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김삼환 지음, 강석환 사진 / 마음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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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에세이를 읽어본다. 에세이의 장점은 감성지수를 높여주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요즈음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 삭막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에게 <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는 방치해두었던 따뜻한 감정을 되살려주었다.

김삼환 저자는 3년 전 아내와 사별하였다. 저자와 아내는 함께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자고 하였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그 후 저자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혼자 우즈베키스탄의 서부 사막도시 누쿠스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그곳에서 누쿠스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타향에서의 외로움은 매일 한 꼭지씩 쓰는 글로 달래었다고 한다. 그렇게 6개월 동안 쓴 글들이 책으로 엮여 나왔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저자의 일기장을 보는 듯하다. 그날그날이 저자의 감정을 쓴 글도 있고, 누쿠스의 풍경이나 누쿠스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누쿠스의 곳곳을 찍은 사진들이 간간이 삽입되어 있는데 매우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을 보고 있으면 누쿠스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를 읽으며 가장 나의 가슴을 울린 부분은 '2장 나는 그리워했다'이다. 먼저 간 아내를 그리워하며 쓴 내용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기도 하였다. 아마도 가까운 사람을 잃어본 사람들끼리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었다. 모든 죽음이 슬픈 것이지만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다가온 죽음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와 한을 만든다.

3년 전 제부가 항암치료 중 패혈증으로 아무 손도 써보지도 못하고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아직 창창하게 젊은 30대 후반의 제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우리 가족 모두를 패닉 상태로 만들었다. 특히 여동생의 상심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제부가 떠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부가 떠났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p94

그날 당신의 치아 세 개를 수습했지요. 불에 타지 않은 치아들을 봉투에 담아 내 상의 안쪽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3일 지나면 어딘가에 묻자고 생각했습니다. 3일이 지났을 때는 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며칠이 더 흘렀습니다.(중략)

49일이 지나면 당신과 내가 자주 다니던 길목 어디쯤에 묻으려 했습니다. (중략)

당신의 1주기까지는 기다려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중략) -당신의 치아 세 개 중에서-

저자의 심정이 그대로 전해진다. 나도 제부의 예전 핸드폰 번호를 아직 저장하고 있다. 제부 생전 나누었던 메시지들도 그대로 남아있다. 제부와 나누었던 메시지를 보면 아직도 제부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아마도 저자는 아내의 치아를 간직하면서 같은 심정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책 속에는 저자의 인생철학도 담겨있다. 그의 인생관이 평소 내가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감성 깊은 에세이를 읽으며 마음을 다스려보았다. 요 근래 뜬구름 잡듯 붕 떠있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준 책이다. 마음을 정화시키는데 좋은 것들이 많이 있겠지만 역시 독서만 한 것이 없는 듯하다. 따뜻한 감성을 느끼고 싶을 때 <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를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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