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기 위한 백 걸음
주세페 페스타 지음, 김난주 옮김 / 할배책방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에 눈길이 간 이유는 출판사명 때문이다. '할배책방'이라는 출판사명이 특이하고 왠지 정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있을듯하다.

<날기 위한 백 걸음>은 기대처럼 마음이 훈훈해지는 이야기이면서 아이들에게 자립심을 키워줄 수 있는 이야기이다.

<날기 위한 백 걸음>의 주인공 루치오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눈이 안 보인 것은 아니다.

p23

"이 아이는 시력을 잃게 됩니다. 운이 좋으면 아홉 살이나 열 살 때까지는 앞을 볼 수 있겠죠. 최악의 경우에는 그보다 이를 수도 있습니다."

루치오가 다섯 살 때 일이었다. 그러니 어느 날 갑자기 볼 수 없게 된 것은 아니다. 서서히 초점을 맞추는 힘을 잃어갔다. 처음에는 사물과 사람의 얼굴이 약간 흐려지는 정도였는데, 하루가 다르게 시야가 부예졌다. 그러다 천천히 윤곽이 희미해졌고, 색을 구별할 수 없게 되었고, 끝내는 캄캄한 어둠 속에 싸였다.

만일 어느 날 갑자기 눈이 안 보인다면 어떨까? 사실 가끔 그런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상상의 끝은 절망이다. 도저히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듯하다.

그러나 <날기 위한 백 걸음>속 주인공 루치오는 눈이 보이지 않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모든 일을 스스로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하였다. 더구나 루치오는 5년의 짧은 인생이지만 그동안 보아왔던 사물과 사람의 이미지를 뇌에 저장할 수 있는 뛰어난 시각적 기억력을 갖고 있어서 시력을 잃기 전과 다름없이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였다.

루치오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소년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못 참아한다. 곁에서 지켜보는 가족들은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는 루치오가 오히려 걱정스럽기도 하다.

<날기 위한 백 걸음>은 루치오와 루치오의 여행 파트너인 고모 베아가 함께 알프스산맥에 있는 ‘백 걸음’이라는 산장으로 트레킹 여행을 간다.

그곳에서 루치오는 키아라를 만나 친구가 된다. 그리고 산악가이드 티치아노를 따라 새끼 독수리가 있는 둥지를 보러 가기로 한다. 그러나 새끼 독수리는 돈을 노린 밀렵꾼들에 의해 잡히게 된다. 새끼 독수리를 잃은 독수리 부부는 새끼 독수리를 찾아 헤매고 루치오 일행도 새끼 독수리를 밀렵꾼들로부터 안전하게 구출하기 위한 모험이 시작된다.

<날기 위한 백 걸음>의 주인공 루치오를 보면 눈이 보이는 사람보다 더 적극적이고 밝은 성격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 눈이 보이는 사람도 올라가기 힘든 산을 루치아노는 더 빨리 지치지 않고 올라간다. 이 소설은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결코 건강한 사람보다 불행할 것이라는 편견에 대해 이야기한다.

P69

"신경 쓸 거 없어. 당연하지 뭐. 서로 잘 모르니까. 당황하는 게 당연해. 인생을 즐기는 건 앞이 보이는 사람의 특권이지, 보이지 않는 사람은 암흑세계에서 외롭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지. 보이지 않아도, 매일 즐겁게 사는 사람들도 많아."

주인공 루치오는 무엇이든 혼자 힘으로 하려고 하지만 혼자 할 수 없는 일은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산장에서 알게 된 소녀 키아라를 통해 배우게 된다. 키아라 또한 루치오를 통해 자신의 내성적인 성격을 바꿀 수 있게 되었다.

<날기 위한 백 걸음>은 성장기의 소년 루치오와 성장기 소녀 키아라를 통해 진정한 자립심이 어떤 것인지 알려준다. 또한 새끼 독수리를 훔쳐 큰돈을 벌어보려는 밀렵꾼들을 통해 인간들의 이기적인 욕심을 경고한다.

<날기 위한 백 걸음>책을 읽으면서 알프스산맥을 배경으로 커다란 독수리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저절로 떠오른다. 또한 새끼 독수리를 구하는 장면들은 은근히 가슴을 졸이게 한다.

<날기 위한 백 걸음>의 끝부분에는 루치아노의 안내견 아스트로가 나온다. 이 부분을 읽으며 퇴근길 가끔 만나는 시각장애인 여성이 떠올랐다. 안내견에 안내되어 전철을 타고 내리는 그 여성분을 보면서 얼마나 힘들까하는 생각을 하였다. . <날기 위한 백 걸음>을 읽고나니 나의 이러한 동정심이 오히려 그 분에게 실례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