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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한 내 일 - 일 잘하는 여성들은 어떻게 내 직업을 발견했을까?
이다혜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평점 :
태어나는 순간부터 살아오면서 여성에게 선택적으로 호의적인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지속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는 것은 어렵다. 10년 넘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말 좋은 여성 멘토들은 만나기 어렵거나 너무 먼 곳에 있기도 하다.
저자 이다혜는 이 책을 통해 그 거리를 좁혀준다. 연령을 불문하고, 어떤 일을 할까,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몇 년 후 나는 어디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아니다. 일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삶의 방향에 고민이 있을 때 읽어보아도 좋겠다.
정세랑의 소설(시선으로부터)처럼, 모든 여성들이 가슴 속에 절벽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살면서 연대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내가 아주 위급하거나,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 공감받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는지 말이다.정세랑의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낙원을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버틸 연대자를 찾는다는 뜻”이라는 설명은 이 책을 찾는 이유와도 같다. 저자는 우리가 혼자가 아니며, 각자의 머리 위에 있는 유리천장으로 인한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기회를 주는 것 같다. 이다혜 작가의 글을 사실 늘 그래왔다. 그래서 늘 반갑다.
표지를 열어, 목차를 보면 각 인터뷰이의 제목은 하나의 문장으로 이어진다. (( )안은 서평자가 수정) : 못하겠다는 생각은 서랍 속으로 - 좋기만 한 일은 없는 거니까 - 가장 나답고 가장 재미있게 - 안 되면 되는 길로 간다./ 세상은 변하고 파도를 타야 (하지만 흔들리지 말고) - 심드렁하게 계속(하면서) - 가치를 생각하면 멀리 볼 수 있다. 어쩌면 작가가 우리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는 아닐까. 인터뷰이의 입말을 그대로 살려서 전해주는 소리는 일을 대하고 있는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도 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도 또는 지금 하던 일을 계속하는 심드렁함도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으라는 응원의 말로도 읽힌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참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들이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분야에서 여성들이 일하고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여성에게 가능성으로 읽힐 수 있기에 이 책이 의미있다. 각자가 여성으로서 필요이상의 능력을 입증해가면서 지금의 자리에 이를 수 있었지만 인터뷰이들은 공통적으로 여성으로서 겪은 자신의 어려움이 다른 여성들의 그것과 같음을 잊지 않는다. 가끔 성공한 여성들이 나는 “여성운동과 전혀 상관없다”거나,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이라고 수많은 여성들의 어깨를 딛고 올라섰다는 사실을 잊은 걸로 서사를 보여주는 다른 책들과는 다르다는 점 또한 고마웠다. 이는 여성이 여성의 목소리를 들었기에 전할 수 있는 맥락인 것 같다.
인터뷰이별 일을 대하는 태도 중 가장 와 닿았던 목소리를 기록해본다.
아이들을 대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시민으로 존중하는 영화감독 윤가은의 태도 “너 혼자만 그런 거 아니야. 괜찮아. 괜찮을 거고, 괜찮아질거야. 하는 이야기를 저에게 하려고 영화를 만든다는 걸 깨달았어요(41면)”,
이미 뛰어난 기량이 있음에도 동료들에게 끝없이 묻는 양효진 선수의 노력 “경기 끝나면 밖에있는 선수들에게도 제 플레이에 대해 항상 물어봐요(65면)”,
나 혼자 뛰어난 바리스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까지 생각하는 ‘우리’의 확장을 고민하는 바리스타 전주연. “저의 목표는 우리끼리 더 잘하는 게 아니라 산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이우리의 가치를 알아주는 거예요. (97면)”,
경험 속에서 가치를 찾고 성실하게 방향을 찾아가며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가 정세랑, 모험과 실험을 주저하지 않는 경영인 엄윤미. “생각은 양쪽으로 크게 흔들리면서 발전하는 것 같아요(156면)”, “사람들이 다양하게 사는 여성들을 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꿈의 범위가 달라지니까요(164면)”,
학문에서 머물지 않고 세계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가는 고인류학자 이상희. “인간도 인류의 역사 속에서 그 단계에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없어진 세상을 준비하기. 그것은 우리가 멸종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고,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하는 생각이에요.인간은 미래를 생각하고 다음 세상을 생각하니까요(197면)”,
위기의 상황에서 의견을 듣고 싶은 멘토이자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뚝심있는게 중용한거 같다. 뚝심 있게 가다 보면, 어느 경지에 도달해 있는 거지(205면)”
이다혜 작가가 말하듯이 이 책은 인터뷰이의 엄청난 성공담도, 위인전도 아니다. 조금 고개를 돌려보면 만날 수 있는 우리 옆의 여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동료들, 주변의 청소년들에게, 무엇보다 꼭 간직했다가 곧 10대가 될 딸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을 읽고 나니 아이들에게 꿈을 물을 때, 직업이 아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보다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싶은지 지속적으로 나눌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답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려도 괜찮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시간을 겪(40면).”으니까. 그리고 오늘도 “불확실한 내일에 움츠러들지 않고, 확실한 내 일을 찾기”위해 깨지지 않는 각자의 유리 천장 아래에서 분투하고 있는 여성들을 응원하는 든든한 동료가 되고 싶어진다.
***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