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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로 빚어지는 중입니다
이경보 지음 / 책과나무 / 2025년 11월
평점 :
낙심한 누군가에게 격려와 위로를 건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시 시작할 용기를 주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이 책은 그 쉽지 않은 일을 차분하고도 담담하게
해낸다.
작가는 타국에서의 외로움, 역경, 관계 상실 같은 우리 삶에 닥치는 파도들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본다.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처연하거나 비극적이지 않게.
삶의 막막한 순간을 마주했을 때 나에게는 거창하고 화려한 말들이 부담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장 좋았던 것은 ‘회복’을 거창하게 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만, 일본을 오가며 쓴 작가의 글은 마치 작은 조각들을 주워 다시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 같다. 한순간에 달라지는 변화가 아니라, 매일 조금씩 자기 자신을 다시 믿어보는 일.이 책의 문장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머문다. 읽고 나면 묘하게 마음이 정돈되는 느낌, 지친 하루 끝에 누가 등을 가만히 쓸어주는 듯한 위로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