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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읽는 그림 - 수천 년 세계사를 담은 기록의 그림들
김선지 지음 / 블랙피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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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그림으로 읽는다는 것

오버좀 하자면 책장을 넘기다 문득 멈칫했다. 내가 지금 미술관을 걷고 있는 건가, 역사책을 읽고 있는 건가? 김선진 작가의 『시간을 읽는 그림』을 읽으며 느낀 첫 번째 당혹감이었다. 아니, 당혹감이라기보다는 기분 좋은 혼란이라고 해야 맞겠다.

카메라가 없던 시절, 그림이 사진의 역할을 했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그림이 단순히 '아름다운 것'을 담는다고만 생각했다. 흑사병 시대의 채찍질 고행단, 엘리자베스 1세가 부린 공인 해적들, 극장에서 공개 시연되던 해부학 강의까지. 그림은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인간의 광기와 고통, 역사의 민낯까지 고스란히 담아냈다.

현대미술을 전공한 저자가 한국천문연구원 웹진에 '명화 속 별자리 이야기'를 기고한 것을 계기로 천문학자 남편과 함께첫책을 펴낸 후 책을 쓰는 여정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이후 역사와 과학, 예술을 융합한 글쓰기에 푹 빠져 있다는 저자의 열정이 이 책 곳곳에서 느껴진다. 200여 점의 그림을 통해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세계사를 펼쳐 보이는 이 책은, 거장의 명화뿐 아니라 신문 삽화, 길거리 포스터, 풍자만화까지 아우른다.

책의 특별한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유럽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메소아메리카, 아프리카, 중국, 몽골까지 균형 잡힌 세계관으로 역사를 조망한다는 것. 아즈텍 제국의 인신 공희 그림 앞에서 나는 한참을 멈춰 섰다. 문명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된 야만, 그리고 그것을 기록한 화가의 눈빛까지 상상하게 되었다. 아편 전쟁으로 몰락하는 중국의 모습을 담은 삽화들은 제국주의의 폭력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미술에 문외한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조원재 작가의 『방구석 미술관』을 읽을 때의 그 신남이 되살아났다. 어렵지 않았다. 지루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렘브란트의 해부학 강의 그림을 보며 17세기 암스테르담의 공기를 상상했고, 프랑스-프로이센 전쟁 당시 쥐고기를 파는 파리 시민들의 그림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토마스 에이킨스의 두 그림을 비교하는 대목이었다. 1875년 작 〈그로스 클리닉〉에서는 검정 프록코트를 입은 채 수술하는 의사들이 등장하고, 1889년 작 〈애그뉴 클리닉〉에서는 흰 가운을 입은 의료진이 정돈된 수술실에서 일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불과 14년 사이에 의료 환경과 인식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한 눈에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처럼 책은 단순히 그림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주제를 다룬 그림들을 비교하며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게 한다.

 

세계사의 한 순간 한 순간이 영화의 스틸컷처럼 생생하게 펼쳐졌다. 폼페이의 벽화를 보며 화산재에 묻히기 전 그들의 평범한 일상을 떠올렸고, 프랑스 혁명의 격동을 담은 그림들 앞에서는 광장의 함성이 들리는 듯했다. 아일랜드 대기근의 참상을 그린 그림은 오래도록 마음을 무겁게 했다. 감자 역병이라는 자연재해가 어떻게 한 민족의 운명을 바꿔놓았는지, 그림은 천 마디 말보다 강렬하게 증언했다.

 나이가 들수록 느끼는 것이 있다. 그림을 볼 줄 알고, 음악을 들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 물론 읽고 쓰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예술을 감상하는 능력은 단순히 교양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삶을 더 깊고 풍요롭게 만드는 일종의 언어 습득이다. 마흔을 넘어서니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왜 사람들이 미술관에 가고, 클래식 음악회에 가는지. 그것은 단지 고상해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다른 층위를 경험하고 싶은 갈망이다.

