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탐정 이상 2 - 공중여왕의 면류관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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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속편이 나오는 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 번째로는 완성된 하나의 이야기 중 1편은 말 그대로 시작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 경우 대개 시리즈에 해당하므로 1권은 n분의 1의 내용을 담는다.
두 번째가 바로 이 책과 같이 1편의 인기에 힘입어 자의로 혹은 누군가의 강요로 인해 2편을 출간하는 것으로, 보통 한 권으로 그치기 아까운 소재가 있기 마련인데 이 경우 완성도를 위해 빠졌던 내용까지 담거나 1편을 고스란히 답습하는 구성으로 이어져 1편의 위상까지 깎아내리고 만다.

‘경성 탐정 이상‘은 정말 매력적인 인물을 선택해 뻔할 지도 모르는 추리소설에 날개를 달았던 책이다.
이상을 탐정으로 선택해 왓슨의 포지션을 구보에게 주어 펼쳐 낸 경성 이야기는 일제 치하의 시대상을 배경으로 함에도 그 발상이 한없이 감탄스러웠다.
아픈 역사지만 개화기라는 매력적인 시대에 탐정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곁들여 이상이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그려 낸 한 마디로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그 감상으로 2권을 뽑아들었지만 1권에서 이미 그대로도 멋들어진 결말을 냈다고 생각해 크게 기대는 않았다.

여전히 제비다방에서 이상과 구보는 간간이 들어오는 의뢰를 맡아 사건을 해결한다.
조선에 거주하는 외국인에 대한 인식과 일제 치하에서 고통받는 조선인들의 면모가 사건 해결이라는 주요 키워드를 따라 단편적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같은 배경, 소재와 인물로 1권보다 임팩트 없는 사건들에 긴장감 없는 해결로 실망감을 안긴다.
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에서 이상의 매력도 더 이상 빛을 발하지 못하고 구보는 사실 존재의 이유가 무색할 만큼 민폐만 안 끼치면 다행인 듯하다.
이 책에서 구보는 거의 코난의 어린이탐정단 수준.
첫 만남이 그려진 건 좋았다.
1권에서 자주적으로 움직이는 역동적인 캐릭터였던 이상은 소설이지만 마치 실제로 그러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도록 만들어주었는데 2권에서는 좀처럼 갇혀서 살아 움직이질 않는다.
주인공의 매력을 더하는 장치로 이상의 뛰어난 두뇌를 이용하여 앞으로 어떻게 될 거다 하는 예견이 종종 나오는데 사건 해결 후 뜬금없이 사용되는 바람에 그냥 미래에서 끼워맞춘 과거라는 느낌 밖에 주질 못한다.
싸이코패스 같은 당시의 경성에 존재하지 않았던 소재를 넣어 참신함을 주려 했지만 작가 스스로도 미래와 과거를 혼동한 듯 과거에서 보는 시각을 그려내지 못했다.
그리고 의도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주로 여성과 관련된 사건이 많다.
피해자도 그렇고 의뢰자도 주로 여성이었는데 뭘 의미하는 지는 모르겠다.
조선 최초의 여성비행사도 그저 끼워맞추기 같은 느낌.
게다가 피해자의 이름으로 유명한 연예인의 이름을 사용하는 건 조금 신경쓰였다.

1권은 정말 좋은 느낌이었어서 아쉽다.
혹시라도 3권이 발매된다면 안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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