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들은 날마다 반복되는 강도 높은 수험생 생활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연인 관계를 누리고 있었다. 가까이서 서로를 지켜보고, 살뜰하게 챙기고 보살폈다. 남자든 여자든 무슨 상관인가. 가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게 특별한 관심을 주고, 설렘을 느끼게 해 준다면, 다른 아이들과 구별해 줄 모종의 사연, 로맨스를 선사해 주기만 한다면, 또한 당시 우리의 조건에서는 남자보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여자애인이 이 모든 요구를 더 잘 충족시켜 줄 수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듣고 싶은지, 무엇이 필요한지, 다가오는 생일에 무슨 선물을 원하는지도 굳이 내색하고 가르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사람과 그럴 수 없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아무리 그로 인한 이득이 욕심나도 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믿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신자가 될 수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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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무언가에 애정을 지니는 일이란 세상을 아주 복잡한 방식으로 이해하겠다는 용기라고 생각한다. 그를 사랑하는 순간 우리는 그가 위치해 있는 그 지점뿐 아니라 연결된 배경까지 모두 받아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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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울 일이란 사람에 관한 것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그런 한정이 가져오는 이점은 무엇인가. 울 만한 대상의 불행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고집하는 것은, 그렇게 불행에 대해 열어두지 않고 닫아두는 것은 그를 안전하게 하나. 하지만 그렇게 타인을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얻는 안전이란 역으로 얼마나 안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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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들 - 장강명 연작소설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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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는 시스템이고 기획은 이벤트다. 이벤트는 시스템을결코 이길 수 없다. 성 평등 운동, 소수자 인권 운동, 환경운동, 동물권 운동, 그런 기획들은 정말 세상을 바꿀 수있을까? 거대한 질서가 새로 생길 때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 변화를 잘 타고 미끄러지는 것 정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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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놓친 게 뭡니까? 애초에 뭔가 괜찮은 걸 노려볼 기회가 저한테 있기나 했습니까? 처음부터 컵에 물은 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반 컵의 물을 마시느냐, 아니면 그마저도 마시지 못하느냐였습니다. 
#대외활동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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