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의 두번째 세자빈은 순빈 봉씨이다. 세종은 문종의 첫번째 세자빈의 사례를 생각하며 지극정성으로 순
빈 봉씨를 가르쳤으나 그녀는 술을 즐기고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순빈과 문종사이는 좋지않았고 후사가 없자 후사를 이을 후궁을 뽑았다. 그러자 순빈은 질투하였고 급기야는 궁궐의 여종 소쌍을 사랑하게 된다. 이를 알게 된 세종은 결국 순비마저 휘빈 김씨에 이어 폐출을 하였다.
이 책 속에는 43명의 왕비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중에서 들어서 알만한 왕비들은 그리 많지가 않았다. 어떤 왕비는 왕의 존재감이 약해서 왕비의 존재감이 없었고 어떤 왕비는 출산후 얼마안되어 사망을 하기도 하였다. 정조의 왕비 효의왕후 김씨의 경우는 60년 까까이 궁궐의 중심에 있었지만 후사가 없고 주변의 인물들의 성격이 강한 탓에 거의 존재감 없는 왕비가 되었다. 어떤 왕비는 수렴청정으로 정치의 중심이 되어 왕 못지않은 명성을 남기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왕비로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힘들고 고달픈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안전하게 왕비가 되고 대비까지 올라 생을 마감하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았다. 왕비의 자리가 결코 안전을 보장해 주는 자리가 아님을 역사는 보여주었다.
모든 왕비들의 삶이 드라마틱하다. 짧은 생으로 마감한 왕비도 있고 8명의 왕을 거치며 장수한 왕비도 있다. 어지러운 정치상황속에서 바늘방석같은 삶을 살아야 했던 왕비도 있고 시아버지의 사약을 받아야 하는 운명의 왕비도 있다. 왕비의 기질보다는 여인의 기질이 더 많아서 투기로 폐비가 되기도 하고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해야 하는 어머니로서의 왕비도 있다. 모두가 평범한 여인의 삶이 아니다.
이 책은 왕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지만 조선 건국부터 조선말기까지 연대순으로 나열해 놓아서 조선시대를 한번 훑어보는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왕과 왕비들의 묘에 대한 이야기도 자세히 나와 있고 장소도 나와 있어서 관심이 있거나 가까운 거리에 있는 왕릉은 한 번 찾아가 보는 것도 좋지않을까 생각한다.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 이야기가 흥미롭고 잘 알지 못했던 왕비들에 대한 이야기와 야사까지 곁들여져 적지않은 페이지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조선시대를 정리해 보기에도 좋은 책이라 학생들의 역사공부 이해를 도와주는 도서로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