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흐름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춘미 옮김 / 예문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몇 년 만에 다시 읽게 된 소설. 마루야마 겐지가 '백경'이라는 소설 한 권과 수 많은 영화를 보면서 쌓아왔던 실력의 첫 선인 '여름의 흐름'.

영화를 쪼개고 분석하며 보는 걸 좋아했다던 그여서 그런지 이 소설은 시작부터 주인공을 따라 움직이는 카메라 앵글 같은 시선처리가 인상적이다. 집에서부터 형무소 밖 그리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서 다시 사형수들만이 있는 형무소까지 들어가는 장면의 시선 처리가 잘 되어 있다. 영화의 시작을 보는 것 같은 느낌.

마루야마 겐지 자체도 말이 그다지 많지 않은 사람 같지만, 이 소설 역시 말이 많진 않아도  대화를 정말 잘 만드는 작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형 집행 때의 리얼리티도 잘 살아 있어서 다시 읽는 것이 괴로울 정도. 인물의 성격도 대화와 행동으로 적절하게 잘 드러난다.

아쉬운 점은 계획한 것처럼 잘 짜여진 소설이라 숨 쉴 수 있는 지점이 조금 적다는 것. 그러나 스물셋 첫 데뷔작에 이 정도의 소설을 써 낼 수 있다는 것은 그런 단점을 별로 중요치 않게 만든다.

다 읽은 후 인간이 법을 이용하여 인간을 사형시킬 수 있는가, 라는 질문 외에 다른 생각도 하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이 선택한 일에 대해 합리화 시키고 살아나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나카가와처럼 떠나거나 방황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불편한 일(나카가와 사건)을 겪으면서 주인공이 자신이 선 위치에 대해 비로소 의문을 갖게 되는 삶의 단면이 많이 와 닿았다. 그래도 여름은 흐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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