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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 - 같이는 아니지만 가치 있게 사는
권미주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9월
평점 :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결혼하기에 알맞은 나이가 된 때를 말한다. 그러나 정해진 나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에는 15살이면 결혼할 수 있는 나이였다. 조선시대 <경국대전>에는 남자 15세, 여자 14세이면 혼인을 허락한다고 되어 있다고 한다. 춘향전에 나오는 춘향과 몽룡의 나이도 만 15살이었다. 현재는 만19세 이상이면 부모의 동의 없이 결혼을 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결혼 적령기는 만 19세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 결혼 적령기가 되면 누구나 결혼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라떼는 말야~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한 후 얼마있다가 결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30살 이전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30살이 넘어서도 결혼을 못하면 본인이 더 조급하고 애달아했다.
이제는 말야~
시대가 달라졌다. 30살이 되든 40살이 되든 결혼은 꼭 해야한다는 생각은 과거의 유물이되었다. 관습때문에 사회적통념때문에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매여서 살아가는 시대는 지났다.
그런데 말야~
여전히 우리 사회의 한 편에서는 비혼주의자들에 대한 편견이 적지 않다. '어디가 좀 모자란 거 아냐?', '혹, 무슨 문제라도 있는거 아냐?', '안하는 것이 아니고 못하는 것이겠지'라며 다르게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인정보다는 의심의 눈초리와 불편한 시선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도 처음부터 결혼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저자도 결혼을 전제로 사귄 사람이 있었지만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사회적 통념이라면 다시 누군가를 만나 결혼생활을 해야겠지만 저자의 생각은 단지 결혼을 위해 누군가를 만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떠밀려 하는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흔히들 혼자는 외로워서 결혼을 하려고 한다. 이들에게 저자는 얘기한다.
외롭다고 결혼했는데, 결혼이 무슨 떨이 물건
싼값에 사오는 것도 아니고,
지름신이 강림해서 쇼핑해야 하는
물건도 아니지 않은가?
결혼했는데도 남편이라는 사람 때문에
더 외로우면 그 땐 어떡할 거냐고,
chapter 4. 둘이 있으나 혼자 있으나 인간은 외롭다 147p
실제로 남편의 공감능력 부족으로 외롭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직장에서 동료와의 갈등, 팀장에 대한 불만들을 토로할 때 내 편이 되어 맞장구 쳐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나한테 문제가 있다며 지적질을 당할 때는 차라리 얘기 안하느니만 못하다. 따라서 외로움의 해결을 결혼이라는 돌파구를 이용하기 보다는 우선 내안의 나를 먼저 찾아 나와 먼저 친구가 되라고 저자는 말한다.
솔로 웨딩 : 신랑이 없는 나와의 결혼식
chapter1. 1인 결혼식을 올리는 시대 16p
'비혼식', '솔로 웨딩'이라는 말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일본교토에는 독신 전문 여행 업체가 판매하는 솔로 웨딩 패키지가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웨딩드레스, 부케, 미용, 리무진 대여등이 포함된다. 유럽, 미국에서는 이미 이런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곧 '솔로 웨딩' 전문업체가 본격적으로 성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비혼식이라는 것이 있다고 지인에게 이야기 하니 그냥 혼자 살면 되지 꼭 유별나게 그런것 까지 해야하느냐라는 반응이 왔다. 아마도 많은 이들의 반응이 지인과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비혼식이라는 의식을 행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저자의 생각도 그러한 듯하다.
비혼식은 이제 나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그에 대해 축복과 축하를 받는 시간이다. 혼자 사는 게 뭐 대단하다고 축복과 축하까지 받으며 그런 호들갑스럽고 번잡스러운 행사를 하는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제 혼자 사는 것은 굳이 결혼을 하지 못해 등 떠밀려 숨죽이며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삶의 여러 모양 가운데 하나이다. 내가 당당히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중의 하나를 내가 선택했다고 선언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chapter1. 1인 결혼식을 올리는 시대 17p
싱글의 삶이라고 하면 '자유'와 '여유로운 시간'이 떠오른다. 아무래도 결혼을 하게 되면 가정이라는 울타리속에서 내가 짊어져야 할 부분들이 생기고 내가 챙겨야 할 부분들이 있다. 또한 나보다는 가족이 우선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하고 싶은 일에는 제동이 걸리고 해야 할 일도 제한적이 된다.
싱글로 산다는 건, 언제나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좀 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chapter3.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하는 일 107p
싱글의 삶은 분명 결혼해서 사는 삶보다는 여유롭고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부분에서 매우 중요한 지적을 한다. 무분별한 자유와 쓸모없는 시간낭비로 인해 게으르고 나태해지는 것에 대해 경고한다. 워킹맘들보다 시간이 많으니 꼭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어떻게 쓰는가 하는 것은 나의 삶에 대한 책임이요 예의라고 저자는 말한다.
날마다 마음과 몸을 돌보는 일,
이것이야말로
내가 나답게 당당하게
살아가는 첫걸음이며,
그 첫걸음은 바로 기상 후
첫 시간부터 시작됨을기억하자.
chapter3.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하는 일 108p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어쩌면 '비혼'이라는 단어보다 '결혼'이라는 단어가 더 생소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하나뿐인 딸도 '비혼주의'이다. 어려서 한번씩 "난 결혼 안하고 혼자 살거야"라고 하기에 그런가 보다 했는데 커가면서도 그 생각이 변하지 않고 이제는 제대로 '비혼주의'를 선언한다. 그렇다고 굳이 꼭! 결혼을 해야한다고 설득할 생각도 없다. 물론 설득한다고 듣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다만 자신의 선택에 신념을 갖고 당당하게 살아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 책에 좀 더 관심이 가고 저자의 생각이 더 궁금했던 이유가 어쩌면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을 택한 딸을 좀 더 이해하고 싶었고 그래야 좀 더 든든한 딸의 지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은 비혼여성의 수가 기혼여성의 수보다 많지 않지만 시대적 흐름으로 볼 때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제기하는 제도적인 문제도 분명히 뒷받침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인구감소로 비혼주의자들의 입지가 상당히 어려운 형편이다. 독신세까지 내야할 처지에 놓여있다. 그러나 저자와 같은 비혼주의자들의 목소리가 모이게 되면 비혼에 대한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솔직히 비혼주의를 지지한다거나 환영한다거나 하는 입장은 아니다. 그렇다고 반대하는 입장도 아니다. 저자의 생각처럼 또 다른 삶의 한 형태로서 인정하자는 주의다. 결혼을 선택하듯이 비혼도 선택의 문제다.
앞으로는 저자와 같은 비혼여성들이 좀 더 당당하고 힘찬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는 그런 목소리를 편견없이 들어주어야 할 것이다.