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제왕업 - 상.하 세트 - 전2권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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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부 넘는 중국 웹소설 베스트셀러라니 호기심에 읽어 보았다. 무려 상,하권 통들어 1100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이다.

스토리는 전체적으로 중드 고장극에서 봤던 몇몇 궁중 암투물의 익숙한 클리셰가 느껴진다 (주관적일 수도 있다). 이를테면 초절정미모와 능력을 겸비한 여성과 전쟁의 신급인 남성이 주인공이며 난세에서 사랑을 꽃피운다. 여주는 일단 청순하고 지고지순한 것과는 거리가 멀며, 명랑하면서도 머리 좋고 말재주 좋은 스타일이다. 처음에는 천진난만하고 귀한 소녀였다가도 가문의 몰락이나 암투로 인해 풍상과 고초를 겪으면서 모략과 임기응변, 처세술을 완비한 독한 여성으로 변모한다. 남성은 미남일 수도 있지만 강건한 신체의 소유자이며 대체로 지략과 무공이 뛰어나며 연전연승하는 장수다. 여성에게 좀 문약하면서도 아름다운 남성이 있을 수 있으나 대개 첫사랑으로 끝나고 자기만 바라보는 전신(전쟁의 신)인 남성과 결국 이어지는데 중간에 이런 저런 방해 요소와 난관이 있다. 어찌 보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스러운 면이 있다. 또 권력을 좇다 자신을 잃고 미쳐가는 사람들도 필수적으로 등장한다.

이 책도 좀 그런 설정과 비슷하게 펼쳐진다. 책을 읽으면서 시대가 궁금했는데, 여치나 화목란의 언급이 있는 것으로 봐선 적어도 위진남북조 이후의 불특정 난세같다. 황실과 대대로 혼맥이 있는 문벌 세가 왕씨 집안의 천진난만하던 영애 아무(아명)는 신분만 고귀했던 셋째 황자 자담(첫사랑)과 못 이뤄지고 가문의 안배에 의해 소기 장군(예장왕)과 정략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의 여자 주인공 아무는 많이 고민하지 않고 금방 현실에 순응하여 주어진 여건에서 나아가려고 노력한다. 무엇보다 다른 것이 왕씨 가문에서 배출한 황후인 고모와 달리 친정과 남편인 소기의 입장이 대치될 때 고민하면서도 균형점이 남편에게로 기운다. 고모가 친정 가문과 자식을 위해 권력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허망하게 무너지는 지경에까지 이르지만 아무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처신한다. 지략을 펼쳐 정세에 개입했다가도 적당한 선을 지키며 물러날 줄도 알고 인재도 활용할 줄 안다. 작가가 전술같은 것을 많이 읽고 자료를 구해 봤는지 전투의 형세나 전술 등이 좀 구체적으로 나와 흥미로웠다.

전체적으로 꽤 많은 분량 속에 조금은 템포가 좀 늘어지는 듯한 전개가 있어 아쉬웠지만, 어느 난세 시기를 배경으로 한 여성의 성장 스토리가 펼쳐지는 장대함을 느껴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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