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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 댄서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민 옮김 / 살림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다소 시간의 간격이 있는 프롤로그와
읽기 시작하면서 만난 이야기들은 도대체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갖고 읽기 시작한 처음은 다소 천천히 읽혀지는 느낌이 들었다.
애완견,애완묘와는 다르게 쉽게 접하지 못한 말이라는 동물과 사람과의 관계...
그에 반해 흔히 접하는 소재이기도 한 이혼 직전의 부부..
도입 부분에 너태사가 기차 안에서 보고 놀란 광경이 혹시 사라와 부는 아닐까? 그럼 도대체 이들은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관계를 맺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으며,다소 생각보다 느린 페이지를 넘기던 때,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빠른 페이지를 넘기며 집중하는 나를 발견했다
책을 덮은 지금은, 사랑이 가득한 아주 좋은 이웃을 만나 어느때보다 가슴 따뜻한 시간을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P112~ 113
맥이 집에 돌아와 있었다. 부모님는 애초에 그를 결혼 상대로 적당하지 않다고 보았고, 자신도 수수께기 같은 무책임한 사람과 결혼 했다고 후회했다. 실제로 결혼 생활은 두 사람 모두를 피폐하게 했다.
너태샨는 너무 오랫동안 남편을 잊어버리려 했고,실제로 맥은 그렇게 되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때로는 일부러 잠작한 게 아닌 가 싶기도 했다. 결혼 생활이 유지되단 마지막 한 해 동안에는 남편이 너무 자주 집을 비워서 원래부타 혼자 살아왔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집에 와 있는 맥을 보는 순간 차라리 고독이 수월하다고 느꼈던 모든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화가 치밀었다.
🔖P 136
“나랑 사는 게 그렇게 나빴어?”
“하지만 우린 더 이상 같이 지낼 수 없어.”
“그렇디만 이 재산의 반은 내 몫이고,
나도 집이 필요해.”
“맥, 이건 정말 불가능한 일이야.”
(중략)
그는 당황 스러울 정도로 여유로웠고 만족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너태샤는 그에게 욕을 해대고 싶었다. 그의 머리에 물건을 집어 던지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현관문을 박차고 나가 호텔 방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집에는 함께 책임지기로 약속한 열네 살짜리 아이가 있었다.
🔖P211
사라가 온 지도 열흘이 지났다. 처음 이틀 동안은 모두 서먹서먹했다. 사라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너태샤가 집에 있으면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3일째 부터는 그런대로 일상의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너태샤는 주로 맨 먼저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했고, 맥은 사회 복지사의 충고에 따라 아침마다 사라을 학교에 내려주고 방과 후에도 두 세시간을 함께 했다. 그런 다음에는 너태샤의 일이 끝나는 시간에 따라 사라와 맥, 아니면 셋이 함께 저녁을 먹으며 단란한 가정을 흉내냈다.
대화는 띄엄띄엄 부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맥은 사라가 말을 잘 받아주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얘기를 하려고 애썼다. 두 사람은 주로 사라의 생활과 이런저런 필요한 것들, 사라의 고집스런 성격에 대래 얘기를 나눴다.
🔖P334
사라는 말수가 적은 데다 때로는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자기 말에만 집착해 있어서, 상실감이 얼마나 클지 지켜보는 사람도 자주 잊어버리곤 했다. 어린 시절 내내 함께 지낸 할아버지를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을지 망각할 때도 많았다. 고뇌에 찬 사라를 보고 있자니 다소 거북하고 생소한 기분마저 들었다.
맥은 침대에 사진 액자를 두고 병실을 나왔다. 나오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지켜본 장면이 그 후에도 오랫동안 눈 앞에 아른 거렸다. 사라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할아버지의 어깨에 얼굴을 파 묻었고,당황한 노인은 손녀의 머리를 쓸어주기 위해 떨리는 손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P516
너태샤는 맥에게서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 두달 동안 이 남자를 제대로 바라 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너태샤의 시선이 그의 팔에서 색 바랜 티셔츠를 입은 가슴으로 옮겨갔다. 얼마나 저 가슴에 안겼던가? 동시에 얼마나 자주 등을 돌렸던가? 얼마나 많이 소리없이 눈물을 흘려야 했던가? 그토록 열렬하게 사랑을 표현해놓고 저 남자는 어떻게 그렇게 상대를 경멸할 수 있을까?
🔖P607
“사라를 찾아애 해.”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울컥 치솟았다. 끔찍할 정도로 낯설고 숨 막히는 기분이 들면서 공포가 온 몸을 휘감았다.
(중략)
너태샤는 참았던 눈물을 주르륵 흘리면서 커다란 침대에 엎드려 두 팔로 머리를 감쌌다. 왜이렇게 눈물이 흐르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나 밖에 남지 않은 혈육을 잃고 낯선 이국땅에 홀로 남은 소녀 때문일까, 자신이 오판했던 가녀린 소년 때문일까, 아니면 스스로 초래한 이 모든 혼란 때문일까. 연거푸 마신 술과 이질적인 환경, 혼란스러웠던 지는 이틀동안의 경험이 한데 뒤엉키면서 터져나온 격렬한 흐느낌을 주체할 수 없었고, 심연에서 끓어오른 분노로 온몸이 뒤틀렸다.
🔖P617
“이런, 제발, 아니야....기회가 주어졌다면 당신은정말 훌륭한 엄마가 되었을 거야. 당신이 그랬을 거라는 건 내가 알아.”
맥은 너태샤의 머리 위에 얼굴을 대고 머리카락레서 풍기는 익숙한 냄새를 들이 마셨다. 어느새 그리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때 너태샤의 두 팔이 그에게 매갈리듯 그의 등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어쩌면 그것은 지그까지 그를 필요로 하고 원했다는 조용한 신호였는지도 모른다. 두사람은 어둠 속에서 서로를 부둥켜 안은 채 그들이 잃어버린 아기들과 그들이 포기해 버린 공동의 삶을 늦게나마 아파하고 함께 슬퍼했다.
🔖P666
“부를 지킨다고?”
사라는 침을 삼켰다. 그때 너태샤는 사라의 눈가에 어린 반짝이는 액체를 보았다. 하얗게 변한 손가락 마디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보았다. 너태샤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사라, 무슨 일이 있었던 가니?”
갑자기, 사라가 울기 시작했다. 슬픔에 짓눌린 끔찍한 울음이었다. 완전한 상실감과 철저한 외로움에 터져 나오는 억눌린 흐느낌이었다. 너태샤는 잠시 주저하다가 사라를 꼭 끌어안아주면서 위로했다.
“괜찮아,사라.괜찮아.”
눈이 즐거운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듯 하가다
시간이 지날 수록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을 뜨겁게 울리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었던 것 같고,
역시
조조모예스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