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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 대기자의 글맛 나는 글쓰기
양선희 지음 / 독서일가 / 202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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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는 글맛이 있다"
모든 음식에 고유의 맛이 있듯 모든 이들의 글에도 글맛이 있다.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만드는 이의 손맛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 글도 쓰는 사람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 어떤 글은 섬세하면서 낭만적이고 어떤 글은 힘차고 당당하다. 나의 글은 어떤 글맛이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나만의 글맛을 만들까?
글쓰기에 관련된 많은 책들이 글을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부터< 글맛 나는 글쓰기>라고 하여 눈길을 끈다. 글맛이 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개인적인 생각은 글맛이 나는 글은 글을 쓴 사람 고유의 특징이 있는 글이라 생각한다. 이 책이 여타 글쓰기 관련 책들과 차별화 되는 이유이다.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만의 글을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책의 저자 양선희 대기자는 30년의 경력을 지닌 언론인이다. 대기자라는 직함에서도 언론인 경력이 짐작 간다. 언론인의 경력뿐 아니라 4편의 소설을 발표한 문예인이기도 하다. 경력만으로도 저자의 글이 비범할 것이라 생각된다. 저자는 신문사의 데스크로서 많은 후배들의 글쓰기를 가르쳤다. 후배들에게서 글쓰기 책을 써보라는 권유도 받았다. 저자는 글쓰기 어려운 이유가 글쓰기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하며 이 책을 쓰게된 이유를 말한다.
여기에선 내가 알고 있는 글쓰기 인프라와 모방의 방법에 대해 다루게 될거다. 모방도 마구잡이로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결'과 맞추어 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모방의 대상을 찾는 나의 방법도 알려줄 생각이다. 글쓰기의 구체적 방법을 찾고 글쓰기 전략을 세우는 데 이 책의 어느 부분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들어가며 9p
▶글맛이란 무엇인가?
흔히 '글맛이 있다'고 할 때는
내용보다 글을 다룬 솜씨가 좋을 때다.
글맛을 좌우하는 솜씨는
문장의 리듬과 호흡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된다.
1장 글맛의 비밀 16p
저자는 글맛이 있으려면 리듬을 익혀야 한다고 한다. 글을 쓴 후 소리내어 읽어보아 매끄럽지 못하고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리듬이 꼬인 것이다. 이 방법은 글쓰기 책들에서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리듬을 익혀야 하는가? 저자는 시조 혹은 시를 이용하여 리듬을 익히는 방법을 알려준다. 특히 3~4조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글이 가장 편안하다고 한다. 책에서 예로 든 고려가요 <청산별곡>을 보면 잘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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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e-북을 듣는 경우도 많다. 저자도 이용한다고 한다. e-북을 듣는 경우 가장 걸리는 것이 리듬이라고 한다. 음악처럼 노래처럼 리듬을 타는 글이어야 독자들이 끝까지 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때문에 리듬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 것이 글쓰기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글의 첫인상은 문법, 띄어쓰기, 맞춤법이다.
글은 기본적으로 글쓴이의 지적 수준과 배움의 정도, 그리고 성찰의 깊이와 성숙도를 보여준다. 이들은 내용이 전개됨에 따라 보이게 되지만 실제로는 탐색하기도 전에 첫인상에서 대략 판가름이 난다. 첫인상이 나쁘면 아예 자기소개도 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첫인상은 문법, 띄어쓰기와 맞춤법, 단어와 인용의 적절성등으로 가려진다. 띄어쓰기와 맞춤법이 눈에 거슬리고, 적확한 단어나 인용이 안 되어 있고, 문법에서 어긋나 있다면, 내용을 불문하고 신뢰받기 어렵다.
2장 문장의 첫인상 51p
책을 읽다가 오탈자가 있거나 맞춤법이 틀린 경우를 보게 된다. 한 두번 정도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책 전반에 걸쳐서 자주 나온다면 작가의 글을 신뢰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자기계발서의 경우 오탈자나 맞춤법이 틀린 경우가 많다. 자기계발서는 저자가 자신의 주장 혹은 생각을 독자에게 심어주려는 책이다. 그런데 오탈자 혹은 문법이 자주 틀린다면 그 저자의 생각부터 신뢰가 떨어진다. 그래서 글을 쓸 경우에 문법에 맞게 써야하는 것은 기본적인 일이다.
한글은 쓰면 쓸 수록 알면 알 수록 어렵다. 글을 쓰다가 맞춤법이 애매한 것 같으면 검색을 해서 찾아본다. 그러나 모두 찾아보기 어려워 간혹 틀리게 쓴 경우도 많이 있다.
저자는 사전과 친해지라고 한다. 인터넷 사전은 본인이 아는 단어를 검색하는데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어휘력확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저자는 글을 쓸 때 사전이 없으면 글쓰기가 안될 정도라며 사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였다.
