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세주 사계절 아동문고 107
이인호 지음, 메 그림 / 사계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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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세주가 착한 아이가 아니어서. 그리고 세주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이 아니어서. 세주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아 늘 주눅 들어 있고 자기에게서 행여 나쁜 냄새가 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언제나 하고 싶은 말과 해야 할 말을 꾹꾹 눌러 참는다. 하나뿐인 언니는 귀찮은 잔심부름을 시키기 일쑤고 엄마 아빠는 자식들에 대해 배려할 여유도 없이 이혼의 위기에 몰려있으며 친한 친구 하나 없는 학교에는 그저 마음속으로만 좋아하는 재혁이를 보는 것이 세주의 유일한 낙이다.

어느 날 세주에게 마음 속의 또 다른 세주가 찾아가 말을 건넨다. 다른 세주는 그동안 세주고 하고 싶었지만 차마 하지 못했던 말, 해야 했지만 할 수 없었던 말을 속삭인다. 처음에는 환청인 줄 알았던 다른 목소리가 사실은 또 다른 나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 다른 세주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부터 세주는 황당하면서도 귀찮은 사건에 휘말린다. 우연히 찾아 들어간 편의점에서 소세지를 훔치게 된 세주, 하필이면 그 모습을 같은 반 수용이가 목격하게 되고 그때부터 세주의 온 신경은 수용이에게 쏠릴 수 밖에 없다. 그 와중에 실수로 수용이의 도시락을 가져가게 되면서 수용이와의 난처한 우정이 시작된다.

살면서 한번쯤 그런 생각을 한적이 있다. 이렇게 고단하고 외로운 삶을 21조로 살면 어떨까. 내 마음 속 또 다른 누군가가 있어 어렵거나 고민되는 일이 생길 때 또 다른 나와 의논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 적극적이고 활발한 또 다른 나와 만나 적당히 섞이면 얼마나 사는 게 수월할까. 어떤 세주를 읽으면서 세주가 또다른 세주의 목소리를 들을 때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누구나 어떤 누구가 마음 속에 있지 않은가. 사람이 늘 단일하고 일관적인 성격으로만 사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누구나 복잡하고 일관적이지 않고 사실은 엉망진창에 가까운 상태로 살지 않는가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는 어떤 세주만큼 어떤 수용이도, 어떤 채아도, 어떤 엄마도, 어떤 언니도 볼 수 있다. 이 책의 미덕은 세주를 온 세상의 하나뿐인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 다른 인물을 얄팍하게 희생시키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알고 보니 걔도 힘들다더라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어떤 누군가의 목소리를 품고 있는 복잡한 존재하는 것.

세주가 완벽히 착한 아이가 아닌 것처럼 세주를 둘러싼 수용이나 채아도 완벽히 못된 아이들은 아니다. 세상을 떠난 엄마를 대신해 자꾸 엄마 노릇을 하려는 이모와 사는 수용이, 그저 하는 애 같지만 생각지 못한 세주의 장점을 발견해주는 채아. 이 모두는 불완전하고 복잡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세상의 수많은 어떤 누구들에게 책은 말하는 듯하다. 우리 모두는 비록 불완전 하지만 모두가 세상에서 하나뿐인 주인공이라고. 소중한 어떤 누구들과 그리고 소중한 다른 어떤 누구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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