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바리 부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2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민희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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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영감과 적과 흑을 읽고 나서 보바리 부인을 읽으니

소설의 서사나 시점 그리고 인물 성격이나 묘사 등이 어떤 식으로 변하고 전개되어 가는지가

어렴풋하게 보이는 것 같다.

샤를이 신입생으로 학교에 들어가는 첫 장면의 서술이나 묘사가 굉장히 탁월하다.

스탕달과 발자크가 소설을 낸지 불과 20년이 지났을 뿐인데,

소설의 시작부분이 훨씬 세련되게 다듬어져 있고, 긴장감있다.

문장 또한 전 작품들과 비교할 때 훨씬 정확하고 유려하다.

그림으로 따지자면 정밀화를 넘어서서 세밀화라고 불리울 수 있을만큼

세세하고 정확한 문장을 쓰고,

비유법 또한 정확하고 유려하다.

시점 또한 첫 부분에는 '우리'라는 화자가 나오지만, 그 후부터는

주요인물에 시점이 맞춰져서 움직인다.

그리고 용빌을 설명할 때는 멀리서부터 점점 가깝게 마을을 클로즈업하며

들어가기까지 한다. (물론 그 줌-인이 섬세하지는 않다.)

이 당시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읽어본 바에 의하면,

소설에서 작가 개입이 사라지는 대신 '화자'라는 것이,

안정적으로 자리잡는 시기가 아닐까 하고 추측된다.

또한 연애가 만들어지는 사건 하나도 그냥 집어넣지 않고,

배경과 상황을 겹쳐 섞어 넣으며 (로돌프와 엠마의 공진회날의 만남, 레옹과 엠마의 성당에서의 만남)

당시의 사회상과 풍토, 의식 등을 독자로 하여금 알게 하면서

또한 연애가 이루어지는 긴장감을 함께 준다.

그리고 어떤 장면이든, 인물이든 허투로 나온 것이 거의 없다.

다 소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놀라움.

 

보바리 부인에서 가장 잘 된 부분은

주인공-되기 부분인 것 같다.

허황된 꿈을 좇으며 허영기 있고 사치스러운 삶을 사는 엠마 보바리의

심리와 성격을 매우 정확하고,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다.

인물이 굉장히 생생해서, 어떤 인물인지 너무 궁금하여

결국 영화나 연극 하다못해 그림으로라도 만들어지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만드는 그런 소설 속 인물인 것 같았다.

그와 달리 첫 장면에서 인상적으로 등장했던 샤를의 성격은 바보스럽다 못해 모호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등장 인물에 대한 설명이나 묘사가 전부 탁월하다.

잠깐 나오는 인물에까지도 섬세한 묘사로 애정을 쏟는 플로베르.

 

스토리는 뻔하지만,

문장과 비유와 인물 묘사, 심리 묘사로 인해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은 소설이었다.

첫장면부터 보바리 집에 차압이 들어오기 전까지 긴장감있게 읽혔는데

엠마가 죽는 부분부터 마지막 결말까지는 지루했고, 사족 같이 느껴졌다.

그래도 그 부분을 읽어서야 내가 근대소설을 읽고 있구나, 라고 느꼈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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