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여왕 백 번째 여왕 시리즈 3
에밀리 킹 지음, 윤동준 옮김 / 에이치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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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유명한 미국의 로맨스 판타지라고 해서 읽게 되었다. 신예작가가 썼다고 하는데, 인기에 힘입어 이 책은 시리즈 중 세 권째로 출판되었다.

우선 제목부터 눈에 들어온다. <백번째 여왕><불의 여왕>을 이은 <악의 여왕>. 그러니까 영어 제목에 모두 퀸 Queen이 들어가는데 작가 이름이 Emily King인 것도 재밌다. 미국 작가인데 의외로 내용은 오리엔탈리즘스럽다. 작품 속 민속 종교적인 내용은 고대의 수메르 신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며, 제국 황제의 궁전안100명의 아내들과 200명의 첩들에서 과거 투르크 제국의 하렘이 떠오른다. 주인공 칼린다는 키만 컸지 막대기같이 말라깽이 몸매에 평범한 외모다. 다만 주인공 버프로 부여된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이 소설의 세계관에서 판타지 영역을 상당 부분 담당하는 부타 Bhuta의 혈통이라는 것. 부타는 인간과 비슷한데 세계를 이루는 네 원소인 물, 불, 바람, 땅을 가지고 초자연적인 마법을 부릴 수 있다. 재밌게도 부타 중 가장 능력치가 높은 것은 불을 부리는 버너인데 영어로도 Burner다. 이들 부타들은 제국에서 황제의 세뇌정책에 의해 인종차별과 탄압을 받는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이 시리즈의 설정은 아내가 되기 위해 혹은 아내들 사이에 서열을 정하기 위해 피비릿내나는 토너먼트 형식의 결투를 벌인다는 것. 한 남자에게 여러 여자가 떼로 색공을 바치는 것도 억울한데 그 안에서 목숨을 걸고 경쟁을 해야 한다. 이런 설정이 미국 작가에게서 나왔다는 것이 이색적이다. 물론 여자이자 알고보니 버너인 주인공은 이런 극단적인 차별 사회에서 불굴의 의지를 갖고 개혁자가 된다. 그리고 형제애를 치환하는 자매애 sisterhood, 자매전사 언급이 많이 나온다. 무언가 당위적으로 감동적인 요소도 주려고 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한 남자의 아내 자리를 다투는 여자들의 목숨을 건 결투에서 자매애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좀 무리한 설정으로 보인다. 물론 그 남자가 죽은 후에 제국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특기인 무예를 이용해 한 마음으로 싸우는 내용이 아주 간단히 나오기는 한다.

여태 읽었던 한국의 일반적인 로맨스 판타지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한국 로판은 로맨스 위주의 스토리와 애정씬에 판타지가 가미된 것이라면, 이 소설은 판타지와 모험이 주를 이루고 여기에 사회개혁의 이야기 약간, 그리고 로맨스가 아주 살짝 가미되어 이루어진다.

이번에 읽은 시리즈의 3번째 권인 이 책도 모험과 전쟁 위주고 로맨스는 아주 지지부진하다. 각 장마다 연인인 여주 칼린다와 남주 데븐의 1인칭 시점으로 번갈아 서술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이 둘이 결국은 이어질 거 같긴 하지만, 둘 사이는 항상 방해물이 있고 진도가 잘 안 나간다. 사극처럼 둘의 어긋난 독백들도 이어져 고구마먹는 거 같이 콱 막히는 부분들도 있다. 진도가 확 나가면 대단원이 장식될 것이므로 일단 지지부진한 상태로 두고 전체 이야기는 모험과 전쟁 서사로 지탱하는 느낌이다. 3권 초반에 여주가 남주 데븐과 제국의 상속자인 아스윈 왕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양다리 같기도 한데, 결국 이건 악마와 관련된 어떤 이유가 있는 것으로 여주에게 면죄부가 주어진다.

맨 마지막에 여주 칼린다가 왕자와 함께 제국의 상속자로서 제국을 탈환하기 위해 악마와 반란군과 맞서 싸우고, 마침내 인간사는 해결되어가지만 칼린다와 데븐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결국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면서 사랑의 결실을 쟁취하는 구조로 가게 될 거 같은, 4권을 예고하는 것으로 끝난다.

전체적으로 새롭고 특색 있는 로맨스 판타지의 서사 구조 속에 순수한 절대악과 선한 인간들, 아주 악하지도 않지만 선하지도 않은 반란군들, 자신 안에 침투한 악의 기운에 갈등하고 극복하려는 여주 등 여러 인간상이 활약하는 세계가 표현돼 있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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