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 번역을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노경아 외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작가 다음으로 꿈꾸는 직업이 번역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쩌면 번역가라는 직업은 작가보다 더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 외국어와 책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다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번역가의 순수창작물은 아니지만 번역이라는 과정을 통해 제2의 창작물이 만들어진다.


외국어를 능통하게 잘하는 사람을 보면 정말 부럽다. 그런데 번역일까지 한다고 하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다. 이는 결코 나만의 생각은 아닌 듯 책속의 저자들이 번역가라는 직업을 말하면 한결같이 듣는 찬사이다. 그러나 멋있어 보이는 직업의 이면은 결코 녹록지 않다.


이 책에는 5명의 번역가들이 그들의 번역세계를 이야기한다. 4명은 일본어 번역가이고 1명은 중국어 번역가이다. 중국어를 전공한 1인으로서 당연히 중국어를 번역하는 김희정번역가의 이야기에 제일 관심이 갔다.


외국어를 전공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통역 혹은 번역에 대한 로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때 중국어 통역에 대한 관심을 가져보았으나 나의 실력을 너무나 잘 알기에 그저 관심만 가졌을 뿐이다. 그러나 책읽기를 좋아하기에 번역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었다. 역시 번역이라는 분야도 웬지 넘보기에는 너무나 높아보여서 그저 관심만 갖고 있을 뿐이었다. 실제로 중국어를 번역해 본다며 갖고 있는 원서를 번역해보려 시도해 보았으나 몇페이지 넘어가지 않아 실력의 한계를 느끼며 중단되었다.


김희정번역가는 고등학교를 북경에서 다녔다. 그러나 졸업후 중국어 번역가가 된것은 15년이 지나서였다. 자유기고가로 일하면서 노년까지 일할 수 있을까 회의를 느끼며 다른 일을 찾다가 시작한 것이 중국어 번역일이라고 한다. 영어도 할 줄 알았지만 중국어 번역을 택한 것은 시장의 희소성 때문이다. 아마 당연한 선택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영어권의 번역시장이 넓기는 하겠지만 그만큼 영어번역가도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어시장은 앞으로 더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프리랜서로서 꿈의 직업 번역가-과연 정말 그럴까?

'프리랜서, Freelancer.' 그 Free가 그 Free가 아니라고

PART 3. 저는 언어의 노예이자 숫자의 노예입니다 중국어 번역가 김희정 140p


번역가라고 하면 "와! 멋져요" 라고 찬사를 보내는 이유중 하나가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5명의 번역가들이 한결 같이 이야기하는 부분이 오히려 자유로운 부분때문에 직장인보다 더 철저한 자기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친구들은 직장에 다니지 않으니 여행가고 싶을 때 마음대로 갈 수 있고 쉬고 싶을 때 마음대로 쉴 수 있지 않느냐며 부러워 한다. 가족들은 직장에 나가지 않으니 전업주부 대하듯 의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번역가의 수입이 결코 많은 편이 아니다. 석달에 한 권 번역하는 정도라면 쉴 것 다 쉬어가며 일 할 수 있겠지만 생활비를 벌기에는 택도 없다. 때문에 이들은 하루에 보통 10시간이상의 번역작업을 한다고 한다.(이것도 몇년간의 노하우를 쌓은 후이다) 최근 직장인들의 52시간 근무제보다 실제로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주말에는 쉴 수가 있지만 프리랜서에게는 주말이라는 개념이 직장인과는 다르다.


김희정 번역가는 처음 번역을 시작하던 당시에는 시간과 일정을 관리하는 것이 서툴러서 마감을 빠듯하게 맞추었으나 지금은 잘짜여진 계획표하에본인만의 루틴을 만들었고 그 결과 워라밸도 저절로 따라왔다고 한다. 자기관리는 그외 4명의 번역가들도 마찬가지로 본인들만의 노하우를 만들어서 지금의 베테랑번역가들이 되었다.


번역가는 우리말을 더 잘 알아야 한다.


번역서를 읽다보면 당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될 때가 있다. 읽다보면 번역가가 책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또한 외국서적을 읽고 있다는 불편한 사실을 계속 느끼게 만드는 번역이 있다. 그런데 어떤 번역서는 읽는 내내 한국작가의 책을 읽는 듯 번역문장이 매우 자연스럽다. 때로는 우리표현으로 의역이 되어 있을 때가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번역가가 외국의 생활이나 풍습을 최대한 우리의 상황에 맞게 표현해 주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정 표현이 안 될 때는 주석을 달아 독자의 이해를 도우면 된다. 이 책의 번역가들은 이 또한 한결같이 지적하면서 번역할 때 최대한 매끄러운 번역이 되도록 노력한다고 한다. 특히 조민경 번역가는 의성어와 의태어를 번역하는데 종종 애를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때로는 직접 소리를 시연해 보기도 한다. 역시 베테랑 번역가가 그냥 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번역은 제2의 창작물이다.


번역서의 경우 번역이 매끄럽게 잘되어 있어서 가독성이 좋았던 책은 번역가의 이름을 기억해둔다. 그 후 번역서중에 그 번역가의 책이 있으면 우선적으로 읽게 된다. 유명한 외국저자의 책은 오랜기간동안 여러 출판사를 거치면서 많은 번역가를 통해 계속해서 재판되어 출간이 된다. 같은 저자의 책이지만 번역가에 따라 그 느낌은 조금씩 달라진다. 마치 같은 요리라도 요리사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인 것과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번역은 원재료에 번역가만의 비법을 이용하여 조금씩 색다른 요리를 만들어내는 제2의 창작물이다. 따라서 원작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우리정서에 맞게 최대한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표현하는 번역가야말로 정말 실력있는 번역가라 할 수 있다.


번역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도서번역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번역은 도서번역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최근에는 게임시장이 활발해지면서 게임번역도 많다고 한다. 또한 조민경번역가처럼 만화나 라이트노벨의 번역도 있고, 박소현 번역가의 경우는 19금의 BL 번역을 한다. 그 외에도 영상번역, 기술번역등 번역의 범위가 꽤 넓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5명의 번역가들의 공통점은 모두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또한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번역일을 너무나도 좋아한다는 것이다. 물론 번역료만으로는 가족을 부양하기에 버거운 면이 있다. 그래서 번역가는 주로 주부들이 많다고 한다. 노경아 번역가와 김지윤 번역가 박소현 번역가는 주부 번역가로서 이제는 베테랑이 되었다. 비록 많은 수입은 아니지만 (혼자 벌어서는 힘들다고 한다) 그들의 일을 사랑하고 일 속에서 행복해하는 모습이 글 속에 녹아있다.


글쓰기를 주업으로 해서 그런지 5명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다. 마치 번역가들의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듯 이야기들이 생생하다. 읽을수록 그녀들의 번역에 대한 열정이 전해져 오면서 나의 가슴까지 뛰게 만든다. 한동안 묻어두었던 번역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생기면서 중단했던 나 혼자의 번역물을 다시한번 이어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번역이라는 직업이 결코 만만하지 않고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다. 그러나 외국어를 하면서 글쓰기를 좋아한다면 5명의 번역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번역가의 꿈을 키워보는것도 멋진 일이 아닐까. 번역가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