 이 책은 그 언어를 배우는 데 더없이 좋은 안내서였다. 전문 용어를 늘어놓거나 어렵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그림 속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면서 자연스럽게 역사적 맥락과 예술적 가치를 이해하게 만든다. 저자의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텔링은 딱딱한 교과서적 역사를 생생한 드라마로 바꿔놓는다 

책을 읽으며 우리도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수많은 사진들이 훗날 누군가에게는 21세기를 읽는 창이 될 것이다. 그림이 시간을 기록하듯, 우리의 일상도 결국 역사가 된다. 그렇다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그려내야 할까. 아름답게? 진실되게? 아니면 그저 솔직하게?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과거의 화가들은 자신이 그린 그림이 수백 년 후 사람들에게 그 시대를 증언하는 유일한 창이 될 줄 알았을까. 채찍질 고행단을 그린 화가는, 해부학 강의를 그린 렘브란트는, 자신의 붓끝이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을까. 아마 그들 대부분은 그저 눈앞의 광경을 담았을 뿐일 것이다. 하지만 그 진실된 기록들이 모여 거대한 역사의 파노라마가 되었다.

미술관도 좋고, 역사책도 좋지만, 때로는 이렇게 둘의 경계를 허물며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중년의 독서는 이런 맛이 있어야 한다. 물론 중년이 아니라도 이런 감성은 필요하다. 가볍게 읽히지만 무게는 잃지 않는, 눈이 즐겁지만 머리도 함께 움직이는. 그러면서도 가슴 한편을 따뜻하게 또는 묵직하게 채워주는 그런 책이었다.

그림으로 시간을 읽고 나니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달라진 기분이다. 거리의 낙서도, 신문의 삽화도, 심지어 SNS에 올라오는 그림들도 다르게 보인다. 모두가 우리 시대를 기록하는 작은 증언들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일상이 조금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 우리 모두는 역사의 목격자이자 기록자인 셈이다.

당신도 나도 잘 기록하고 생생하게 목격해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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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불행에 인생을 내어주지 마라 - 흔들리지 않는 1년을 만드는 52주 스토아 철학
요한 크라우네스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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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불행에 인생을 빼앗기지 마라

책은 조용하지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아마존 독일 철학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이 책은 독자들에게 ’철학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부드럽게 깨뜨리며 일상 속에서 실천 가능한 지혜를 전한다.

나는 이책을 어른들을 위한 이솝우화라 말하고 싶다.
책을 읽는 동안 가장 자주 떠오른 비유는 바로 이솝우화다. 각 이야기는 짧고, 상징적이며,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화가 어린이에게 도덕을 자연스레 이해시키듯, 이 책의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덜 흔들릴 수 있는가?‘를 편안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표지만 보면 흔한 철학서나 자기계발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책의 진짜 힘은 단순함에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세네카, 에픽테토스 같은 고대 철학자들의 사상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짧은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책의 이론과 실천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 주에 한 편씩, 1년 동안 52개의 이야기를 읽고 되새기는 구조다. 각 이야기 뒤에는 간결한 해설과 함께 핵심 문구를 직접 써보는 페이지가 있어 ’읽기만 하는 책‘이 아니라 ’실행하는 책‘으로 만들어준다.

52개의 이야기는 스토아 철학의 중심 가치를 반복적으로 환기한다. 평정심, 절제와 자기 통제,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분별,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기 등이 그것이다. 이야기 자체는 매우 간단하다. 보물을 얻으려면 자신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이야기, 과한 욕망이 오히려 깨달음을 막는다는 이야기, 행운과 불운에 흔들리지 않는 농부의 태도 같은 예시가 등장한다.

그럼에도 인상 깊었던 통찰들이 있다. 책은 스토아적 태도가 얼마나 실용적인지를 보여준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내려놓는 법‘, ’상황보다 반응이 더 중요하다‘ 같은 메시지는 누구나 바로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우화들이 처음엔 가볍게 읽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은근히 떠오른다.

