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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먹어도 또 먹고 싶어 - 내일이 기다려지는 모락모락 행복 한 끼 일상 먹툰
지엉이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책을 읽다가 마는 경우는 두가지다. 하나는 재미가 없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한 번에 다 읽어버리기가 아까운 경우이다. 이 책은 당연히 후자에 속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땐 조금씩 아껴먹는다. 그처럼 책을 읽을 때도 한 번에 읽기 아까워서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언제부터인가 먹는 것이 무척 중요해졌다. 예전에는 살기위해 먹었고 배고파서 먹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배고프지 않아도 맛있는 것이 있으면 찾고 먹기위해 사는 듯한 느낌이다. 티비를 보아도 먹는 프로그램이 즐비하고 드라마도 음식을 소재로한 드라마들이 만들어진다. 블로그나 각종 SNS의 대부분이 음식사진, 맛집사진으로 가득하다. 먹는 것으로 돈을 버는 유튜버들도 있다. 티비에 맛집이 나오면 그 집은 한동안 티비를 보고 찾아온 손님들로 정신없이 북적거린다. 많은 사람들이 먹는 즐거움으로 낙을 삼는 듯하다. 그러나 먹는 것은 나의 관심밖이다. 나는 배고플 때 먹는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먹는다. 맛집이라고 몇시간을 줄서서 기다려 먹어야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고 남이 먹는 것을 보고 즐거워 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흔한 먹방 프로그램 한 번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먹는 것에 무심한 나 조차 군침이 돌게하고 배고플 때만 작동하는 나의 식욕을 책장을 넘길 때마다 시도때도 없이 자극하였다. 각종 SNS에 실제 음식보다 더 맛있게 뽀샵된 사진이 올라와도 맛있겠다며 눈길한번 주지 않았고 먹어보고 싶다며 군침한 번 흘리지 않았다. 그런 내가 이 책의 먹방그림에 꼴깍꼴깍 침을 넘기며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그만큼 저자의 음식그림은 세밀한 표현력으로 실사이상의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저자는 음식만을 세밀하게 표현해 낸 것이 아닌 음식속에 맛깔나고 정겨운 이야기까지 함께 담아내었다.
고급 레스토랑의 비싼 음식들이 아닌 어디서나 흔히 사먹을 수 있고 집에서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지만 그 음식들이 더 맛나보이고 먹고싶어지는 이유는 저자가 담아낸 음식속 이야기처럼 각자만의 음식속 이야기들이 하나씩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는 삼남매중 둘째이다. 언니와 남동생이 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잠시 집을 비우신 사이 배가 고파진 삼남매는 집안에 먹을 것을 찾았지만 마땅히 먹을 것이 없었다. 언니는 어린동생들을 위해(언니도 어렸지만) 냉장고속의 반찬들로 김치볶음밥을 해주었다. 저자는 그 맛이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지금처럼 다양한 종류의 간식도 없었고 야식이라는 것도 없었다.(우리집이 가난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저 세끼니 밥 먹는 것이 최고였다. 그런데 가끔 밤이 되면 출출할 때가 있다. 내가 딸아이와 만화를 즐겨본 것처럼 엄마도 나와 만화 보는 것을 즐기셨다.(그러고 보니 내가 만화를 좋아하게 된 것이 엄마의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ㅎㅎ) 엄마는 책을 보다가 당신이 출출해지시면 은근 내게 출출하지 않느냐며 물어보신다. 그러면서 간단히 밥과 김치를 상에 내어오셨다. 그리고는 물에 밥을 말아 김치를 쭉쭉 찢어서 물에 말은 밥에 얹어 먹었는데 세상 꿀 맛이 따로 없었다. 가끔 그 생각이 나서 찬물에 따뜻한 밥을 말아 김치를 얹어서 먹어보지만 그 때 먹던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사실 어려서 먹은 그 맛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엄마와 함께 먹어서 좋았던 그 기억만이 뚜렷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
책의 뒷편에는 온 국민을 들썩이게 했던 월드컵이야기가 나온다. 대한민국이 하나가 되어 함께 응원하던 그 시절 축구를 본다며 사람들은 하나같이 치킨을 시켰다. 주문이 밀려 기본 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며 치킨대란이 나기도 했었던 기억을 소환해 저자는 책 속에 담았다. 아마 이 부분은 대한민국 국민모두가 함께 느끼는 추억으로 공감이 되는 부분일 것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글밥수가 많은 책보다 오히려 읽는 것이 더뎠다. 그림 하나하나 살펴보고 말풍선속 대화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며 읽었다. 책을 쓰는 작가들을 보면 멋있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멋진 그림까지 곁들일 수 있다니 그 재능이 부러울 따름이다.
요즘들어 그림그리기에 부쩍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책도 보고 유튜브도 보면서 공부중이다. 지엉이 저자의 이 책을 보니 더욱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참 하고 싶은게 많다) 때로는 수많은 글보다 그림하나의 전달력이 더 나을 때도 있는 듯하다.
책 속의 캐릭터들도 재미있고 책 속의 캐릭터들이 어떻게 형성된 건지도 궁금해진다. 다음번 이야기에는 그런 주변이야기도 들어 있으면 좋겠다.
소실친구는 왜 머리가 없는지, 토끼친구는 왜 토끼로 했을까, 강아지언니는 왜? 두루미친구는 왜 두루미라고 했을까? 내가 너무 진지하게 본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가볍게 읽기 좋은 카툰에세이지만 읽고 나면 든든해지는 책이다. 책을 읽고 그 안에 꼭 교훈적인 내용이 들어있을 필요는 없다. 읽고 난 후 따뜻함이 남는 책이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속의 음식들처럼 맛있는 음식속에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가 담긴다면 그 음식은 평생 기억에 남는 생애 최고의 음식이 되지 않을까. 맛있는 책 한 권을 먹었다.
§소심하게 한마디!§
카툰은 나이적은이들의 전유물이어서 그런가. 글씨가 너무 작다. 나이든 독자를 위한 배려를 해주었으면 한다. 아직 돋보기를 낄 정도는 아니지만 깨알같은 글씨를 읽기에는 눈이 너무 피곤하다. 만화에서 멀어진 이유가 아마도 이런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나이든 독자를 위한 대형사이즈의 카툰이 나오면 어떨까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