글쓰기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서는 어휘력과 용어 및 단어의 감수성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이 인프라를 늘리는 좋은 방법이 글을 쓰면서 사전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평소 사전을 갖고 노는 것이다. 가끔 심심할 때 한 번씩 사전을 들춰보면 거기에 재미있는 단어들과 몰랐던 용례들을 항상 발견할 수 있어 어휘력을 확확 늘려준다.
2장 문장의 첫인상 83p
▶베껴쓰기의 중요성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사람은 모방을 배워 새 것을 창조하는 존재다.(중략)'나의 글쓰기'를 찾아가는 학습과정으로서의 모방은 골동품을 감별하는 눈을 키우듯 해야 한다. 가짜에 현혹되지 않고, 진짜를 찾는 전략이 필요하다.
5장 모방의 전략 140p
골동품의 진품 여부를 가리는 것은 진품을 알아보는 눈을 갖는 것이 관건이다. 이런 눈을 갖는 방법은 오랫동안 '진품만 보는 것'이라고 한다. 진품을 보는 눈만 있으면, 진짜가 아닌 것이 가짜이므로 쉽게 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글쓰기 관련 책에서 글을 잘 쓰는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이 베껴쓰기이다. 그러나 읽으면서도 베껴쓰기의 중요성에 대해 잘 몰랐다. 똑같이 베껴쓰는 것이 과연 글을 잘 쓰는데 도움이 될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필사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그 방법이 여타 글쓰기책들의 방법과 달랐다.
남의 글이어도 내가 베껴 써서 읽으면, 내 글처럼 읽힌다. 베껴쓰기의 강점은 바로 그 점에 있다. (중략)
마음에 드는 좋은 글 한 편을 베껴 쓰고, 베껴 쓴 글을 자기 스타일로 퇴고첨삭하며 고쳐 쓰다 보면 다른 사람의 문장을 통해 자신의 문장력을 기르는 방법을 찾게 된다. 이때, 남의 문장을 고쳐쓰는 게 아니라 내 문장과 표현으로 바꿔 쓰는 게 중요하다.
5장 모방의 전략 143p
베껴 쓰기는 또한 남의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중략)
누구에게나 '인생의 책'이 있다. 그 책을 베껴 써보는 일에 도전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컴퓨터로 쓰고 싶으면 컴퓨터로, 손으로 쓰고 싶으면 손으로 써도 좋다. 베껴 쓰는 동안 책을 읽기만 했을 때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식이 확대되는 경험이다.
5장 모방의 전략 144p
저자는 또한 베껴쓰기 외에 요약하기도 글쓰기 훈련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요약하기는 글의 해독능력과 글을 압축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일기쓰기도 글쓰기 인프라를 다지는 훈련방법으로 좋다고 한다. 저자는 이 세가지 방법중 하나를 골라서 하고 싶다면 자신의 '인생의 책'한 권을 베껴 쓰고, 자기 버전으로 다시 써보는 것을 권하고 있다.
책은 171p의 얇은 책이다. 저자는 공부는 얇은 책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책을 떼는 경험이 공부를 진전시키기 때문이란다. 얇은 책이지만 글쓰기에 대한 비법들이 엑기스로 들어있다. 30년 언론인경력의 저자의 필력도 한 몫한다. 리듬을 강조하는 저자답게 글을 읽어내려가는 것이 매끄럽다. 자기계발서 책이면서도 산문을 읽는 듯 하다. 저자가 제시하는 글쓰기 방법도 기존에 나와 있는 천편일률적인 방법과는 다르다. 10살 무렵 문학에 뜻을 두고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 '강호'에서 기자와 소설가로 무수한 합을 겨루며 체득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방법들을 고스란히 알려준다. 방법을 알려주어도 어렵다면 읽고 지나가는 것에 그치겠지만 방법 또한 어렵지가 않다.
저자가 제시한 방법중에서 베껴쓰기가 가장 마음에 든다. '나의 인생책'한 권을 골라 베껴 쓴후 나만의 책으로 다시 만들어 보는 것이다. 그 인생책을 <양선희 대기자의 글맛 나는 글쓰기>로 정했다. 이렇게 맘에드는 글쓰기 책은 처음이다.
이 책은 기본편에 해당하는 글쓰기① 인프라편이다. 아마도 시리즈로 구성이 되어 있는 듯하다. 다음 편이 무척 기대된다.
사실 저자의 책을 읽을 수록 주눅이 들었다. 과연 저자처럼 이렇게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물론 저자와 같은 수준은 넘볼 수 없지만 잘 쓰는 글이라고 인정받는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 사용법에서 말한다. 어느날 '문득' 깨닫는 때가 온다고. 그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노력하면 글맛 나는 나만의 글을 쓰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지피지기 백작불난 知彼知己 百作不難
나의 글을 잘알면 백번 글쓰기도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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