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자들 - Dear 당신, 당신의 동료들
4인용 테이블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자들이 시집만 잘가면 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어느새 가정에서도 맞벌이가 당연히 여겨지는 시대가 왔으며, 이제는 비혼을 외치는 여성들의 비율도 꾸준히 늘고 있다. 여자들도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당연하게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시대인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들도 직장을 구하고, 또 직장에서 일하는 것에 있어 남성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을까? 안타깝게도 대답은 여전히 'NO'이다. 몇몇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지 성별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직장 내에서 차별은 존재하고, 남성들보다 능력이 뛰어남에도 낮은 지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황효진 에디터가 개인 SNS에 남긴 질문으로 시작된 프로젝트 <일하는 여자들>. 총 열 한 명의 인터뷰가 담긴 이 책은 퍼블리의 디지털 콘텐츠 <일하는 여자들>에서 시작되어 종이 책으로 출간됐다.
 
 
 
이 책은 '자신의 영역에서 나름 흔적을 남기며 일해왔고, 지금도 일하고 있는 여자'들의 인터뷰가 담겨져있다. 그러나 저자 '4인용 테이블'에 따르면 보통의 기준에서 성공한 여성들을 찾아 만나보려고 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누군가에게 이미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사람들보다 누군가에게는 선배이거나, 동료, 혹은 후배일 수도 있는 사람들을 위주로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그들은 배우전문기자 백은하, 영화감독 윤가은, 일러스트레이터 임진아, 아티스트 양지주, 작가 최지은, GQ 에디터 손기은, 공연 연출가 이지나, 극작가 지이선, 기자이자 방송인인 이지혜, 뉴프레스 공동대표 우해미, N잡러 홍진아로 총 열한 명의 여성들이다.
 
 
 
책의 구성은 이렇다. 먼저 첫 장에는 대상의 간단한 일러스트와 설명이 짧게 들어가있고, 다음 장에는 간단한 약력이 적혀있다. 그리고 몇 장 내지 몇십 장의 인터뷰 내용이 적혀있고, 마지막에는 인터뷰이의 의미가 담긴 물건이 소개되어 있다. 비슷한 질문으로 인터뷰는 구성되어 있지만, 열한 명의 인터뷰이의 직업이 모두 상이하고 지금 일하게 된 과정이 다들 독특하기 때문에 각 장 마다 모두 다른, 개성있는 인터뷰가 완성되었다.
 
 
 
 
  일하는 여자들을 인터뷰하고 있지만 드러내놓고 '페미니즘'에 대해서 말하진 않는다. 다만 일하는 여자를 취재하다보니 자연스레 페미니즘적 발언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 굉장히 폐쇄적이고, 여전히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예술계에서 어리고 여성인 아티스트들은 착취당할 수 밖에 없다.
 여성들이 많은 집단에서 실무자로 일하여 여성이기 때문에 차별받는 느낌을 받은 적 없다고 하는 인터뷰이조차도 항상 남성들이 권력을 쥐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지적한다. 부정이나 추문때문에 사라졌던 남성들이 어느새 다시 나타나서 대표를 맡거나 조언을 하거나 하는 현상. TV만 봐도 그렇다. 많은 남자 연예인들은 성매매, 마약, 도박, 음주운전, 살인미수, 폭행 등 온갖 잘못을 저질러놓고 몇 년 뒤면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그에 반해 여자 연예인들은?
 
 
 
 
이들은 여성이기에 짊어진 책임감이 막중하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여성만이 할 수 있는 행동들은 조금씩이나마 실천하고 있다. 그들은 페미니즘에 관한 기사를 꾸준히 쓰고 있고, 푸드 기사를 쓸 때도 여성혐오적인 표현을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여성이 다른 선택을 하는 공연을 만들어내고 있다. 단순히 직장에서 일을 한다는 차원을 넘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변화는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니다.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모여 차별이라는 커다란 벽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사소한 부분일 수도 있는데 인터뷰이들을 한결같이 '그'라고 지칭하는 것도 좋았다. 외국에서 들여온 잘못된 표현때문에 남자는 그, 여자는 그녀라고 잘못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일반인도 아니고 책을 출판하는 곳에서 그런 실수를 할 리가 없지만, 여성들만의 인터뷰만을 담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 이러한 특징이 더욱 눈에 띄었던 것 같다.
 
 
 
 
아직도 갈 길이 먼 현실이다. 사회에서 존재하는 여성 차별은 너무 흔하게 퍼진 소재이기 때문에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모두들 암묵적으로 알고 있다. 곧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나 또한 미래를 생각하면 암울하기만 하다. 그래도 여성은 소수가 아님에 위로 받는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했고, 지난 한국 사회를 돌아봤을 때 작지만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내가 살아갈 미래가 완전히 평등한 사회일 거라고 믿진 않지만 적어도 내가 그 평등을 위해서 무언가 할 수 있다고는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