요즘처럼 외부 변수가 많은 시대에는 ’내면에 뿌리 내리기‘가 중요하다. 이 책은 바로 그 기술을 조용하고 반복적으로 연습시켜준다. 주 1회 구성은 부담 없이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철학을 공부하기보다 삶에 들이는 방식이다.

단순한 스토리 구조 덕분에 독자는 자신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대입해 볼 수 있다. 다른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였든, 각자에게는 유효한 메시지가 생길듯 하다.

단순함은 장점이지만, 동시에 단점이 될 수 있다. 본격적인 철학적 깊이나 역사적 맥락을 기대한다면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책은 ’읽는 책‘이 아니라 ’천천히 체화시키는 책‘이기 때문이다. 매주 한 이야기씩 충분히 시간을 두고 읽고, 그 의미를 삶에서 되새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스토아 철학 입문서 중에서 이처럼 접근성이 뛰어난 책은 드물다. 말투는 친절하고, 분량은 가볍지만, 담긴 메시지는 성실하다. 철학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임을 조용히 보여준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압박감을 느끼는 사람, 바쁜 일상에 갇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회를 줘야 할 책이다. 우리가 흔들리는 순간마다, 아주 작은 이야기 하나가 방향을 바로잡아 줄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이 책과 함께 52주를 보낸다면, 매주가 새롭겠지만 특히 다음 53주를 맞이 할 때 당신의 삶의 모든 순간이 의미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 믿고싶다. 오래되어온 진리는 이유가 있다. 지친 영혼에 생기를 불어넣을 책이라 생각한다.

#사소한불행에인생을내어주지마라 #요한크라우네스 #추수밭 #청림출판 #스토아철학 #철학 #쉬운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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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바이블 (10주년 확장증보판) - 전세계 스타트업 지도를 바꾼 MIT 창업 수업
빌 올렛 지음, 장진영 옮김, 유정식 감수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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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스타트업에 지도가 필요한가? — 빌 올렛, 『스타트업 바이블』 서평

10년 전, 나는 첫 스타트업에 조인하면서 무엇이 옳은지 전혀 몰랐다. 그저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고 믿었고, 열정만 있으면 길이 보일 거라 착각했다. 그렇게 첫 번째 실패를 맛봤다. 시장조사라는 말은 알았지만 어떻게 하는지 몰랐고, 고객이 중요하다는 건 알았지만 누가 내 고객인지 정의하지 못했다. 그때 내 손에 이 책이 있었더라면 이란 아쉬움이 있다.

빌 올렛의 『스타트업 바이블』은 10주년 확장증보판으로 돌아왔다. 잠시 잊고 있었는데 비지니스 북스 덕분에 이 명작을 다시 한번 읽을 기회를 얻었다. 저자는 MIT 기업가정신센터장으로 16년간 현장에서 쌓은 지혜를 24단계 창업 프로그램으로 압축한 이 책은,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다. 이건 정말로 '바이블'이다. 창업이라는 광야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하나하나 단계를 짚어주는 지도다.

매뉴얼이 아니라 도구상자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를 말해준다는 점이다. 다른 창업서들이 '시장조사가 중요하다'고 말할 때, 이 책은 '시장조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한다. '고객 탐구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대신, '목표고객을 어떻게 설정하고, 직원들과 목표고객의 프로파일을 공유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지' 아주 상세하게 알려준다.

