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 - 혼자 있는 시간의 그림 읽기
이동섭 지음 / 홍익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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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감성의 그림책을 읽고 싶어 집어 든 책이다. 전체적으로 저자의 야상 에세이와 함께 여러 그림들이 수록돼 있다. 그림은 서양의 유명 화가의 그림들로, 아무래도 저자가 파리 유학 출신의 '예술인문학자'다 보니 서양화 위주인 것으로 보인다.

책에 실린 여러 그림 중에서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은 칼 라르손이라는 화가의 "엽서를 쓰는 모델"인데 공교롭게도 책의 표지에 나온 그림이다. 다만 표지에서는 원화가 간략화되었지만 내지의 원화 프린트는 색감이 좀더 풍부하고 생생한 일러스트레이트의 느낌을 준다. 같은 화가의 "창턱의 꽃들"에서도 깔끔한 붓터치와 선명한 색감으로 창틀에 선 소녀와 화분을 표현했는데 화가의 화풍을 느낄 수 있었다. 앙리 루소의 "여름 바캉스의 로망" 또한 신선했다. 요즘으로 치면 무더운 여름에 일상을 떠나 서늘한 열대 우림으로 떠나가는 장면을 연출하는 CF같았다.

책에는 그밖에 고흐, 마네, 모네, 마티스, 워터하우스 등의 그림들이 풍부하게 실려 있었다. 그 그림들에 얽힌 사연이나 저자의 감상 혹은 해석을 간략하게 담아놓기도 하였다. 그 중에서 화가의 재미 있는 에피소드를 담은 마네의 "아스파라거스" 작품이 흥미롭게 와 닿았다. 또한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 그림도 실어 놓았는데, 이제는 왕자보다는 조종사에게 이입한다는 저자의 말에 나도 공감이 되었다.

대부분의 글귀들은 새벽 늦게까지 깨어있는 저자의 의식의 흐름같은 일기 느낌의, 감상적인 내용들이었다. 이를테면 헤어진 사랑과 주변 친구들과의 우정, 일상의 소소한 자취들... 새벽 쓴 글이라는 테마 때문인지 마치 쇼팽의 "야상곡" 이 떠오르는 구절이 많았다. 마침 저자가 원래는 피아노를 쳤었다 하니 더 그럴 듯한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풍부한 서양화와 함께 새벽에 누구나 여려지기 쉬운 인간 본연의 정서가 여과없이 배어난 예술가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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