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십우도 여행
오강남.성소은 지음, 최진영 그림 / 판미동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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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 우리 지역 무등산 역사해설 코스를 우연히

발견하고 신청해서 다녀온 적이 있다.

무등산에 증심사라는 절이 있는데,

증심사에 오랜만에 들어가

절을 둘러보고, 불화에 대해서

해설을 듣게 되었다.

십우도에 대해서 그때 처음으로 접했던 기억이 난다.

쉽게 설명해 주시는 덕분으로

단순히 불화로만 여겼던 나에게 십우도라는 그림은

꽤나 인상적인 장면으로 기억된다.

소를 찾아 나서는 소년의 이야기

그 장면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의미들이

나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기억이 깊이 남겨진 덕분이었을까?

<나를 찾아가는 십우도 여행>이라는

책 제목을 듣는 순간,

날 만나러 와준 것만 같은 착각마저 일었다.


진짜 나로, 나답게 살고자 애쓰는

모든 '소신이'에게 드립니다

라고 첫 장에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넨다.

소신이라는 호칭이 꽤나 마음에 든다.

우리는 각자 자신들이 삶에서

모두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모든 선택들은

우리 자신의 결정이고,

그 자체가 우리 자신이 된다.


왜 나를 알아야 하는가.

저자는 길을 간다고 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의식의 발달 단계를 거쳐 목적하는 경지에 다다른다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동서를 막론하고 자신을 찾아 나서는 길을

모두가 찾고자 했다.

누구나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묻고 답하며 인생을 살아간다.

지금까지의 나 말고, 오래전부터 나를 기다리는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길을 나서기 바란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주인공이 되는 근사한 여정이

벗님을 기다린다고 말이다.


아는 게 힘이라면

우리에게는 이미 많은 힘이 있지만,

그것을 사용할 줄 모른다면

무용지물(無用之物)일 뿐입니다.

쓸 줄 모르는 힘은 무지(無知)입니다.

무지는 불안과 결핍, 불필요한 고통으로

삶을 훼손합니다.

힘 중에서도 가장 센 힘,

진정한 힘은

'나를 아는 힘'입니다


<나를 찾아가는 십우도 여행>중에서


나는 이 구절에서 공감했다.

사실 나 자신에게는 많은 힘이 있다.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사실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는 힘부터, 갖고 싶어 하는 힘,

나에게 없는 것에 대한 불안, 결핍

이런 것들로 나 자신이 갖고 있는 힘에 대해

더 사용하지 못하고

쓰지 못하고 결국  삶을 훼손한다는 것에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어린 시절 자아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한 중학생 시절부터

줄곧 물어왔던 질문,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계속 삶을 통해 얻고 있음에도,

쓸 줄 모르는 무지에 갇혀 있는지도 모른다.


십우도(十牛圖), 10장의 소 그림을 통해

목동이 소를 찾아 나서서

소를 발견하고 다시 사람들에게로 돌아오는 경험을

그리고 있다.

선불교에서 선(禪) 체험을 통해 참 나를 찾는 과정을

소 찾는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더 나은 삶을 원하고, 더 나은 내가 되고자 마음을 내었다면 이미 수행을 시작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견적(見跡),얼핏 '진짜 나'의 흔적을 본 사람은

이미 수행자다. 나만의 행복을 빚는 아름다운 여정에 초심자의 행운이 잇따르기를, 의식의 변화를

구현한 메타 노키아의 주인공으로 거듭나기를!

"내가 누구인가를 아는 것,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나를 찾아가는 십우도 여행> p71


우리가 늘 우리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알고자 하는 이유이다.

더 나은 삶, 더 나은 나

우리가 원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내가 주인공인 삶에서

지금의 나에서 더 나은 나로

늘 성장해가고 싶은 것이 우리이기 때문이다.

"정신의 행복이란 자신이 겪는 고통을 통해

자신의 앎을 증대시키면서 스스로 생명 속으로

파고드는 것이다. 나는 사랑한다.

상처를 입어도 그 영혼의 깊이를 잃지 않는 자를."


<나를 찾아가는 십우도 여행>p200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여러 행복 중에

가장 큰 행복은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정신의 행복이다.

나의 삶의 여정에서도 어떠한 과정에서도

내 영혼의 깊이를 잃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나는 나에게서 출발하여 평생을 여행하고,

결국은 나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근원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왜 떠났을까? 떠나기 전에는

근원을 찾기 위해 떠나고 묻는다.

그리고 그 과정을 거쳐 먼 길을 돌고 돌아,

우리는 다시 처음의 그 자리에 돌아와서 서서

다시 묻는다.

내가 떠난 이유를, 그리고 돌아온 이유를..

나를 이해한 사람, 그는 축복받은이다

나를 깨달은 사람, 그는 더욱 축복받은이다.

나에게 돌아온 그에게 세세 무궁토록

축복 있으라.


<나를 찾아가는 십우도 여행> p246


사랑은 그렇게 가능하다.

인간 존재의 모든 문제는 사랑이며,

해답도 사랑에 있다.

사랑으로 나고, 자라며, 온전해진다.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뿐.

사랑이 회향(廻向)이다.


<나를 찾아가는 십우도 여행>p269


우리 인생에서 모든 문제는 사랑에서 출발하고,

결국 사랑에 해답이 있다고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전혜린 작가의 에세이 한 구절처럼,

타자와의 존재에서 이해, 공감, 감사만이

우리 사이에 존재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사랑을 통해 우리는 모든 인간의 문제들의

답을 구할 수 있다.

어렵고 쉽지 않은 길이나,

사랑으로 귀결되는 우리의 삶이라

얼마나 아름다운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10장의 불화는 아니지만,

십우도의 그림을 보며

한 장 한 장 그 의미를 떠올려보며

책의 말미에 다다르고 나니,

마음이 꽤나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저자는 여행을 마치며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십우도, 긴 여행을 다 마치셨군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어서 오세요."라고 말이다.

바쁜 우리의 삶 속에서

우리는 쉼보다는 그다음의 여정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고요한 정신에 깃든 고요한 쉼을 맞이해보자.

십우도 여행을 통해

우리 자신의 여정이 내내

사랑으로 가득한 여행이기를 바라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이며,

주관적인 견해를 담은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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