나는 C레벨로 일하면서 수많은 창업팀을 만났다. 그들 중 대부분은 기술도 좋고 아이디어도 참신했다. 하지만 체계가 없었다. 프로세스가 없었다. 그저 열정으로 달려가다가 어느 순간 벽에 부딪혔다. 빌 올렛의 24단계는 바로 그 프로세스를 제공한다. 단계별로 무엇을 확인하고 이해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면서,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함께 제시해 배울 점과 조심해야 할 점을 구분한다.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한 본질
초판이 나온 후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했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보편화되었고, AI 혁명이 시작되었으며, 지금은 그 변화 속도가 체감상 100배 이상 빨라진 것 같다. 하지만 이번 확장증보판이 놀라운 이유는,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진화하면서도 창업의 본질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새롭게 추가된 창업 프로세스, 시장조사, 고객 분석 장들은 오늘날의 스타트업 환경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하나의 스타트업이 저자의 창업 프로세스를 어떤 방식으로 수행해 탄생했는지를 각 단계별로 수록한 부분은, MIT 창업 프로그램이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론이 실제가 되는 순간을 목격하는 것이다.

실패를 겪은 자들을 위한 책
창업, 투자, 폐업, 성공, 실패. 나는 이 모든 것을 경험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이 책이 특히 한 번쯤 실패를 겪은 사람들에게 더 깊이 다가온다는 점이다. 처음 창업하는 사람에게는 지도가 되겠지만, 실패를 경험한 사람에게는 왜 그때 넘어졌는지를 이해하게 해주는 거울이 된다.

내가 첫 번째 실패를 겪었을 때, 나는 '고객이 누구인지'를 정의하지 못했다. 단지 '30대에서 50대 주부'라는 막연한 타겟만 있었다. 이 책의 고객 분석 단계를 읽으면서, 내가 놓쳤던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깨달았다. 고객의 프로파일을 상세하게 그리고, 그들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그 문제가 정말 그들에게 절실한지를 검증하는 과정. 그 과정을 건너뛰었던 것이다.

지도가 있어도 걸어가야 한다
하지만 이 책에도 한계는 있다. 아무리 좋은 지도가 있어도, 결국 걸어가는 건 당신이다. 24단계를 따라하면 실패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시장은 여전히 예측 불가능하고, 타이밍은 통제할 수 없으며, 운도 필요하다. 이 책은 그저 당신이 올바른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쉽지 않다. 24단계를 진지하게 따라가려면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각 단계마다 제시된 과제들을 정말로 수행하려면, 당신의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수없이 다듬고,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이 책의 가치다. 쉬운 성공은 없다는 것을 정직하게 말해주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필요한가
이 책은 세 부류의 사람에게 특히 추천한다.
첫째, 처음 창업을 구상하는 사람. 당신에게는 가야 할 곳을 알려주는 지도가 될 것이다. 어디서 시작하고, 무엇을 먼저 해야 하며, 어떤 함정을 피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둘째, 이미 사업을 하고 있지만 길을 잃은 것 같은 사람. 이 책은 다시 한번 사업 방향과 전략을 점검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24단계 중 어떤 단계를 건너뛰었는지, 어떤 부분이 약한지 스스로 진단할 수 있다.
셋째, 실패를 경험한 사람. 이 책은 왜 넘어졌는지를 이해하게 해주고, 다음에는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배움의 기회다. 이 책이 그 배움을 구조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10년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첫 번째 실패를 피할 수 있었을까? 아마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실패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것도 사실이다. 실패는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고, 배움에 더 열린 사람으로 만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가장 큰 감정은 안도감이었다. '아, 나 혼자만 헤매는 게 아니구나. 이렇게 체계적으로 정리된 길이 있었구나.' 그리고 동시에 각성이었다. '앞으로는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해야겠구나.'

