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어 필 무렵 - 드라마 속 언어생활
명로진 지음 / 참새책방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용식이가 정의감에 불타면 눈 아니 눈깔이 뒤집어진다. 그러면 소장님이 한마디 하신다.

"이거 또 눈깔은 또 왜 이려?

그 눈깔 똑바로 안 떠?"

<동백꽃 필 무렵>드라마의 그 많은 대사중에 이 대사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이 한마디로 용식이의 캐릭터를 깔끔하게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용식이가 눈깔을 똑바로 안 뜨는 날에는 다 죽었어~~~~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강하늘배우를 다시 보게 되었다. 충청도 사투리를 어쩜 그리 능청스럽고 찰지게 하는지... 어눌한 듯 하면서도 정의감에 불타고 사랑앞에서는 순수 그자체다. 용식이는 상처투성이로 움츠러 들어있는 동백이를 당당하게 만들어주고 뭐라도 된 것 같은 여자로 만든다.


재미있는 드라마가 끝나면 한동안 그 드라마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저자는 우리가 드라마를 보는 이유중 하나가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살고 싶어서라고 한다. 개인적인 또 하나의 이유를 덧붙이자면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살 수 없기 때문에 드라마의 주인공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하기 위한 것도 있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1인으로서 이 책은 너무 반가운 책이다. 책 속에는 25편의 드라마가 나온다. 그 중에서 18편을 보았다. 동백꽃 필 무렵, 스카이캐슬, 응답하라1988, 대장금, 허준, 시크릿 가든, 미스터 션샤인, 비밀의 숲, 미생, 시그널, 슬기로운 감빵 생활, 제빵왕 김탁구, 스토브리그, 신데렐라 언니, 눈이 부시게, 커피프린스1호점, 내이름은 김삼순, 발리에서 생긴일까지 모두 본 드라마다. 대부분이 시청률과 호응도가 높았던 드라마들이다.


학창시절 드라마를 안보면 친구들과 대화에 낄 수 없을 때도 있다. 특히 방학 때가 되면 드라마 폐인이 되어 밤새도록 드라마를 본다. 한동안 옥수수(sk에서 제공했던 드라마 무료제공 어플인데 지금은 없어졌다) 드라마 한편을 연속해서 방송해 준다. 그 때는 거의 모든 일을 올스톱하고 드라마를 보았다. (드라마 '도깨비'를 옥수수에서 재방송해주어서 몇 번을 보았다.) 그러다 드라마를 한 동안 안보았다. 드라마에 너무 빠져 생활패턴이 엉망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라마들을 너무 잘 만들어서 안 볼수가 없다. 다시 드라마를 보게 되면서 드라마를 보는 관점이 예전과 많이 바뀌었음을 느낀다. 어려서는 배우위주로 드라마를 보았다면 지금은 스토리와 대사, 드라마속 인물 중심으로 보게 되었다. 특히 독서를 하면서 드라마에서도 주옥같은 대사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미스터 선샤인>의 경우 매 회가 영화같고 각 인물들의 대사가 모두 명품이었다. 저자 또한 이 책에서 같은 이야기를 한다.



<미스터 선샤인>의 명대사는 추리기 어렵다.

극 전체가 명대사로 이루어져 있다.

8. 미스터 선샤인 -히스토리이자 러브스토리 67p



드라마지만 소설을 보는 듯 멋진 드라마로 기억이 된다. 드라마를 본다면 극 전체가 명대사라는 저자의 말이 결코 과언이 아님을 느끼게 될 것이다.(물론 보는 사람마다 느끼는 감상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열심히 살든 너희처럼 살든 태어나면 누구에게나

기본 옵션으로 주어지는 게 젊음이라 별거 아닌 거 같겠지만, 날 보면 알잖아. 너희들이 가진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당연한 것들이 얼마나 엄청난 건지...

21 눈이 부시게 인생의 시간에 대한 생각 208p




이 책을 보면서 또하나 소환되는 드라마는 <눈이 부시게>이다. 작가가 처음부터 김혜자배우를 염두에 두었는지는 모르지만 극중 주인공의 이름도 김혜자이다. 이 역할은 김혜자배우외에는 생각할 수 없을만큼 김혜자배우에게 딱 맞는 역할이었다. 시간을 돌리는 시계때문에 할머니가 된 혜자를 통해 드라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드라마의 묘미는 충격적인 반전에 있다. 타임루프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주인공의 기억오류였다. 책에서 주인공 김혜자의 마지막 대사를 실어 놓았는데 이 대사를 보면서 또 다시 눈물이 아른거린다. (평소에는 눈물이 없는데 드라마만 보면 수도꼭지가 된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의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213p




책을 읽으니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들의 장면들이 생각났다. 또 어떤 부분은 잊혀졌던 기억이 책에 의해 되살아나기도 한다. 40여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의 시점으로 설명하니 드라마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와 더 재미있다. 같이 출연했던 배우에 대한 설명들도 곁들이니 더 반갑다. 기사에서 보는 배우들이 아닌 옆에서 직접 본 배우의 모습을 들려주니 마치 배우들이 뒷담화를 듣는 것도 같다.(물론 좋은 뒷담화이다.)


시대를 가장 빨리 반영하는 것이 드라마라고 한다. 드라마를 보면 그 당시의 사회를 알 수가 있다. 23번째 소개하는 드라마는 <내 이름은 김삼순>이다. 이 드라마는 2005년도에 방영이 되었는데 저자가 소개하는 내용을 보면 드라마속에는 폭력, 언어폭력, 성희롱등의 내용들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물론 나도 보았지만 그저 재미있었다 생각될 뿐 내용의 구체적인 장면들은 이미 기억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다시보고 싶은 드라마중 하나로 매번 꼽힌다고 한다. 아마 지금 이 드라마를 리메이크한다면 많은 부분을 수정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도 된다.(그래서 리메이크는 안될듯~~)


오랜만에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드라마이야기에 대한 책을 만나니 마치 학창시절 친구들과 어제 밤에 보았던 드라마이야기를 하듯 신이 났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 하나로 수많은이야깃거리가 생길 듯하다. 또 저자가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던 감상과 나의 감상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지다. 무엇보다도 드라마 내용 따라가기에 급급해서 놓쳤던 드라마에서 전하려하는 메시지나 주제들을 저자가 놓치지 않고 새로운 해석으로 설명할 때는 드라마보다 저자의 글이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드라마는 영화처럼 2~3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서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래서 때로는 정말 재미있다고 느껴진 드라마를 그냥 보고만 끝내는 것이 무척 아쉬울 때가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이렇게 드라마 리뷰를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보고 나면 평범한 드라마지만 이 책처럼 저자의 철학이 들어가니 드라마속 주인공들의 삶이 모두 의미가 있고 모든 드라마가 특별해 보인다. 나도 지금 정주행하고 있는 드라마 몇편이 끝나면 나만의 특별한 드라마로 만들어 보고 싶다.


드라마를 좋아하여 많은 드라마를 보았는데 안타깝게도 저자의 작품들만 모두 못 보았다. 시간내어 저자가 주연으로 나왔던 <태양의 남쪽>을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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