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지지 마라 - 몸의 들림에 관한 에세이
장 뤽 낭시 지음, 이만형 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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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쫌 만지게 해주지 진짜 서운함


예수의 빈 무덤을 발견한 막달라 마리아가 울고 있을 때 예수가 왜 우느냐고 묻고 마리아는 예수가 정원지기인 줄로 착각한다. 예수가 "마리아야!" 하고 부를 때 마리아가 "라부니!" (선생님) 하고 대답한다. 이때 예수는 "나를 만지지 마라" 라고 마리아에게 말씀하신다. 


이 구절에 대한 한 권의 책이다. 두껍진 않은데 어렵다.


만지지 말라고 금지당하면서, 만지려 했던 상대방을 파악하고, 되찾고, 살아있다는 (다시 살아났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을 유예당한다. 이 유예는 지속된다. 부활은 다시 되찾아 만지고 경축할 수 있는 삶이 아니라 죽음의 연장이다. 부활한 예수의 몸은 (평면에서 수직한 z축 방향으로 들리듯이) "들린다" - 다른 복음서에 따르면 예수는 후에 말 그대로 '하늘로 들려 올라가'지만, 그러기 전에도 무덤에서 나와서부터 이미 그는 들리고 있다. 들리는 예수는 만지려는 마리아에게 "나를 만지지 마라" 라고 말한다. 그를 만져서 "알"지 못한 채로 마리아는 그가 다시 살았음을 전하기 위해 보냄받는다. 


왜 만지려고 하는가? 왜 만지고 싶을까? 왜 만지지 못하게 했을까? 책을 읽기 전에는 무심히 지나갔던 성서 본문인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 아름다운 책을 읽으면서도 심통이 난다. 그냥 좀 만지게 해 줬으면 안 돼? 사람 만지는 걸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라서요. 이 금지가 너무 서운하다. 또 얼마나 친밀했던 사이예요 막달라 마리아와 예수는. 사실 도마는 예수를 만지거든. 만지고 그래서 믿게 하기 위해서요. 혹은 다른 제자들은 "보고" 믿는다. 이 장면들에서 '봄'과 '만짐'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막달라 마리아의 경우는. 새벽 어스레한, 예수인지 정원지기인지 분간이 어려운 미명 시간에 예수를 언뜻 보듯이 보고, 만지지도 못한 채로 그 어슴푸레하게 예수의 부활을 전하러 막달라 마리아는 동산에서 내려가야 한다. 이 구절이 나한테는 '좋은 시절은 다 끝났다' 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부활도 좀 다르게 이해하게 된다. 부활 뭐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네? 막달라 마리아가 자기를 만지지 못하게 금지하여야 했던 부활한 예수의 새벽녘 마음. 


예수님 참 우리 사이에 못 만질 건 또 뭐가 있어요? 몸도 먹고 피도 마시는 사이에. 능구렁이처럼 넘어가려는 내게 갑작스레 주어지는 어떤 이상하고 낯선 경건에의 요구 같아서 찝찝하기도 하다. 그리고 만지지 말라는 명령 앞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던 마리아의 "튼튼함"을 생각하기도 한다 (나였으면 그 거부에 당황하고 상처받아서 자아가 무너지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해 본다) 


이어지는 도마 본문에서는 보지 않고 (만지지 않고) 믿는 자가 복이 있다 (행복하다)고 한다. 만지지 말라는 구절로 나의 만지고자 하는 욕구 자체를 되새기게 된다. 사실 지금까지는 (갑자기 성적 자기결정권의 맥락으로 쩜프를 해서 - 사실 이 책을 읽는 이유가 처음에는 이거였기는 했지만) 나를 만지지 마라 라고 말하는 욕구에 훨씬 더 관심이 있었는데 이 책은 만지려는 그 만짐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도록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아무거나 만지고 싶다. 나는 아무나 나를 만졌으면 한다. 내가 나를 만지지 마라 라고 할 때는 내가 아주 취약하다는 것을 들켰을 때 뿐이다. 죽음마저 이겼다는 그 예수가 자기를 만지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낭시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래 알 것도 같은데, 내 길로 돌아와 보면 갑자기 다시 잘 몰라지게 된다. 만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사랑하고도 나를 만지지 말라고 할 수 있을까? 혹은, 자기를 만지지 말라는 사람을 나는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바꿔 말하면, 나는 부활을 경험할 수 있을까? 적어도 낭시가 이야기하고 있는 그 부활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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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2019-03-11 0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염된 소중야!!!

먼지 2019-03-11 12:26   좋아요 0 | URL
소중돤귀요미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