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사피엔스 - 현실이 된 가상을 살아가는 메타버스의 신인류
송민우.안준식.CHUYO 지음 / 파지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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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라 식구들이 모였다. 저녁을 먹고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는데 거실에서 TV소리가 들렸다. 어느 프로그램인지 모르겠는데 내 귀에 자주 들리는 단어는 '메타버스'였다. 아이들 목소리가 들렸는데 아이들에게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설명해 보라는 내용인 듯하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라디오를 틀었다. 경제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 프로그램인데 오늘의 주제는 '메타버스'에 관한 것이었다. 라디오방송이 거의 끝날 때쯤 아나운서가 '메타버스'에 대해 더 알고 싶은지 게스트들에게 점심을 살 테니 본인에게 메타버스에 대해 더 설명을 해달라고 하였다. 게스트들은 AR 기기에 대해 설명을 하였고 '메타버스'를 체험하고 싶으면 게임을 많이 해보라고 조언하였다.

 

내가 최근 '메타버스'에 관심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점점 '메타버스'가 우리의 생활 가까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일까? 여기저기서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흔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아직은 제대로 된 '메타버스'의 세계를 구현하기에는 시기 상조이고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하지만 스마트폰의 보급처럼 어느 순간 '메타버스'도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메타사피엔스>의 저자는 메타버스를 살아가게 되는 신인류를 지칭하여 '메타사피엔스'라고 정의하였다. 그렇다면 새로이 등장하는 '메타사피엔스'는 최근 MZ 세대라 불리는 디지털 세대를 뜻하는 것일까? 그러나 책에서 말하는 '메타사피엔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MZ 세대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책에는 의외의 반전이 있었고 저자들이 말하는 신인류 '메타사피엔스'에 대한 가설은 실로 놀라우면서도 충격적이었다.

 

<메타사피엔스>의 송민우저자는 가상현실 디자이너/개발자로 일하며, 가상현실의 공간 왜곡을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다. 안준식저자는 사제 VR 기기를 제작하여 VR 기기의 발전 요소를 예측하고, VR 기기들의 발전 동향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미래 VR 기기의 요소를 분석하였다고 한다. (책날개 참고) 송민우저자와 안준식저자는 현재 메타버스속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메타버스의 진정한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영화나 게임 속의 메타버스가 아닌 일상의 메타버스가 되는 날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메타사피엔스>는 8chapter로 구성되어 있다. 1chapter 와 2chapter에서는 가상현실에서 실제로 생활하고 있는 두 저자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메타버스가 소개되고 있어 미래 메타버스안 생활이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그러나 3chapter부터 6chapter 까지는 사실 많은 부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았다. 게임과는 전혀 친하지 않은 나로서는 더욱 생소한 이야기들 뿐이다. 더욱이 AR 기기 와 VR 기기 등의 기술적인 부분을 이야기할 때면 그저 졸린 강의시간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지루하고 기나긴 메타버스의 시작부터 기술적인 문제들을 지나고 나면 7chapter 와 8chapter에 다다르는데 이 부분이 바로 <메타사피엔스>의 핵심이고 결론적인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메타사피엔스>에서는 버츄얼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부터 끊임없이 나오고 설명되고 있다. 사실 그런 쪽으로는 전혀 관심이 없어 이해하기도 어렵고 이 이야기가 왜 새로운 세계로 연결되는 메타버스의 신인류와 관계가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속해서 나오는 버츄얼 혁명 이야기는 결국 가까운 미래에 메타사피엔스가 될지도 모르는 새로운 존재에 대하여 이해시키고 납득시키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된다.

 

p323

우리의 행성이 이 세계에 펼쳐진 유일한 지평이라고 믿었던 지난 시대의 사람들은, 이 행성이 광활한 우주를 떠도는 저 수많은 행성 가운데 하나였으며 우리의 태양이 밤하늘을 수놓는 수많은 별의 하나였다는 사실에서 당시 주류였던 철학적 세계관이 붕괴하는 과정을 겪었다. 이는 지동설을 발견했던 사람들을 이단으로 몰아 죽게 할 정도로 그들에게는 너무나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리고 이는 인공지능의 발명과 이를 받아들일 정서적 기반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재현되려 한다. 우리는 우리의 정신과 생명이 어떠한 구조로 작동하는지 아직 충분히 알지 못한다. 오히려 인공지능의 발전이 그보다 앞서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광활한 정보의 우주를 떠도는 수많은 인공지능을 탄생시킬 것이며, 메타버스를 살아갈 인류는 그들 가운데 하나의 개체로서 존재할 것이다. 그때가 오면, 우리가 그들을 우리와 같은 존재로 받아들이는 데 메타버스의 문화가 가져올 세계관의 변화는 큰 역할을 할 것이다.

 

p332

지금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공지능에 대한 정서적 반감은 이전 미국 남북전쟁 시대에 전쟁을 불사하면서까지 노예 해방에 반대했던 사람들이 느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생산을 위한 도구로 생각한 개체가 우리와 동등한 위치에 서는 것에 대한 반감이었다. 우리는 이제 그 시대의 사람들이 겪었던 정서적 반감에 공감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와 다른 존재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감정도 그리 다르지 않다.

이 우주의 먼지에서 우연히 탄생한 인류와 프로세서의 전기적 우주 속에서 탄생할 그들의 생명의 본질을 정의하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달려 있다.

 

처음에는 좀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하였지만 읽다가 보니 저자들의 설득력 있는 주장에 점차 빠져들고 있었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1970년대 일본에서 '오타쿠'라는 신조어가 탄생하였다. 어떤 분야에 깊이 빠져들어 어떤 이는 무생물 혹은 가상의 형체와 사랑에 빠지고 심지어 결혼까지 생각한다고 한다. 2014년에 나온 영화 'Her(그녀)'에서 남자 주인공은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를 사랑하게 된다. 형체도 없는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다. 비록 영화 속의 일이지만 현실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만일 형체가 있는 AI라면 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메타사피엔스>의 저자들은 메타버스의 현실화를 그저 기술적인 발전만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메타버스의 세계가 도래한다면 제기될 문제점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에 대하여 매우 철학적으로 접근하여 새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물론 실제로 그러한 미래가 펼쳐질지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불가능한 이야기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그럴듯하게 다가오는 저자들의 주장에 어느새 나도 설득되어버린 듯하다.

 

앞으로 메타버스의 새로운 주인공이 될 신인류 '메타사피엔스'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저자들의 이론대로 프로세서의 전기적 우주에서 태어난 새로운 종족이 미래의 메타버스를 이끌어 갈 것인지 아니면 어느 누구의 천적도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우리 인류가 여전히 메타버스의 주인공이 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과연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또 어떠할지 궁금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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