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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만나는 신뢰의 즐거움 -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는 신뢰로의 여행
알폰소 링기스 지음, 김창규 옮김 / 오늘의책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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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그들이 나 자신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사회적 지위나 몸동작, 복장, 그리고 머리 모양 등을 상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자주 깨닫는다. 그들이 인식하는 것은 미국인 교수일 때도 있고, 고급 식당의 잘 차려 입은 손님일 때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보는 이미지 속에는 진정으로 생각하고 자유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나 자신은 따로 있는 것이다. (머리말 내용中)

 



  여행을 하며 진정한 '나'를 발견했다는 여행담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접해본 듯 하다. 사색을 즐기거나, 인생의 굴곡을 맛본 뒤 무언가를 정리하고자하여 어떠한 시기에 뛰어든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경험담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님을 느끼게 되고, 또한 입에서 입이 아닌 책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길 위에서 만나는 신뢰의 즐거움>은 그러한 책들 사이에서도 특이한 형식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읽는 동안 점차 무게감이 느껴졌다.
  이 책의 저자는 이곳저곳 각지를 돌아다니며 그곳에서 바라본 사람, 문화, 조형물 등을 통해 저자 본인만의 의미로 재해석한다.

  대부분 낯선 공간과 낯선 것들 뿐이어서 한번씩 자료찾기를 시도해야 할 때도 많았다. 아라오유안과 통북투는 어느 곳일까? 아프리카 '말리'에 있는 도시 통북투와 통북투보다 더 오래된 역사를 지닌 아라오유안. 이 곳은 통북투와 타우데니에 있는 소금광산의 중간 지역으로 지금은 낙타에 소금을 싣고 운반하는 사막 상인들인 '아잘라이'들이 하룻밤 묵고 가는 숙소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라오유안은 성스러운 장소이기도 하다. 율법학자들은 아라오유안으로 와서 이곳에 살고 있는 성자를 연구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율법학자가 저자에게 내어준 3개의 민트차에 대한 내용에서, 성경속 율법학자들의 모습을 잠시나마 떠올려 볼 수 있었다.
아라오유안에 도착! 율법학자는 숯이 담긴 작은 화로와 찻주전자를 늘어놓았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뒤에 3개의 제식용 잔에 민트차를 담아 내주었다. 첫 번째 차는 죽음처럼 썼다. 두 번째는 삶처럼 부드러웠고 세 번째는 사랑처럼 달콤했다. 하늘에는 달이 없었다. 모래 섞인 연무가 밤을 뒤덮고 있어 별빛도 희미했다. -p.21
  노리아의 노래는 또 무슨 노래일까? '노리아'는 이스라엘의 거대한 물레바퀴를 말한다. 이곳에서 저자의 시선 덕분에 노리아의 노래에 대해 잠시나마 감상을 시작할 수 있다. 리아가 강물을 퍼올리면 물레바퀴의 축들이 노래를 부른다. 풍부한 성량의 베이스톤의 노랫소리는 좁은 음역을 오르내린다. 이 노래는 명상적이기 때문에 한번 듣기 시작하면 군중의 소란이나 도시의 차량들이 야기하는 소음에도 묻히지 않고 생생히 살아 있다. -p.33 그렇게 하나하나 저자가 내어주는 기쁨에 대해 받아읽고 있을 때 즈음, 나는 다시 맨 앞장으로 돌아갔다. '신뢰'를 저자는 어떻게 해석하는걸까? 용기와 신뢰는 공통점이 있다. 용기와 신뢰는 심상이나 개념을 대하는 태도의 한 종류가 아니다. /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를 신뢰한다는 것은 알고 있는 지식을 넘어서서 진저한 그에게 의지하는 것이다." / "신뢰란 대담하면서도 아찔하고 탐욕스럽다." 라고. 그렇게 다시금 하나하나 사물에게서 오는 신뢰, 풍경, 사람, 그리고 그들의 삶에서의 신뢰의 의미를 음미해보다보니, 어렵게 느껴지던 저자의 철학적 담론들이 철학에서 벗어나 세상사, 그들과의 소통, 자신과의 소통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고리들'이란 부제에서 엮어진다. 저자가 뜻하는 '신뢰의 즐거움' 이라는 의미도 이 안에서 더 가깝게 느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여러 해 동안 카메라 없이 여행을 했다. 사진을 찍으면 내가 소통하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랬고, 과거의 상황과 장면들을 고정시키고 쌓아두려 애쓰는 것은 기만적이며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서 그랬고, 마음만 먹으면 그것들이 진짜 현실이었노라고 돌이킬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다. ..(중략) 그 사람들은 내가 풍경이나 인도의 유적이 아니라 자신들을 기록해 두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었다. -p.76 
   무엇이 되었든 이야기를 담고 있고 시간을 담고 있는 것들, 그 모든 것들을 통해 자신을 느끼고 본연의 것을 바라보고자 했던 저자의 여행담은 '신뢰'와 '즐거움'으로 축약되었지만, 분명 그 이상의 것을 내재하고 있었던 여행담이 틀림없다.
 


진실이란 볼 수 있는 가능성을 넘어선 것을 보는 것이며,

차마 보기 힘든 것을 보는 것이며,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넘어선 것을 보는 것이다.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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