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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만 하기에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 암 진단부터 마지막 치료까지 나답게 보낸 438일
강현성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4월
평점 :
아파만 하기에는 날이 너무 좋다는 말.
그게 몸이든 마음이든.
맞다.그 말이 정말 맞다.
그렇지 않나.
아파만 하기에는, 정말, 날이 너무 좋지 않나.
아파만 하기에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하늘과 산과 들판을 보며 느리고 긴 춤을 추는 여자.
그 여자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작가는 암 투병 환자이고, 진단부터 치료의 과정을 한 권의 책을 담았다.
그러나, 흔하디 흔한 암투병기가 아니었다.
'암'에 걸린 사람이 사는 평범한 하루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랄까.
다 읽고 나면 마치, 아주 멋진 주인공의 인생의 한 페이지를 엿본것 같은 묵직한 감동이 전해져온다.
주인공은 여느날과 다름없는 날들을 보내다 암진단을 받게 된다. 그와 동시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당장 지금 이 시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그녀가 선택한 것은, 평소 지나다니는 길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물오른 가을 전어와 함께 막걸리 마시기였다.
완벽한 주인공이다.
그렇게 암과 함께하는 웃픈 하루하루에 대한 기록을 주인공은 참으로 담담하고도 유쾌하게 풀어간다.
읽다보면 마음이 먹먹해 눈물이 나는데도, 그 눈물을 가득 머금고 큭큭, 웃게하는 주인공의 씩씩함과 유쾌함과 긍정적인 삶의 자세가 힘을 준다. 사람이 이토록 강하고 아름다운 거구나, 그런 긍정감이 마음 가득 차오르는 것이다.
인생을 살다보면 비단 '암'뿐만이 아니라, 전혀 얘기치 못한 일을 맞닥뜨리게 된다. 남들에게는 일어날 지언정,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던 그런 일들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주인공이 '암'을 만나 그를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얘기치 않은 일들을 어떻게 마주하고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우리는 단지, 하루하루, 살아갈 뿐이란 걸.
주인공이 말하듯 말이다.
"재밌게, 욕심은 부리지 않으며, 흘러가는 대로, 적당히 만족하며, 그러나 나태하지는 않게, 의미를 찾으며"
책을 덮고 나니 삶과 죽음은 친구라는, 그 식상한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삶이 도처에 있듯, 죽음도 도처에 있고,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몸이 아파서 마음이 아파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할지, 어떻게 일어서야 할지 막막하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책장을 덮고 나면, 아마도, 마음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
아파만 하기에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말이다.
* 덧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글맛이다. 작가의 글솜씨가 너무 맛깔나다. 울면서도 웃게하고, 웃으면서도 눈물이 고이는, 마음을 자꾸만 건드리는데, 그게 너무 슬프거나 어두운 감상이 아닌, 삶에 대한 깊은 관조와 유머가 담긴 문장들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즐겁게 한다.
그 자리에서 한 권을 뚝딱 읽게하는 작가의 매력은, 그 문장력도 문장력이겠지만, 아마도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에서 온 것이리라. 삶에 대한 감사, 하루하루에 대한 기쁨, 그런 걸 일깨워주는 영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