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제국 - 거대 기술기업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훔쳤는가
루시 그린 지음, 이영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실리콘 밸리로 상징되는 거대 기술기업의 부상으로 현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색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모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유수의 언론에 기고하는 컬럼니스라고 한다.

이 책은 기술 혁신이 인류의 희망이라는 실리콘 밸리 기업들의 모토를 전반적으로 비판하는 입장을 취한다. 책의 여러 군데에서 실리콘 밸리 기업들이 마치 과거 제국주의 시대에 식민지를 늘려가던 탐욕스런 열강처럼 묘사돼 있다. 읽기에 따라서는 이들 기업이 그려낼 미래 세계에 대해 디스토피아적인 시각이 느껴진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미약해지는 정부의 권력을 대체하는 강력한 힘으로 실리콘 벨리 기업들이 표상돼 있다. 세계를 연결한다는, 표면적으로는 인도주의적인 구호를 외치지만 사실은 순전히 자본주의적인 의도라는 것을 간파해 내는 대목들이 많다. 특히 아프리카에 무료 인터넷을 구축해 주면서 결과적으로는 시장 잠식을 노리는 예와, 스토리가 있는 아주 개인적인 여행 경험을 표방하는 에어비앤비가 사실은 탐욕스러운 기업과 수입을 더 늘리고 싶은 백인 중산층 회원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조합이라는 예가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많은 거대 기업들이 행하는 자선사업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그런 기업들이 민간 재단이 아닌 유한책임회사 방식을 택하는 경우들이 있으며, 불투명한 돈의 세탁장소로도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서술하였다.

책을 통해서 최첨단 거대 기술기업이 표방하는 보다 나은 미래, 연결되는 세계, 막대한 기부로 사회환원을 실천하는 겉모습이 전부가 아니라 그 근저에 지극히 자본주의적이고 계산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였다. 현대 사회의 이면에 고찰해 볼 수 있는 유용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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