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야 이런 것에 별 감흥이 없지만 하계 사람들에게는 큰 흥밋거리인 듯하여 안내해드렸습니다. 자자, 이쪽으로 오시면 저희 방앗간이 금방 나올 겁니다."
뭔가 인간의 한 구성원으로서 몹시 패배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과거 미국과 소련이 서로 치고받으며 우주로 인간을 쏘아 보냈거늘. 나는 그냥 가족 문안 인사나 하러 오라고 불러서는 자고 일어났더니 달이었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내 우주에 대한 로망은 이렇게 허망하게 끝이 나도 되는 것인가? 미국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여섯 번이나 달에 사람을 보내는 동안 간신히 얻은 성과를 나는 이렇게 무일푼으로 얻어도 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