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한권의 일기장이다. 수많은 김지영씨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있다. 김지영씨의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김지영씨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너무나 일상적이고 평범한 내용은 마치 이전에 써둔 내 일기장의 일부를 잠시 엿본듯한 기분까지 든다. 어린 시절부터 학창시절을 거쳐 아이엄마가 되기까지 김지영씨가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암묵적인 규칙들.. 김지영씨가 마주했고 내가 마주하며 수많은 여성들이 마주하고있을 이 규칙들은 김지영씨가 평생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더 부조리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글의 전체적인 표현방식은 소설이라기보다 보고서에 가까운 느낌이 든다. 실제로 이 글은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해주지 않는다. 단순히 문제상황을 제시할 뿐이다. 극복방법을 알려주기보다 정보전달에 더 중점을 둔 듯한 작가의 목적의식은 결말부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하지만 그 내용만큼은 수많은 김지영씨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점에서는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