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랩소디, 빈티나지 않고 빈티지하게
이솔잎 지음 / 푸른문학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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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소디(Rhapsody)의 뜻을 살펴보면

형태가 불규칙하고 즉흥곡인 것 같은 기악곡이라는 뜻이 있고,

그리스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쉬지 않고 낭송하는 서사시

의미한다고 합니다.

 

 

흔히들 떠올리는 대표적인 것은

영국의 유명 록 밴드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곡이기도 하죠.

 

 

마흔의 랩소디라

제목부터 신선하고 흥미롭습니다.

 

내 나이 마흔에 가까워졌을 때의 마음에

잠시 접속해 보았습니다.

 

나는 그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학생이던 시절에는 막연히 40대에 대해서는

어른 중에 어른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내가 바라본 주변 어른들이 모두 40대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의 40대인 저도 그렇지만,

많은 주변인들을 바라볼 때,

예전의 그 나이대의 느낌이 들지 않으니

우리는 거꾸로 나이를 먹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 대신 다른 무엇을 우리가

갖게 되는 걸까요?

 

 

p33 에 아주 익숙한 시가 한편이 소개되고 있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낭송을 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었는데,

우리가 잘 아는 배우 공유의 낭송이었다.

시가 당시에도 참 인상적이고,

오래 생각하게 하는 시여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책의 한 페이지를 할애해서

소개된 이 시는

 

나 자신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보게 하였다.

 

나는 누군인가?라는 원초적 질문에

"나 공감씨는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한 번쯤은 죽 정의 내려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로 알고 있었던 많은 것들이

나의 본질이 아님을 다시금 깨우치게 되는

시 한 편을 감상해 본다.

 

 

 

아닌 것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입는 옷의 크기도 몸무게나

머리 색깔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이름도

두 뺨의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당신은 아침의 잠긴 목소리이고

당신이 미처 감추지 못한 미소이다.

당신은 당신 웃음 속의 사랑스러움이고

당신이 흘린 모든 눈물이다.

당신이 철저히 혼자라는 걸 알 때

당신이 목청껏 부르는 노래

당신이 여행한 장소들

당신이 안식처라고 부르는 곳이

당신이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당신 방에 걸린 사진들이고

당신이 꿈꾸는 미래이다.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신이 잊은 것 같다.

당신 아닌 그 모든 것들로

자신을 정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는

 

에릭 헨슨

 

 

 

흔하게 말하는 빈티지는 최상의 상품 상태를 말하며,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그 가치가 더 발하는

특정 연대의 물건들을 빈티지라 부른다.

대표적인 예로 와인을 이야기할 수 있는데,

무조건 오래되어서 가치가 있다는 게 아니라,

 

가치를 지닌 것이 겹겹이 쌓여가는 시간 안에

더 깊은 숙성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시간과 더불어 그 고유의 맛과 멋스러운 향을 갖추는 것이다.

 

 

와인만이 아니라, 사람의 경우도 그러하다.

 

인생의 무르익음은 그저 나이만 들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나이 자체의 숫자만이 아닌, 그 숫자가 더불어 더해질 때

가치를 발하는 이치이다.

 

와인처럼, 가치를 겹겹이 쌓여가는 시간 안에

더 깊은 숙성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의 삶에서 그만의 환경을 갖추어

시간과 함께 빈티지하게 변해가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나이 들어가고 있는 걸까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었다.

 

 

 

 

 

 

 

 

양들은 목초지가 바뀌거나 계절이 바뀌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저 눈앞의 물과 먹이에만 집중한다. 또 눈이 몹시 나빠서 사물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어슬렁거리는 게 사람인지

양인지 늑대인지도 모르고 따라다닌다.

인간이라고 다를까? 눈앞에 보이는 먹고사는 문제에만 매달리다 보면

세상을 보는 시력을 잃고 만다. 보이지 않으니 일상에 불평불만만 가득하다.

(p47)

 

 

 

 

 

 

자연을 통해, 사람을 통해, 때로는 사물을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그 길을 읽기 위해서는 들여다보는 민감한 촉이

필요할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찬찬히 들여다보는 연습을 해보자.

마음이 가는 곳에 보물이 있다고 했으니.

(p48)

 

 

 

 

우리는 삶에서 나의 삶의 주인공으로 인식하지만,

실제로 살아가는 모습에서는 주인으로 살아가지 못할 때가 많다.

 

다른 누군가가 내 삶의 주인공으로

나와 자리를 바꾼 채,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모르고

우리는 우리 삶의 주인 자리를 쉽게 내어주고 산다.

 

무엇이 중요하냐고 별일 아니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나의 삶에서 내가 주인이라는 의식이 빠진 채

살아가게 되면 나는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에서

가치를 발견하거나 내 삶의 반짝이는 순간을

느끼고 경험할 수 없게 된다.

 

 

나이 마흔에 접어들며 그동안의 나의 삶의 방향과

태도에 대한 돌아보기가 필요한 때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지금껏 달려왔을까라는 질문을

내 안에 품은 채, 나는 그 답을 즐겁고 유쾌한 방식으로

찾아 나서자!

 

 

 

내가 바라는 대로 인생은 흘러가지 않지만,

또한 꼭 그 일이 나에게 불행한 일이지만은 않다.

 

행복과 불행은 한 끗 차이여서,

나는 나의 삶의 모든 일들에서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에 따라

그 일은 나에게 행복한 일이기도 하고,

불행한 일이 되기도 한다.

 

 

 

나는 내가 마주하는 일상이 때로 어둡고 흐리지만,

그 순간에도 나는 빛의 순간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 시선은 나에게만 존재하며,

내가 빛으로 바라볼 때,

어두움은 걷히고 빛으로 변해간다는 진실이다.

 

 

 

나는 나로 존재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

 

우리는 서로 다르며, 결국 우리는 똑같은 생각을

할 수 없는 존재로 태어났다.

 

나의 다름을 특별하게 여기고,

그 다름에서 내 삶의 보석을 찾아내자.

 

나는 그 보석으로 행복해진다.

 

 

 

 

마치 햇살이 부서지듯,

환하게 웃음 짓는 작가님의 모습이

떠올라서

책을 읽는 내내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책이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이솔잎 작가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중

 

문장을 다시 나에게 들려주며

마칩니다.

 

 

 

마흔, 무더운 여름의 절정을 살아가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나의 '밝음'을 확산시키는 일이다.

그러니 많이 웃고, 감탄하며,

스스로 반할 일들을

계속해 나가고 싶은 사람들

 

여기 여기 모여라~~~~~

 

 

 

지금부터라도 우리,

DO IT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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