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죽음을 안전가옥 쇼-트 21
유재영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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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쇼트 21번째 이야기다. <당신에게 죽음을>이라는 범상치 않은 제목과 약국처럼 보이는 산뜻한 색감의 표지에 다소 이질감이 들었다. 표지가 좀 생뚱맞은 게 아닌가 싶었는데 읽고 나면 그 어울리지 않는, 어쩌면 상반되는 이미지가 소설에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든다.

다양한 장르의 트렌디한 소설을 부담 없는 분량으로 즐길 수 있어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를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큰 기대 없어 편한 마음으로 책을 펴는데 이 소설은 여느 장편 소설 못지않은 재미와 몰입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참 이번 쇼트는 단편 모음집이 아닌 경장편 소설이다.

스미스머신을 거실에 들여놓고 진지하게 운동을 하는 여주인공의 등장부터 심상치 않다. 사뭇 비장함까지 느껴진다고나 할까. 도서관 사서인 주인공 설희는 도서관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 수혁을 만난다. '악인과 광인'이라는 주제의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대화를 거듭하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수혁은 현재 부인과 별거하며 이혼 수속 중이지만, 이혼 상태나 다름없다고 한다. 설희는 수혁의 말을 믿었고 그렇게 두 사람의 연애는 시작된다. 설희 13년 전 스토킹 범죄로 언니를 잃었다. 이후 늘 불안과 외로움이 함께했는데 수혁을 만난 뒤로 오랜만에 행복과 편안함을 느낀다.

언제부턴가 낯선 남자가 두 사람 곁을 맴돌며 몰래 사진까지 찍는다. 그 남자를 대하는 수혁의 태도도 수상하다. 설희는 수혁에게 정말 이혼한 게 맞냐며 추궁하지만 수혁은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결국 설희는 수혁에게 시간을 갖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며칠 뒤 설희는 수혁의 부고 문자를 받는다.

수혁의 죽음, 부인과의 관계에 대한 의문부터 이야기는 점점 확장된다. 긴장과 궁금증이 내내 지속되어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줄거리가 재밌기도 하지만 몇 가지 독특한 요소가 이 책을 더 흥미롭게 한다.

일단 카라바조의 작품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와 샤를 페로의 동화 <푸른 수염>을 매개로 악인과 광인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두 작품의 배경과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소설은 더욱 풍성해지고 소설 속 인물을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또 하나는 여성 파워다. 유디트에서 눈치챘을 수도 있지만 강인한 여자의 모습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읽고 나면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소설이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두 작품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면 살짝 검색해 보길 권장한다. 그래야 이야기의 흐름과 작가의 의도를 따라가기가 훨씬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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