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 처음 영어를 배웠다. 낯선 언어였지만 두려움보다 신기하고 재미가 더 앞섰다. 흥미가 있으니 학습능률도 오르고 덩달아 성적도 좋았다. 중2 영어 첫 수업 시간, 영어 선생님은 들어오시자마자 칠판 끝에서 끝까지 한바닥 가득 영문법을 적으셨다. 칠판 윗부분에 손이 겨우 닿는 짤따란 키로 칠판 위까지 빼곡히 써놓으셨다. 필기가 끝나시면 우리가 필기를 다 했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칠판 가득 써놓은 영문법을 설명하셨다. 솔직히 설명이라기보다 칠판에 써놓은 글들을 읽어 주셨다고 해야 더 정확할 것이다. 1년을 그렇게 영어 수업을 받고 나니 영어와 나는 웬수가 되었다. 그리고 점점 영어와 멀어졌다.
영어공부를 안 하고 영어를 못하는 것에 대해 누구를 탓한다는 것이 그저 핑계일 수도 있겠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중2 시절 그 영어선생님은 참으로 원망스럽다. 만일 중2 때 다른 영어선생님을 만났으면 나의 영어실력도 훨씬 좋아지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보지만 이미 지나간 시절이다.
비영어권의 나라로 가장 많은 시간을 영어공부에 할애하면서 영어실력이 낮은 나라 중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라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세대들은 우리 때와 달리 다양한 방법으로 영어를 배우고 익히는 듯하다. 그러나 초3, 중1인 조카들을 보면 여전히 영어를 배워 소통하는데 어려워하고 있음을 느낀다.
영어교육에 대한 열의가 뜨거운 만큼 영어학원도 다양하고 영어 관련 서적도 다양한 종류가 나와 있다. 유튜브를 통한 영어강의도 많이 있는 듯하다. 중2 때의 한을 풀어보겠다며 한때 영어학원도 몇 번 다니며 영잘러에 대한 의지를 불태워 본 적이 있으나 항상 얼마 가지 못하고 그 불씨는 금세 꺼져버렸다. 또 지나서는 큰돈 들이지 말고 잘 만들어진 영어 회화책을 선택해서 독학하고자 하였으나 그것도 얼마 가지 못하였다. 역시 나와 영어는 영원히 친해질 수 없는 운명이란 말인가?
그래도 영포자로 살 수는 없다. 왜냐하면 영어는 우리의 생활 속 깊은 곳까지 침투되어 있기 때문에 영어를 피해서 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영어를 내 편으로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