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k Miller의 흑과 백

씬시티 1 - 하드 굿바이 ㅣ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Frank Miller 지음, 김지선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7월

지난 주말 미루다가 잊고 있었던 '씬시티' 의 1편 하드굿바이를 주문했었는데, 받아본 프랭크 밀러의 작품은 무척 재미있다. 미국만화, 남자만화의 전형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모자랄 정도로 흥미로움을 보여주는 작가였다.

톤의 사용이 일절 없는 흑과 백만으로 이렇게 거칠고 투박한 표현이 가능하다니. 필시 검게 바탕칠을 하고 그 위로 하얗게 레터링과 붓터치를 했을 것으로 보이는 캐릭터의 묘사는 박진감이 넘친다. 특히 빗속에 선 마브의 모습, 돌로 깍은 바위사내에게 떨어져 내리는 화살비와 같은 느낌이, 마치 그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만 같다. 액션신의 묘사 역시 비범한데, 정지화면을 옮긴 듯한 역동적인 동세와 원고 구획의 테두리를 넘어선 의성어와 의태어를 보고 있자면 마브의 움직임이 얼마나 육중하고 힘이 실렸을지가 가늠이 된다. 

 '하드굿바이'는 영화에서 이미 대했었던 마브와 골디의 하룻밤이야기에서부터 출발한다. 원작을 보고 있으면 절로 씬시티의 영화화가 얼마나 잘 되었는지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무법자들의 도시, 씬시티. 절대선과 절대악으로만 말할 수 없는 모호함들...

마브는 골디의 복수를 다짐하고 싸움으로 운신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어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다. 범죄에 찌든 씬시티(Sin City) 에 어울릴 법한 인물들, 원수들의 피냄새, 하나 하나 골디를 죽인 배후들을 루실과 웬디의 도움을 받아 제거해 나가는 복수의 희열이 화면마다 범람한다.

프랭크 밀러의 이름값의 진의를 엿보고 나니 이 작가의 다음 작품들도 더욱 보고 싶어진다.  글쎄... 앞으로 4권을 더 구입해 보고 나서. 정확한 판단은 조금 더 지난 다음으로 유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