당신이 지금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혹은 이미 창업을 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기를 권한다. 완벽한 지도는 아니지만, 어둠 속에서 당신의 손을 잡아줄 충분히 밝은 등불이 될 것이다.
그리고 기억하라. 지도가 있어도 결국 걸어가야 하는 건 당신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어느 방향으로 걸어가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리뷰는 책을 지원받아 개인의견으로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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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바이블 (10주년 확장증보판) - 전세계 스타트업 지도를 바꾼 MIT 창업 수업
빌 올렛 지음, 장진영 옮김, 유정식 감수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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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스타트업에 지도가 필요한가? — 빌 올렛, 『스타트업 바이블』 서평

10년 전, 나는 첫 스타트업에 조인하면서 무엇이 옳은지 전혀 몰랐다. 그저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고 믿었고, 열정만 있으면 길이 보일 거라 착각했다. 그렇게 첫 번째 실패를 맛봤다. 시장조사라는 말은 알았지만 어떻게 하는지 몰랐고, 고객이 중요하다는 건 알았지만 누가 내 고객인지 정의하지 못했다. 그때 내 손에 이 책이 있었더라면 이란 아쉬움이 있다.

빌 올렛의 『스타트업 바이블』은 10주년 확장증보판으로 돌아왔다. 잠시 잊고 있었는데 비지니스 북스 덕분에 이 명작을 다시 한번 읽을 기회를 얻었다. 저자는 MIT 기업가정신센터장으로 16년간 현장에서 쌓은 지혜를 24단계 창업 프로그램으로 압축한 이 책은,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다. 이건 정말로 '바이블'이다. 창업이라는 광야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하나하나 단계를 짚어주는 지도다.

매뉴얼이 아니라 도구상자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를 말해준다는 점이다. 다른 창업서들이 '시장조사가 중요하다'고 말할 때, 이 책은 '시장조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한다. '고객 탐구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대신, '목표고객을 어떻게 설정하고, 직원들과 목표고객의 프로파일을 공유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지' 아주 상세하게 알려준다.

나는 C레벨로 일하면서 수많은 창업팀을 만났다. 그들 중 대부분은 기술도 좋고 아이디어도 참신했다. 하지만 체계가 없었다. 프로세스가 없었다. 그저 열정으로 달려가다가 어느 순간 벽에 부딪혔다. 빌 올렛의 24단계는 바로 그 프로세스를 제공한다. 단계별로 무엇을 확인하고 이해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면서,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함께 제시해 배울 점과 조심해야 할 점을 구분한다.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한 본질
초판이 나온 후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했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보편화되었고, AI 혁명이 시작되었으며, 지금은 그 변화 속도가 체감상 100배 이상 빨라진 것 같다. 하지만 이번 확장증보판이 놀라운 이유는,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진화하면서도 창업의 본질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새롭게 추가된 창업 프로세스, 시장조사, 고객 분석 장들은 오늘날의 스타트업 환경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하나의 스타트업이 저자의 창업 프로세스를 어떤 방식으로 수행해 탄생했는지를 각 단계별로 수록한 부분은, MIT 창업 프로그램이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론이 실제가 되는 순간을 목격하는 것이다.

실패를 겪은 자들을 위한 책
창업, 투자, 폐업, 성공, 실패. 나는 이 모든 것을 경험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이 책이 특히 한 번쯤 실패를 겪은 사람들에게 더 깊이 다가온다는 점이다. 처음 창업하는 사람에게는 지도가 되겠지만, 실패를 경험한 사람에게는 왜 그때 넘어졌는지를 이해하게 해주는 거울이 된다.

내가 첫 번째 실패를 겪었을 때, 나는 '고객이 누구인지'를 정의하지 못했다. 단지 '30대에서 50대 주부'라는 막연한 타겟만 있었다. 이 책의 고객 분석 단계를 읽으면서, 내가 놓쳤던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깨달았다. 고객의 프로파일을 상세하게 그리고, 그들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그 문제가 정말 그들에게 절실한지를 검증하는 과정. 그 과정을 건너뛰었던 것이다.

