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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장의 전설 - 한국어로 읽는 베트남동화 ㅣ 엄마나라 동화책
박선미 지음, 최영미 그림 / 아시안허브 / 2017년 12월
평점 :
이 이야기는 베트남 동화로 부부간의 사랑을 상징하는 수직나무 빈랑과 베트남 사람들의 문화유산 넝쿨 구장에 얽힌 내용이다. 옛날에 카우 영감에게 한 살 차이가 나는 두 아들이 있었다. 둘은 마치 쌍둥이처럼 얼굴과 모습이 똑같았고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사이좋게 자라났다. 그런데 두 형제가 청소년이 되었을 무렵 부모님을 잃게 되었고, 아버지는 두 형제를 르우 교사에게 맡겼다.
두 형제는 마음씨도 착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성실한 모습으로 르우 스승의 사랑을 받았고 스승은 하나 밖에 없는 딸의 짝, 사윗감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날 스승의 딸이 죽을 한 그릇만 끓여서 두 형제에게 가져다주었고 동생이 형에게 먼저 드시라고 하는 모습을 보고 누가 형인지 알게 되어 그 형과 결혼을 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나서부터 두 형제 사이가 조금씩 멀어지게 된다. 나는 이 부분에서 동생도 스승의 딸을 맘속으로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했다. 동생이 많이 슬퍼했고 슬픔을 견디려고 노력했지만 형은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세월이 더 흐르고 어느 날 두 형제가 밭에 일하러 갔다가 동생이 일찍 집으로 돌아왔는데 형수가 동생을 남편으로 착각하고 반가운 마음에 안아주었다. 그때 마침 형이 들어와서 그 모습을 보게 되었고 서로가 부끄럽고 창피하여 그때부터 형제 사이는 더 멀어졌다.
형은 점점 더 동생과 아내 사이를 의심하면서 차갑게 변해갔고 동생도 이 모습을 보며 괴로워서 자기로 인해 형의 부부관계가 깨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여 숲을 향해 떠난다. 끊임없이 걷다가 넓은 강을 보며 더 갈 수 없으니 강변에 앉아서 울었는데 밤새 안개를 맞으며 울다 지친 모습 그대로 동상이 되었다고 한다.
한편 형은 며칠동안 동생이 보이지 않자 걱정이 되어 아내에게 말도 없이 조용히 동생을 찾으러 나서게 되었고 형도 숲을 향해 열심히 걸었다. 넓은 강을 눈앞에서 만나고 형도 더 못가겠다하면서 동상에 기대앉았다. 밤새도록 형도 동생을 생각하며 울다 안개를 맞으며 쓰러진 채 죽고 말았다. 그런데 형은 한그루 나무로 환생하였고 곧게 자라 동상 옆에 있게 되었다.
남아있던 아내 또한 남편이 보이지 않자 집에서 나와 정글 속으로 남편의 흔적을 따라 가다가 강변에 다 달아 눈앞에 보이는 곧은 나무에 기대앉아 밤새 울다 몸이 말라 죽어서 넝쿨이 되었고 넝쿨은 동상과 곧은 나무를 둘러서 감싸게 되었다.
죽은 두 형제와 부부의 이야기를 마을 사람들도 안타까워했는데 어느 날 임금이 그 넓은 강을 지나가다가 마을 사람들로부터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임금이 수직나무 열매를 따서 넝쿨에 있는 나뭇잎과 같이 씹어 먹어보니 약간 맵지만 고소하고 향기도 좋았고 씹은 액체를 동상에 뱉으니 색이 밝은 진홍색이었다.
세 사람은 죽어서도 감정이 서로 단단하게 매어져있는게 감동적이어서 그 후로도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계속 전해내려오게 했고 수직나무는 빈랑, 넝쿨은 구장이라고 부르게 되었다ㅗ 한다.
지금까지도 베트남 사람들은 결혼식장, 장례식장, 큰 행사 등에서 구장을 먹는 관습이 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의 끝은 다소 비극적이긴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이 나무와 넝쿨이라는 자연에 얽힌 이야기를 전래동화로 보존하며 형제간의 사랑과 부부간의 애정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족은 모든 사회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가족애가 있다면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 사랑도 자연히 가지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점점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있지만 인류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인간애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