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 석가모니
와타나베 쇼코 지음, 법정(法頂) 옮김 / 문학의숲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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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불교에 관심이 있었지만 정작 부처님이 어떤 분인지 들여다볼 기회가 많지 않았고, 어디서 출발해야 할지 감을 잡기도 어려웠다.

이 책은 부처님의 가르침만 나열한 것이 아니라 2500여 년 전 실존인물로서 그의 삶을 여러 문헌과 실증적 연구를 통해 사실에 가깝게 서술하고 있었다. 특히 설화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수록한 여러 문헌들을 종합적으로 연구해 믿을만한 수준으로 구체화해 실었고 이를 현대인의 시선으로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을지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또 이해를 돕기 위해 경전과 전생담 등의 자료는 물론 당시 시대적 상황 등도 자세히 기술되어 있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불교 공부 출발점을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부처님 성도 이전 소년, 청년 시절 ‘싯다르타 태자’의 삶은 흥미로웠다. 소년 시절, 땀 흘리며 일하는 농부의 모습에서 ‘인생의 괴로움’을 깨닫고 꿈틀대는 벌레를 새가 쪼아 먹는 것을 보고 참혹한 사실이라고 받아들이면서 명상에 들어가는 태자.

또 훗날 출가를 위한 안배였다고도 하지만 동서남북 성문 밖에서 처음 늙은이, 병든 사람 출가자 등을 보고 생로병사의 고통을 깨닫고 수행자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태자.

물론 이 유명한 ‘사문유관’은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 설화에 가깝다. 궁 안에 살았더라도 생로병사를 몰랐다는 건 비상식적이긴 하다. 상식적이거나 과학적인 시간을 초월해있는 이런 이야기들은 후세에 깨우침을 쉽게 전달하기 위한 방편으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분명 태자 로서 다른 이들보다도 훨씬 안락한 생활에 부인도 셋이나 있었고 아들까지 있는데 괴로운 수행의 길로 나가는데 거침이 없었던 인물임은 확실한 것이다. 조금 더 안온한 생활을 찾아가려는 것은 모든 시대, 모든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하고 늘 자기 합리화하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대목이었다.

 

또 항상 궁금했던 것에 대한 해답도 나와 있었다. 수행에는 왜 이렇게 많은 엄격한 계율이 제정됐을까, 처음부터 그랬을까, 또 비구니 스님은 왜 계율이 더 많은가 왜 다른가에 대한 해설도 나와 있었다. 불자들이 늘어날수록 승단의 운영 역시 현실 사회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많은 출가 수행자들이 잘 어우러져 서로서로 수행을 돕기 위한 계율들이 생겨났다. 게다가 초기에는 아예 여성의 출가수행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었다고 한다. 성차별이 아니라 당시 인적이 드문 외딴 곳에서 여성이 수행생활을 하는데 위험했고 여성이 사회적 약자로서 수행에 더 불리한 사회적 역사적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간곡한 많은 여성 수행자들의 요청으로 마침내 부처님의 여성의 출가를 인정하지만 현재 우리의 시선으로 봤을 때 차별처럼 보일 수 있는 추가 조건과 그 후로 더 엄격한 계율들이 생겨나게 된다. 중요한 건 그 시대에도 부처님은 성을 차별해 그 우열을 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집단생활에서 보이는 여성의 생리나 심리는 남성의 경우와 다른 점이 있다는 것 그로 인해 종단 운영에 문제점들이 나타날 수 있음을 알았던 것이다.

 

초기 불교 형태에서는 어떤 식이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계율의 조항을 처음부터 몇 개라고 열거해서 정한 것은 아니었다. 초기 제자들은 일일이 규제하지 않아도 마땅히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구별했지만 출가자가 늘어가면서 지켜야할 것을 지키지 않는 자가 생겨난 것이다. 도둑질도 살생도 거짓말도 실제로 출가자의 범행이 있고 나면 그것을 계기로 금지시켰다.

 

또 관심이 갔던 부분은 불교 전파 이전부터 있었던 인도의 종교들에 대한 얘기가 서술된 부분이었다. 당시 불교의 탄생과 발전도 기존의 다른 종교들과 영향을 받고 또 주면서 이루어진 만큼 불교의 이해를 위해 꼭 필요한 상식들이었다. 특히 그 시대 강력했던 바라문교는 성적인 순결이 중시되는 ‘도제 시기’ 그리고 그 후 자손이 끊어지지 않도록 ‘가주기’를 맞아 인생의 주요 부분을 보낸 다음 집안일을 자식에게 넘기고 숲 속 은자로 지내는 ‘임주기’ 이후 일정한 거처 없이 방랑하며 수행하는 ‘유행기’가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자손이 끊어지지 않는 것을 고려했다는 것이 재밌었고 불교는 바라문의 제 4기인 유행기에 해당하는 생활양식을 원칙으로 했다는 점도 서술되어 있었다. 이는 종교가 사회의 영향과 요구를 받아들이고 종교 간에도 서로 영향을 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불교 교단이 성장함에 따라 모든 사람들이 다 편력의 길을 떠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고 일정한 장소에 정사를 세워 정착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편력의 기본 방침을 부처님은 스스로 생애 마지막까지 지켜나간 점을 돌이켜보면 말을 쉽게 뱉고 지키지 않는 우리 중생들 특히 이른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본받아야할 부분이다.

 

29살에 출가해 서른다섯에 도를 이루고 여든 살에 입적했다는 석가모니 부처님.

어느새 나도 부처님이 출가하셨다는 그 즈음, 20대 끝자락에 왔다. 인생에 황금기라는 20대를 쏜살같이 흘려보낸 것 같아 아쉬워만 하던 나로서는 부처님의 전기가 나름 깊은 의미로 다가왔다. 여전히 현실 속에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는 앞으로도 수많은 집착과 번뇌를 놓아 버릴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이라도 수양을 쌓아가면서 알아차릴 것들은 알아차리고 생활을 바꿔나가는 노력을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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