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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성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365
신해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9월
평점 :
선물을 계기로 신해욱의 시집을 만났다.
멋들어진 수사나 기교없는,
명랑함과 솔직함이 느껴지는 시집이다.
그리고 시를 떠올릴 때마다 자꾸 웃음짓게 하는 시집이다.
마치 어린아이를 보는 것처럼.
놀이터라 부르기도 뭣한 곳에서조차 신나게 놀 수 있는,
그러다가도 개미집을 찾아 죄다 헤뒤집는
그러면서도 엄마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기도도 하는
그렇게 안 본 사이에 키가 쑥 자라있는,
무어라 고정할 수 없는 변신의 어린아이.
때론 침묵과 공상을 즐기며 자기만의 세상을 꿈꾸는 소년처럼도 느껴지고
때론 솔직하고, 어둡기도 하고 그러나 깊이도 있고, 당차기도 한 그런 소녀로도 느껴진다.
그러나 이 시들의 진짜 모습은 알 수 없다.
시집을 덮고 난 후에도
내 안에서 계속 읽히는 시집은
보르헤스의
모래의 책 같다.
시집은 '나'와 인칭 뿐만 아니라 수요일도, 종이도, 귀도 고정된 몸체를 벗어나 이리저리 넘나든다.
그래서 읽을수록 음미할수록 자꾸만 새로운 페이지들이
생성되고 흘러나온다.
자라나는 식물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