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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피를 마시는 새 오디오북 (총8권)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8월
평점 :
처음 결제창 띄웠을 땐 가격 보고 솔직히 손이 살짝 떨렸습니다. 아무리 피마새라지만 오디오북에 이 금액을 태우는 게 맞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다운로드 걸고 재생 시작하니까 그냥 납득이 되네요. 재생 시간과 데이터 용량부터 무자비합니다.
드래곤 라자의 그 재치 있는 만담이나 눈마새의 신화 같은 묵직함도 참 좋았는데, 이번 피마새는 '제국'이라는 거대한 판을 소리로 짓누르듯 구현해 냅니다. BGM이나 발소리, 전장의 소음 같은 배경 연출이 너무 디테일해서 눈감고 들으면 그냥 그 자리에 서 있는 것 같은 현실감이 듭니다. 책으로 읽을 때도 워낙 방대해서 벅찼던 이야기인데, 귀로 꽂히니까 인물들의 정치 싸움이나 긴장감이 배로 다가오네요. 돈 아깝다는 생각은 첫 장 넘어가면서 바로 사라졌습니다.
다만 딱 하나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종족 간의 목소리 톤입니다. 눈마새 때보다 연출이 훨씬 세련되긴 했는데, 반대로 인간, 레콘, 나가 특유의 생물학적인 이질감이나 종족 고유의 거친 질감은 좀 희석된 느낌입니다. 특히 다른 일 하면서 듣거나 잠깐 한눈을 팔면 "지금 말하는 게 레콘인가, 나라인가, 그냥 덩치 큰 인간인가?" 싶을 정도로 다들 너무 멀끔하고 '인간답게' 들릴 때가 있습니다. 레콘 특유의 쇳소리나 깃털 부딪히는 소리, 나가의 서늘하고 끈적한 호흡 같은 소음 요소가 조금만 더 과감하게 들어갔다면 구분이 더 확 확실했을 텐데 하는 욕심이 듭니다.
그래도 이 말도 안 되는 분량의 대하소설을 이 정도 퀄리티로 끌고 가준 제작진과 성우분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당분간 출퇴근길은 아라짓 제국에 갇혀 지낼 것 같네요. 완주까지 아껴가며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