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동 이야기
조남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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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p. 일주일에 오천씩 호가를 올렸다. 한번은 거의 계약까지 갔는데 왠지 손해보는 기분이 들어 계좌를 알려주지 않고 오천을 더 올렸다. 곧 시장이 잠잠해졌다. (...) 아내는 욕심 그만 부리라지만 용근은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8월 말의 실거래 정보를 보면 지금 내놓은 가격에도 거래가 될 것 같다. 분명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것인데 내 것이었던 것 같고, 빼앗긴 것 같다. 용근은 박탈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46p. 지금 계단 몇 개 올라가서 횡단보도를 건너기만 하면 아버지가 계신다는거지.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유정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엄마와 아버지가 미성년인 자신을 보호하고 살았으니 이제 자신이 노년의 부모를 보호하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마음이 무거웠다.

 

-105p. “이 동네 엄마들이 말이 좀 많잖아요.” (...) 말하면서 원장은 샐리 어머니는 그런 엄마들하고 안 어울려서 잘 모르시겠지만, 하고 은주와 그런 엄마들 사이에 선을 그었다. 기분이 나쁘기도 좋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값을 올리기 위한 부동산의 담합,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학구열 등 이 모든 이야기는 현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이 이야기들은 뉴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세 편의 짧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의 일상을 다시 생각 해보게 되었다. 나의 일상을 포함하여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잘 지내고 있는지, 그 사람들의 삶은 안녕한지 문득 궁금해졌다. 책의 두께에 비해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로 묵직한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조남주 작가의 매력은 글이 전해주는 묵직한 진실을 마주함으로써 이야기를 더욱 와닿게 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렇기에 다음 작품이 더욱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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