따로 있어, 이유 대며 먹는다. 살찔 수밖에 없는 생각을 갖고 살았구나 싶었다.

스트레스 받으면 글로 적거나 걷기 때문에 먹으면서 풀지는 않지만, 맛있는 걸 먹으면 아드레날린이 마구 뿜어지는 느낌은 든다.

 

이렇게 다양한 생각들을 나누고 격하게 공감했다가 분노하며 울분을 토해내며 읽다 보니 질펀하게 수다 뜬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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