지도가 있어도 걸어가야 한다
하지만 이 책에도 한계는 있다. 아무리 좋은 지도가 있어도, 결국 걸어가는 건 당신이다. 24단계를 따라하면 실패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시장은 여전히 예측 불가능하고, 타이밍은 통제할 수 없으며, 운도 필요하다. 이 책은 그저 당신이 올바른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쉽지 않다. 24단계를 진지하게 따라가려면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각 단계마다 제시된 과제들을 정말로 수행하려면, 당신의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수없이 다듬고,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이 책의 가치다. 쉬운 성공은 없다는 것을 정직하게 말해주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필요한가
이 책은 세 부류의 사람에게 특히 추천한다.
첫째, 처음 창업을 구상하는 사람. 당신에게는 가야 할 곳을 알려주는 지도가 될 것이다. 어디서 시작하고, 무엇을 먼저 해야 하며, 어떤 함정을 피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둘째, 이미 사업을 하고 있지만 길을 잃은 것 같은 사람. 이 책은 다시 한번 사업 방향과 전략을 점검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24단계 중 어떤 단계를 건너뛰었는지, 어떤 부분이 약한지 스스로 진단할 수 있다.
셋째, 실패를 경험한 사람. 이 책은 왜 넘어졌는지를 이해하게 해주고, 다음에는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배움의 기회다. 이 책이 그 배움을 구조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10년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첫 번째 실패를 피할 수 있었을까? 아마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실패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것도 사실이다. 실패는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고, 배움에 더 열린 사람으로 만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가장 큰 감정은 안도감이었다. '아, 나 혼자만 헤매는 게 아니구나. 이렇게 체계적으로 정리된 길이 있었구나.' 그리고 동시에 각성이었다. '앞으로는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해야겠구나.'

당신이 지금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혹은 이미 창업을 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기를 권한다. 완벽한 지도는 아니지만, 어둠 속에서 당신의 손을 잡아줄 충분히 밝은 등불이 될 것이다.
그리고 기억하라. 지도가 있어도 결국 걸어가야 하는 건 당신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어느 방향으로 걸어가야 하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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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 고딘의 전략 수업 - 2025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세스 고딘 지음, 안진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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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은 지도가 아니라 나침반이다!

전략은 노력이 작동하게 만든다!

전략은 철학이다.


이 단 세 문장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했다.

전략은 흔히 우리가 알고있는 기술이나 방법이 아니라

철학에 가깝다는것을 이해하게 되었고

결국 원초적인 문제에 근접한 고민을 하는것이

답이라는것을 인지하게되는 시간이었다.


전략은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기술이나 방법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략은 정말  철학에 가깝다.

왜냐하면 전략은 단순한 행동 계획이 아니라

깊은 사고와 철학적 통찰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모든것의 가치, 목표, 그리고 방향을 명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은 기존의 사고방식에

도전하는 마스터 클래스라 생각한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순간 생각을 자극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전략을 수립, 실행, 적용하는 방법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아하'의 순간으로 가득하다.

어떤 전략은 왜 효과적이고 

또 왜 어떤 전략은 왜 실패하는지 

그리고 그 전략이 왜 중요한지 통찰을 이어간다.

언제나 그랬듯 저자의 통찰력은 명확하고 매력적이며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례로 뒷받침된다.


처음에는 짤막한 글을 통해 시스템이야기를 지속해서

고개를 갸웃하던 순간도 있었지만

중간쯤 읽다보면 이 시스템을 이해하는것이

정말 중요했고 왜 강조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책이 기존의 전략에 관한 책이나 이론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자기 성찰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전략을 통한 성공의 청사진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과 의사 결정에 대한 접근 방식을 새로이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고의 틀을 바꿀 수 있는 개념을 새로 접할수 있어 좋았다.


297개의 미니챕터로 블로그처럼 구성된 글은

역시 대가의 생각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있다.

뭔가 더 새로운것이 나올수 있을까 생각하는 순간

이 대가는 역시 장인처럼 다시한번 걸작을 만들어냈다.

뭔가 해답을 찾는 중이라면 정답이 아닐수 있지만

새로운 생각을 자극하고 이 생각들간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다면 꼭 읽어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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