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극장에 가는가 - 이상우 교수의 연극 이야기 ㅣ 고려대학교 핵심교양 7
이상우 지음 / 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올해 들어 극장에 한 번도 가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크다. 이 아쉬움을 달래며, 언제라도 극장에 달려가 보다 풍성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준비된 관객이 되기 위해 이 책을 찾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이 책을 읽고 나니 극장에 더 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바라던 대로 보다 준비된 관객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

 어디서든 볼 수 있고 다시 볼 수도 있는 영화나 드라마와는 달리, 극장에서 보는 연극은 정해진 한 두 시간 동안만 관객 앞에 존재한다. 극장에 가지 않으면 즐길 수 없고 매 연극이 완전히 똑같을 수 없어 특별하다. 하지만 이 특별함 때문에 사라져버린 연극에 대해 어떤 감상을 가져야 할지 항상 혼란스러웠다. 어디에 집중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극의 흐름에 휩쓸려 공연이 끝나는 대로 극장 밖으로 쫓겨나온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극장에서의 경험만이 제공하는 연극의 요소들, 관객, 배우, 희곡, 그리고 극장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알게 되니 흘러가는 공연 가운데 붙잡을 수 있는 손잡이를 찾은 느낌이다. 이 네 가지 요소는 책의 1부에 자세히 소개된다.

 극장의 현장성을 최대한으로 경험하기 위해 관객의 돌발행동이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도록 하는 연극을 관람해보고 싶다. 또 작품에 따라 내면 연기가, 아니면 외면 연기가 해당 극의 의도를 전달하기에 적합한지 나만의 의견을 가져보고 싶다. 스포일러를 개의치 않는 편이라 희곡을 먼저 읽어보고 관람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희곡에서 확인할 수 있는 플롯과 인물, 사상을 내 나름대로 추측해본 뒤, 언어와 음악, 스펙터클이 더해져 극으로 볼 때 전달되는 인상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고 싶다. 연극이 시작되기를 기다릴 때는 관객에게 배우의 움직임이 어디까지 드러날지 확인하고 그 범위가 극을 전달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되었는지 판단해보고 싶다. 이렇듯 연극을 보기 전에 찾아보고 싶은 정보와 연극을 관람하는 동안 눈여겨 볼 수 있는 특징들을 합하면, 연극이 끝난 후 나만의 종합적인 감상을 내놓고 오래도록 작품의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의 1부가 연극을 만드는 기본적인 구성요소를 정리한다면, 2부는 연극이 다룰 수 있는 다양한 주제와 세계 및 한국 연극의 역사를 소개한다. 이제껏 이렇게 다양하고 실험적인 연극이 공연되었다니, 시간을 돌려 하나하나 보러가고 싶은 심정이다. 9개의 주제 중 특히 더 관심이 가는 주제가 있어 다음으로 보고 싶은 작품을 결정하기 쉬워졌다. 나는 금기라는 주제에 관심이 간다. 연극이 처음 발생했을 때부터 가장 인기 있었고 보편적으로 다루어진 주제라, 연극을 관람하던 고대의 사람들과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좋다. 또 이전에는 없었던 현대의 새로운 금기는 무엇일지 고민하게 된다. 연극만이 제공할 수 있는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경험으로 우리 사회의 여러 금기를 생각해보고 싶다.

 극장을 찾을 때마다 재미를 넘어 엄청난 깨달음을 얻어가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극이 무엇인지 알고 연극을 특별하게 만드는 여러 요소들에 주의를 기울일 준비가 된 지금, 나에게 새로운 전율과 감상을 가져다 줄 작품이 수없이 많아졌다는 생각이 들어 설렌다. 극장에 갈 날을 기다리면서 이 책이 일러준 길잡이와 질문을 되새겨본다. 나는 어떤 작품을 보러, 왜 극장에 가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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