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코트를 입은 남자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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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코트를 입은 남자라는 제목이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빨간 코트를 입은 이 남자 누구일까?

사뮈엘 포치라는 남자에 대해

책을 읽기 전부터 몹시 궁금해졌다.

표지부터 액자 안에 있는 이 그림을 연상시킨다.

무심한 듯 왼손은 허리에 걸쳐있고,

오른 손가락은 심장에 닿아있는 듯,

젊은 이 남자에 대해 저자 줄리언 반스는

1885년 6월 프랑스인 세명이

런던에 도착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왕자, 백자, 그리고 이탈리아계 성을 가진 평민

바로 닥터 사뮈엘 포치가 이들 세명이었다

화제인 포치는 서른다섯 살이고, 잘생겼고,

턱수염을 길렀고, 자신 있는 표정으로

우리의 오른쪽 어깨너머를 응시하고 있다.

저자는 빨간 코트가 핵심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점차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이 그림에서 핵심에 가까운 것은 무엇일까?

두 손에 집중한 저자는 이 남자가 의사,

외과의사이자 부인과 의사였음을 언급하며

두 손 때문에 미묘하고 복잡해진다고 적고 있다.

Belle Epoque (벨에포크 시대.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뜻으로

1871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 서유럽이 평화와 번영을 누리던 시기)시대로 회고하는

당시의 유럽, 영국과 프랑스의 당시 시대상과,

그림과 글로 남겨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지금은 이해되지만, 당시에는 이해되지 못했던 작품에 대한 시각들,

영국과 프랑스인들의 특성들,

정치적 불안정과 위기와 추문으로 가득했던 숨은 이야기들이

사뮈엘 포치라는 인물을 통해 쏟아져 나온다.

당시에 책을 쓰고,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글도

시간이 가면서 변한다. 읽은 독자가 다르고,

독자도 계속 진화하며 변한다.

처음 그 책을 쓴 저자의 의도도

독자의 몫에 다양하게 변화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벨에포크 시대의 이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퇴색한 앨범을 열어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바라보는 것은

그들을 통해 과거의 그들의 삶을 알고,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통찰하고자 함이다.

저자는 "쇼비니즘은 무지의 한 형태다."라는 포치의 말을 인용하며 

 현재의 영국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을 과감히 얘기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비관적이기를 거부한다. 사뮈엘 장 포치라는 인물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의학, 예술, 책, 여행, 사교, 정치 등으로 채웠던 그를 영웅으로 바라보고 있다.

몽테스키외가 포치가 죽은 뒤 그의 회고록에 담긴 글을

남겨본다.

나는 포치만큼 유혹적인 남자를

만난 적이 없다.

내가 본 그는 언제나 미소를 짓고,

온화하고, 비길 데 없는

자기 자신의 모습 그대로였다.(...)

나처럼 남을 불쾌하게 하는

귀족적 쾌감에 몰두하는 사람에게

한 남자의 한결같은 미소를

보는 것은 교훈이 되는 일이었는데,

그는 그 미소를 아주 잘 활용했으며,

그것을 무덤까지 가져갈 사람이었다.

포치는 남을 유쾌하게 하는 기술이 있었고,

그 점에서는 아무도 따를 자가 없었다.

<빨간 코트를 입은 남자> p117

벨에포크 시대의 여러 인물들과 당시 이야기들이 끝없이 펼쳐져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던 책이었다.

그러나, 책을 놓지 않고 끝까지 읽고 나니,

조금은 당시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포치는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으로, 영웅으로,

좋은 친구로, 의사인으로서 남았다.

또 누군가에게는 원치 않는 사람이었다.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을 모두 알게 된다고 해도

우리의 모든 면을 알 수 없다.

포치의 삶도 단편적으로 이해한 것일 뿐,

우리의 삶도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그러할 것이다.

다만,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에서나,

나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인생의 주인으로서

몽테스키외가 언급한 포치처럼,

자기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빨간 코트를 입은 남자>는

여러 인물들의 삶을 동시에 한편의 드라마처럼

보고 난 기분이 든다.

나는 어떠한 인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게 되는 책이다.

다산북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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