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롤 헌터
기예르모 델 토로.대니얼 크라우스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4.1
어릴 적 괴물에게 형을 잃고 평생을 불안 속에 사는 아빠의 과보호 속에서 자라난 짐은 <일곱 번째 내가 죽던 날>의 표현을 빌리자면 원 밖의 인물이고 하나 뿐인 친구 터브는 스티브라는 인기인에게 매일 5달러를 갖다 주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터브와 함께 스티브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나날들 속에서 짐은 어느 날부터 괴물의 존재가 자신에게 가까워 옴을 직감한다.
그리고 침대 밑에서 튀어나온 괴물의 손에 끌려 지하 세계로 들어가게 되고 괴물들을 피해 도망치다 이상한 갑옷으로 온몸을 뒤덮은 소년을 만난다.
트롤이라는 이름을 알려 주고 잔뜩 겁에 질린 짐에게 그는 시간이 없다며 어서 청동 메달을 목에 걸라고 하고 해가 뜸과 동시에 자신의 방으로 넘어 온 짐은 바닥에 떨어진 청동 메달을 보며 불안에 떤다.
그 후 소년이 아빠가 어릴 때 실종된 삼촌 잭임을 알게 되고 그가 트롤 헌터로서 블링키, 아르르르!!와 함께 싸우게 된 이야기와 블랙 건마의 존재, 우유갑 연쇄 실종사건과 트롤의 연관성을 알게 되고 다시 돌아온 블랙 건마를 없애기 위한 전쟁에 트롤 헌터로서 동행하기로 한다.

이런 류의 판타지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마땅히 대체할 책이 없었다.
중간 중간 트롤들의 모습을 알려주는 삽화들이 이해를 돕지만 그럼에도 영 집중이 안 되고 읽히지가 않는다.
주인공의 모험이 억지로 시작되어 어쩔 수 없이 한다는 느낌이 줄곧 이어지고 모든 도전의 이유는 그저 짝사랑 상대인 클레어를 향한 마음 뿐이다.
삼촌인 잭의 정체는 누구라도 예상 가능한 만큼 쉽게 밝혀지는데 정작 형제인 아빠와 잭과의 관계는 몇십 년을 넘어 겨우 재회했음에도 하나도 정리되는 게 없다.
녹 트롤이나 널헐러 등등 여러 트롤이 검검으로 등장하고 그들의 생김새가 묘사되지만 삽화와 설명을 매치하기가 쉽지 않다.
또 블랙 건마의 수하로 봐도 좋을 검검들의 행적이 너무 자잘하고 귀찮은 것들이라 적수가 되지 않는 듯하고 너무 짧고 단발성의 충돌 때문에 굳이 등장한 이유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널헐러 같은 속성이나 그들이 하는 짓은 꽤 섬짓하고 길게 다뤄질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아무튼 이야기는 잘 흘러가다가 갑자기 다른 이야기로 가버리는 바람에 맥락이 끊기는 부분이 꽤 있다.
그럼에도 아빠의 잔디깎기, 터브의 치아 교정장치, 짐과 터브의 밧줄 타기, 로미오와 줄리엣 등등 모든 떡밥은 티나게 회수되었다.
묘사들을 제외하면 내용 자체가 탄탄하거나 다양하지 않아서 딱 청소년들을 겨냥한 것 같은 정도인데 그런 것 치고는 또 너무 어둡고 탁하다.
마법사처럼 혹은 히어로처럼 똑같이 인류를 구한 셈인데 이쪽은 역겨운 오물을 뒤집어 쓰고 타르 같은 액체에 몸을 적셔서 이뤄 낸 성과다.
과연 누구의 환상을 자극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