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직 의사 - 어느 보통 의사의 생존기
닥터 키드니 지음 / 파지트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쩌다 의사, 어쩌다 의대 같은 행운으로 얻어진게 아닌

의사면허 발급햇수 14년, 내과전문의 7년차,

집에서는 아이가 기다리고 있고

매달 25일 월급날을 기다리는 봉직의사라고

소개하는 첫 문장을 읽으며

"그래, 우리들은 모두

어쩌다가 지금에 이른 게

분명 아니야."라는 혼잣말을 하며

계속 읽어내려갔다.

 

 

 

이건 무슨 이야기일까?

가만히 읽어보니,

책의 저자가 자신의 초진 차트에

기록된 내용을 보여준다

의사가 되자마자 시작된

저자의 고통의 첫 공식적인 기록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내원할 때

차트에 기록되는 것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한 몇 가지뿐이다.

 

 

이번에는 어떠한가.

느낌이 사뭇 다르다.

그녀와 함께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변기를 옆에 끼고 화장실에서 잠들고 싶다는

그 의미를 떠올리게 된다.

나도 한때, 복통으로 괴로워하던

어느 날의 밤들,

이 고통이 언제쯤 끝나게 될까.

제발 좀 고통이 끝나기를

애원하듯 배를 붙잡고

온통 털어 넣은 약에 희망을 갖고,

다음날이면 찾아가야 할 병원과

의사선생님께 모든 희망을 건다.

 

 

의사도 사람이다.

의사이면서 환자인 당시의 상황을

책을 읽으면서 함께 그 시절이

마치 의학 드라마에서 자주 보는 듯한

장면과 겹쳐지면서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나라면 내가 그 상황에 처했다면

나는 어떻게 환자로서 의사의 책무를

다할 수 있었을까 싶다.

 

 

 

책의 저자 이름이 닥터 키드니여서

처음에는 놀랐고,

내가 아직 미처 알지 못하는 활동명으로

여러 공간에 글로도, 영상으로도

활동하고 계시는 작가님을

상상할 수 있었다.

이 모든 활동이 개인의 목적이라기 보다

한 환자와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에

내가 쓰는 글에 대해서도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나의 글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행복한 자신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도 일상 글을 쓸 때나,

서평을 쓸 때에도

나의 진심을 담아본다.

지금 나의 부캐는 공작가,공감씨 이다.

나도 나의 부캐로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

 

닥터 키드니 이 책의 저자의

진심을 담은 이 책과,

각종 저자의 글과 영상도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니 왠지 내 마음도 포근해지는 것 같다.

 

 

 

누군가를 위한 일이지만,

결국은 나를 위한 일이 되었다.

이 말에 무척 공감한다.

 

 

닥터 키드니의 건강한 잔소리를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나도 조금 깊이 새기게 되었다.

건강을 위한 노력,

나도 어쩌면 늘 지금의 건강을

유지할 거라 막연하게 믿으며

미래에 닥쳐 올 병을

예방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위한 노력 중에

건강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다고

책을 읽는 내내

반성하며 다짐해 본다.

 

 

 

처음으로 정리했던 환자의 죽음 앞에서

가슴에 정박하고 만 그 경험이

이후의 환자들을 진료하며

베푸는 마음과 의술로 이어지고 있다.

내가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는 것도

내 심장이 힘차게 뛰어주는

덕분이라는걸,

자주 잊는다.

지금 당장! 시작하라는 문장이

갑자기 페이지에서 튀어 올라

내 시선을 붙잡았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기준으로

달릴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는

저자의 말에

왠지 다정한 위로를 받는다.

괜찮아.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아.

심장이 뛰는 일이 무엇이든

운동이 된다고 말해주는

다정한 말이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

그래, 무엇이든 심장이 뛰는 일을 하자!

무거운 발걸음을 이기고

내 심장이 뛰는 일이

무엇이든

나는 오늘도 힘차게 뛰는

내 심장과 만나야지!!

 

모든 일은 우연히 일어나고,

우연은 운명이 되는 일이

종종 우리 삶에서,

타인의 삶에서 있다.

"만약에"라는 가정은

예상치 못한 불행을 위로해 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를

떠올리며 삶을 살아가기를

선택하고 싶다.

 

 

의사도 한 사람의 개인이고,

환자일 수도 있다.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고,

평범한 일반 직장인처럼

월급날을 기다린다.

누구냐에게 찾아올 수 있는

질병의 고통은

병을 잘 아는 의사에게도

병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일반인에게도

똑같이 찾아온다는 것을.

나의 삶에 찾아오는

많은 불행들을 마주하면서

어떤 마음으로 삶을

대해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다.

편안하게 대화하듯 읽히면서도

다정한 위로와 공감을

얻는 시간이었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