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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박완서 작가님을 잘 알고 있었다. 워낙 유명하시기도 하고 소설계에서 한 획을 그으신 분이 아니시던가.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박완서 작가의 성격, 삶에 대한 가치관에 대해 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박완서 작가는 삶에서 느꼈던 작은 감정조차도 허투루 넘어가는 법이 없었고, 모든 경험들은 인생에 바탕이 된다는 점도 에세이를 통해 전달해주신 것 같다. 그래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라는 책의 제목이 내용들과 꽤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책 안의 에피소드들은 큰 산을 넘어본 경험자로써 해줄 수 있는 조언들, 감정들이 고스란히 잘 드러나 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다.
63p. 고향집을 떠나 처음 서울에 와서 산동네 빈촌에서 마음 붙일 곳이 없었을 때 달이 서울까지 나를 따라왔다는 걸 발견하고는 얼마나 놀라고 반가웠던가.
달이라는 존재가 계속 따라왔다고 표현한 부분은 어릴 적 순수한 마음이 그대로 나타나 있는 대목인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또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은 박완서 작가는 자신만의 고집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고집으로 본인만의 삶의 방식을 터득해나갔고, 그로 인한 이런 훌륭한 에세이가 출간되지 않았나 싶다.
박완서 작가의 작품은 항상 소설로만 만나 오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에세이를 접하게 됐다. 소설 속의 내용들은 허구라면 에세이는 허구가 아닌 전부 박완서 작가의 경험만으로 쓰인 책이라 더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박완서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할머니들에게 듣는 옛날 옛적 이야기 같은 느낌이라 오랜만에 잠시나마 옛날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도 느꼈다. 곰곰이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해 생각해 보면 특정 뚜렷한 기억 몇몇을 제외하고는 크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박완서 작가는 일곱 살 이전의 에피소드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어렸을 적의 경험들을 글로 쓸 정도의 기억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완독은 생각보다 빨리했다. 책을 다 읽어가는 순간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만큼 이 책에 빠져들 수 있었다며 위안을 삼아보면 어떨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