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사막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김정완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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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라는 나라를 떠올린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끝없이 펼쳐진 사막과 사막을 이동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인 낙타, 오아시스, 얼굴만 내놓고 다니는 사람들 정도이다. 솔직히 말해서 사우디라는 나라는 나의 관심밖에 있었기에 더 이상 알고 싶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만일 여행을 한다고 해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아 사우디는 내 생전 가 보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물론 사람의 일은 알 수 없기에 장담은 하지 않겠다.)

 

사우디라는 나라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읽은 <만약에 사막을 만나지 않았더라면>은 그래서 더 흥미 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집 앞에 스타벅스도 있어"라는 영국인 남편의 말에 사우디가 그래도 살만한 곳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가 사우디에 직접 살면서 겪었던 사우디에서의 생활은 모든 것이 생소한 이야기들이어서 마치 중세 시대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마저 들기도 하였다.

 

<만약에 사막을 만나지 않았더라면>은 크게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우디에서 저자의 생활 이야기는 모든 것이 흥미로웠지만 그중에서도 '2장 사우디에 입문하다'편을 가장 몰입해서 읽었다. 2장을 읽으면 사우디라는 나라에 대하여 가장 잘 알 수가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인구 전체가 이슬람교도이다. 그들은 하루에 무조건 5번 기도를 한다고 한다. 기도 시간도 고정된 시간이 아니라 해와 달의 뜨고 지는 시간에 따라 매일 1분에서 7분 정도씩 빨라지거나 느려져서 기도 시간을 피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p153

슈퍼에 늦게 도착하거나 쇼핑이 길어져서 기도 시간 전에 간신히 계산대에 도착할 때면 1분이 소중하고 마음이 급해지는데 정작 계산원은 느긋해집니다. 기도 소리가 나면 계산도 즉시 멈추기 때문입니다. 돈만 내면 되는데, 돈을 받아주지 않으니 계산 안 된 물건을 들고 나올 수 없고, 배달이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으니, 기도 시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일 외에는 선택권이 따로 없습니다.

 

p157

기도 시간은 절대적이어서 병원, 은행, 관공서는 물론 모든 건물의 일이 '정지!' 되었고 건물 바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나라라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사우디에서는 어느 무엇보다도 기도 시간이 중요하기에 도로의 차들도 기도 시간이 되면 그 자리에 멈추고 운전사들은 기도를 하기 위해 모스크로 뛰어들어간다고 하니 외지인이라면 적응하기가 힘들듯하다.

 

사우디에서는 남자든 여자든 복장이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여자들의 경우 생리가 시작되면 눈만 내놓고 모두 가려야 한다. 복장 제한은 수영장에서도 엄격하게 적용되어 수영복 위에 무릎까지 가리는 바지를 입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심지어 샤워할 때도 옷을 입고 해야 한다고 하니 너무나도 다른 문화 이야기는 마치 동화 속 이야기인 듯 낯설게만 느껴졌다.

 

p175~176

날이 덥다 보니 학교 수영장을 선생님들이 이용했는데 수영 후 샤워할 때 옷을 벗지 말라는 지시가 전체 교직원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샤워장에서는 옷을 입고 샤워를 하라면 옷 위로 비누 칠을 하라는 말이냐며 항의했지만 공동 샤워장이므로 남의 나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금한다는 2차 공문과 함께 10개의 샤워기가 있는 샤워장 한구석에 파티션을 달았다고 했습니다. 굳이 옷 벗고 샤워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 마련된 장소였습니다.

 

가끔 우리나라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뉴스를 듣게 된다. 그러나 사우디에서의 인종차별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나라의 인종차별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사우디에서는 서양인과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하다고 한다. 게다가 사우디에서 여성은 성적인 존재로만 인식이 된다고 하니 지구상에 있는 나라가 아닌 외계의 어느 나라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다.

 

p241

대사관 동네에 살면서 서양인 남편을 두고 있으니, 주변이 모두 서양인이었습니다. 서양인이 대접받는 사우디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제게는 큰 의미라서 때로는 그들과 겉도는 대화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아시아 여자는 창녀 아니면 가정부라는 단순 등식에 고착된 현지인들이 꽤 많아 서양 친구들과 쇼핑을 하거나 식당에 들어서면 저의 까칠한 성격은 괜스레 더욱 예민해져서 혹시라도 하녀 취급을 받을까 봐 언제나 남편 뒤가 아니라 옆에 섰습니다. 외국인이라서 조심스럽고 여자라서 조심스럽고 무엇보다 아시아 여자라서 더욱 조심스러웠습니다.

 


<만약에 사막을 만나지 않았더라면>를 읽을수록 우리나라와 너무나 다른 문화에 놀라면서 우리나라와 너무 다른 문화적 정서는 나도 모르게 반감을 일으키게 하기도 한다.

 

동양인 여인으로서 살아가기 쉽지 않은 사우디였지만 그래도 저자는 그곳 생활에 적응하면서 저자만의 사우디 생활을 만들어 나갔다. 달리기를 시작으로 사우디 여자는 자전거를 탈 수 없는 제도하에 팀까지 이루어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암벽 타기도 배우고 동굴 탐험도 하면서 사막의 나라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들을 들려준다. 물론 위험도 따랐지만 제약이 많은 나라에서 외국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할 수 있는 경험을 했던 저자가 멋있어 보인다.

 

<만약에 사막을 만나지 않았더라면>를 쓰기 시작한 것은 2014년이지만 저자가 생활한 시기는 2008년의 이야기들이다. 10여 년 전 사우디의 이야기라 현재는 달라진 제도나 문화가 있을 수 있겠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들은 저자가 말한 내용들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만약에 사막을 만나지 않았더라면>를 읽고 나자 사우디라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이 들기 시작하여 뉴스를 찾아보니 작년에 '기도 시간 영업 중단'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사우디 역시 시대 흐름에 따른 변화를 비켜갈 수 없는 듯하지만 쉽게 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만약에 사막을 만나지 않았더라면>을 읽고 나니 독서의 즐거움을 새삼 깨닫는다. 사우디라는 나라에 일도 관심이 없던 내가 이 책으로 인해 사우디라는 나라가 궁금해졌고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우디에 관한 기사까지 검색을 하게 된 것이다. 사우디를 가 본 사람이라면 사우디를 아는 대로, 혹 나처럼 가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우리와 너무나 다른 나라인 사우디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만약에 사막을 만나지 않았더라면>을 읽어보길 권한다. 김정완 저자의 생생한 사우디 체험기를 맛보게 될 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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